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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실험…폐 휴대폰 속 0.2g 금으로 액세서리를 만들다

“런던패션위크 여기 편히 잠들다. (RIP LFW) 1983-2019.”

지난 9월 17일(현지시각) 런던패션위크 주요 행사가 열리는 180 더 스트랜드(The Strand) 앞거리. 패셔너블하게 꾸민 방문객들과 이들을 촬영하는 스트리트 사진가들로 북적였던 이곳에 난데없이 장례 행렬이 시작됐다. 붉은 옷을 입고 커다란 검정 관을 둘러싼 이들은 기후변화 방지 운동 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회원들이다. 이들 주변에서 함께 시위하는 약 200여명의 지지자의 등에는 ‘RIP LFW(rest in peace London fashion week·런던패션위크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必환경라이프⑥ 지속가능한 패션
런던에서 치러진 '패션 장례식'
패션은 얼마나 착해질 수 있을까

지난 17일 열린 기후변화 방지 운동 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의 패션위크 장례식 퍼포먼스. [사진 연합뉴스=로이터]

지난 17일 열린 기후변화 방지 운동 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의 패션위크 장례식 퍼포먼스. [사진 연합뉴스=로이터]

 
앞선 지난 13일 런던패션위크가 개막을 알렸던 날에도 ‘멸종 저항’ 단체는 비슷한 시위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 스트랜드 거리 입구에서 흰옷을 입고 피를 흘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 거리에 붉은 염료를 뿌리고 이 위에 드러눕는 ‘다이 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한 이들은 “붉은 염료는 패션 산업으로 인해 죽어가는 생명의 피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위대는 패션위크의 죽음, 즉 취소를 주장했고 나아가 패션 업계 전체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했다.
 
'멸종저항 (Extinction Rebellion)'단체는 매 계절마다 새로운 옷의 소비를 부추기는 패션 업계의 시스템을 종식시킬 것을 촉구했다. [사진 연합뉴스=로이터]

'멸종저항 (Extinction Rebellion)'단체는 매 계절마다 새로운 옷의 소비를 부추기는 패션 업계의 시스템을 종식시킬 것을 촉구했다. [사진 연합뉴스=로이터]

 
패션위크를 폐지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다소 과격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계절마다 최신 유행을 선보이며 소비를 부추기는 패션 산업이 쓰레기를 양산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글로벌 패션 아젠다’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공동으로 낸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의류 소비는 현재 6600만 톤에서 2억1200만 톤으로 6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려 500억장 이상의 티셔츠가 더 소비되는 셈이다.  
 
지난 15일 빅토리아 베컴 쇼장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멸종 저항' 단체 회원들. [사진 연합뉴스=로이터]

지난 15일 빅토리아 베컴 쇼장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멸종 저항' 단체 회원들. [사진 연합뉴스=로이터]

 
다행인 것은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패션 업계의 최대 화두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패션이다. 9월 17일 오전 시위가 있었던 런던패션위크 본 행사장 180 더 스트랜드에선 ‘지속가능성과 다양성, 인권을 중심으로 한 착한 패션(positive fashion)’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멸종 저항’ 단체의 멤버 벨 제이콥스(Bel Jacobs)도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들은 “빠르게 생산하고 빠르게 소비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는지”에 대해 토론했다.  
 
17일 영국패션협회 주도로 열린 '포지티브 패션' 패널 토크. '보틀탑' 재단의 카메론 사울, 환경운동가 아리조나 뮤즈, '커먼 오브젝티브'의 탐신 레젠느, '멸종저항'의 멤버 벨 제이콥스, 패션 저널리스트 탐신 블랑샤르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BFC]

17일 영국패션협회 주도로 열린 '포지티브 패션' 패널 토크. '보틀탑' 재단의 카메론 사울, 환경운동가 아리조나 뮤즈, '커먼 오브젝티브'의 탐신 레젠느, '멸종저항'의 멤버 벨 제이콥스, 패션 저널리스트 탐신 블랑샤르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BFC]

 
패션과 환경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던 토론장 옆에서는 영국패션협회(British Fashion Council) 주도로 ‘착한 패션(positive fashion)’ 전시가 열렸다. 패션위크 기간인 13일부터 17일까지 열렸던 전시로 지속가능한 직물로 만든 옷부터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옷걸이, 업사이클링 브랜드 등이 소개됐다. 지속가능한 옷감의 생산이나 가공은 물론 의류 산업 구조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시에 참여한 브랜드 중 주목할 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브랜드를 소개한다.  
 

당신의 주머니에는 0.2g의 금이 있습니다

 

버려진 휴대폰 등 전자 쓰레기에서 금속을 추출해 주얼리를 만드는 브랜드 '릴리스'. [사진 릴리스 인스타그램]

버려진 휴대폰 등 전자 쓰레기에서 금속을 추출해 주얼리를 만드는 브랜드 '릴리스'. [사진 릴리스 인스타그램]

 
영국의 주얼리 브랜드 릴리스(Lilies)는 폐기된 전자 쓰레기에서 금을 긁어내 귀금속을 만든다. 릴리스에 의하면 1톤의 광석을 채굴하면 30g 정도의 금을 얻지만, 1톤의 전자 폐기물을 분해하면 300g의 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늘 들고 다니는 휴대폰에는 약 0.2g의 금이 들어있다. 지구를 파헤치는 대신 전자 쓰레기를 파헤쳐 재사용할 수 있는 금속을 얻어내는 이른바 전자 광업인 셈이다. 2017년 한 해에만 6400만 톤의 전자 쓰레기가 발생했다. 이 중 겨우 16%만이 재활용된다. 전자 폐기물을 해체하면 귀금속이나 세라믹을 추출할 수 있다. 전자 쓰레기에서 귀금속을 정제하면 광석에서 금속을 채굴할 때보다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버려진 나이키 운동화의 활약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를 앞 코 뾰족한 슬링백이나 뮬로 변신시킨 '안쿠타 사라'. 유지연 기자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를 앞 코 뾰족한 슬링백이나 뮬로 변신시킨 '안쿠타 사라'. 유지연 기자

 
루마니아 출신의 디자이너 안쿠타 사라(ANVUTASARCA)는 오래된 운동화를 활용해 뮬이나 샌들을 만든다. 이른바 업사이클(upcycle·새활용) 브랜드다. 집을 이사할 때 키튼힐슈즈와 운동화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들을 버리기보다 새롭게 조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전혀 다른 두 신발이 혼합됐지만 독특하면서도 멋진 디자인은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트레이닝 슈즈의 스포티함과 앞코가 뾰족한 키튼힐의 날렵함을 동시에 지닌 독특한 디자인의 신발로 남성적이기도 여성적이기도 한 매력적인 혼종의 느낌을 준다.  
 
운동화로 만든 신발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날렵하고 패셔너블해 보인다. [사진 안쿠타 사라 인스타그램]

운동화로 만든 신발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날렵하고 패셔너블해 보인다. [사진 안쿠타 사라 인스타그램]

 

캔 뚜껑도 다시 보자

 
마치 뜨개질로 실을 짜듯, 캔 뚜껑을 모아 엮어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에리카 메이시의 2019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BFC]

마치 뜨개질로 실을 짜듯, 캔 뚜껑을 모아 엮어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에리카 메이시의 2019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BFC]

 
음료를 마신 후 무심코 던져 버리는 캔 뚜껑도 엮으면 훌륭한 옷이 된다. 미국 LA 출신의 디자이너 에리카 메이시(Erika Maish)는 음료수 캔 뚜껑을 활용해 공예적 아름다움을 지닌 의상을 만들어냈다.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옷이지만 따뜻한 컬러 배열 등을 활용해 마치 뜨개질을 한 니트처럼 보이는 효과를 낸다. 캔 뚜껑을 엮어 만든 작은 손가방은 룩에 작은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 활용하기 좋다.  
포지티브 패션 전시관에 전시된 에리카 메이시의 제품들. 유지연 기자

포지티브 패션 전시관에 전시된 에리카 메이시의 제품들. 유지연 기자

 

오로지 34개의 페트병으로만 만들었습니다

 
'그라운드트루쓰'의 대표상품인 백팩. 이 백팩을 만드는데 120개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된다. [사진 그라운드트루쓰 인스타그램]

'그라운드트루쓰'의 대표상품인 백팩. 이 백팩을 만드는데 120개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된다. [사진 그라운드트루쓰 인스타그램]

 
‘그라운드트루쓰(Groundtruth)’의 가방 안쪽을 열어보면 페트병 표시와 함께 숫자가 쓰여있다. 예를 들어 작은 아이패드를 넣을 수 있는 케이스 안쪽에는 페트병 표시와 숫자 34가 쓰여있다. 아이패드 가방을 만들기 위해 34개의 페트병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그라운드트루쓰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가방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브랜드다. 제품의 작은 부품, 이음새 하나도 모두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재활용 소재를 100% 사용하는 데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전 세계 매립지, 수로, 바다에서 수집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고성능 섬유를 만들기 위해 론칭까지 약 5년간의 연구 개발 기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라운드트루쓰'의 제품 안쪽에는 몇 개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었는지 명시돼 있다. 유지연 기자

'그라운드트루쓰'의 제품 안쪽에는 몇 개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었는지 명시돼 있다. 유지연 기자

 

재고를 해체해 완전히 새로운 옷으로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해 희소가치 있는 디자인 제품으로 만드는 국내 브랜드 '래코드'. 이번 런던패션위크의 포지티브 패션 전시에 참여, 영국 소비자들과 바이어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났다. [사진 코오롱 FnC]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해 희소가치 있는 디자인 제품으로 만드는 국내 브랜드 '래코드'. 이번 런던패션위크의 포지티브 패션 전시에 참여, 영국 소비자들과 바이어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났다. [사진 코오롱 FnC]

 
런던패션위크의 포지티브 패션 전시관 한편에는 반가운 브랜드도 있었다. 한국 기업 코오롱 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다. 래코드는 3년 이상 팔리지 않는 재고 의류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만든다. 2012년 브랜드 출범 당시 코오롱 FnC는 “연간 40억 원에 달하는 재고 소각 비용을 아끼고, 소각 당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완전한 수작업인 데다 소량만 만들어 제품에 번호까지 더해지는 한정판 제품이다.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희소가치로 호평 받고 있다. 
 
'래코드'의 셔츠. 두 개의 셔츠를 겹쳐 놓은 듯한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사진 래코드 인스타그램]

'래코드'의 셔츠. 두 개의 셔츠를 겹쳐 놓은 듯한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사진 래코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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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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