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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 曰] ‘국민 계몽 사건’ 시즌2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조국 사태’는 일상에서 쉽게 경험하기 힘든 현상이다. 상식의 파괴가 급격히 벌어진다. 실제 상황이라기보다 가상의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하여 이 사태를 아예 영화라 간주하고 패러디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심리적 거리가 좀 생기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난공불락의 캐릭터 앞에서 일종의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권력과 인간의 본질 다룬 ‘블랙 코미디’
영화 뺨치는 현실…모든 것을 의심하라

지난 추석 연휴 극장가는 다소 썰렁했다고 하는데 다 이유가 있다. 관객이 꼭 보고 싶은 작품이 적으면 그렇게 된다. ‘기생충’처럼 재밌는 영화를 좀 더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외적인 이유도 있다. 극장 밖에서 더 흥미진진한 활극이 환한 대낮에 펼쳐지니, 굳이 컴컴한 가상공간을 찾을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이다. 상영 중인 영화의 제목은 ‘제2차 국민 계몽 사건’. 권력과 인간의 본질을 깊이 성찰케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 딱딱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친다. 굳이 장르를 분류하면 ‘블랙 코미디’라 할 수 있겠다. 비극 앞에서 툭 터지는 허탈한 웃음. 권력의 무상함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하는 짙은 페이소스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정의부 장관’(일명 법무부 장관) 역을 맡은 배우의 내면 연기가 돋보인다. 선한 표정의 악역은 압권이다. 선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본질을 잘 구현해냈다고나 할까. 관객의 감정이 언제, 어떻게 폭발적으로 반응하는지에 대한 선행 학습이 되어 있는 듯하다. 그의 열연에 그를 캐스팅한 감독은 종종 잊힌다. 조만간 탁월한 선구안 쪽으로 조명이 이동할지도 모른다.
 
무상(無常)은 영원하지 않다는 말이다. 모든 게 무상하니 권력이라고 예외가 아닐 터인데 그걸 잊고 사는 게 인간이다. 권력을 쥐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더욱더 많은 권력을 잡기 위해 거짓이 새로운 거짓을 부른다. 권력에 취할수록 그 농도는 짙어진다. 악취가 이미 새어 나오고 있지만 그걸 느끼기엔 권력의 달콤함에 너무 젖어 버렸다.
 
무소불위의 파워. 누가 나의 길을 막을 것인가.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닥치는 위기. 영원한 권력이 동서고금에 있었던가.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버전을 달리하며 재생산된다. 권력을 잃어가는 리어왕이 느낀 상실감과 허망함도 크게 다른 것이 아니었으리라. 리어왕이 모든 것을 잃기 전에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조금이라도 되돌아봤더라면 비극은 예방되었을지도 모른다.
 
관객의 반응은 다양하다. 경험과 이해관계에 따라 작품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어떤 이는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떠올린다. 거짓말쟁이 신하들에 속아 넘어간 임금님 이야기다. 탐욕은 인간의 눈을 가리는 겉옷이다. 진실은 아이의 맑은 눈에만 보인다. 어떤 관객은 그리스 신화 속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스토리를 연상하기도 했다.
 
엄밀히 말해 이번 작품은 ‘국민 계몽 사건’ 시즌2다. 불과 2년 반 전에 시즌 1이 나왔었는데 벌써 까마득히 잊힌 듯하다. 시즌 1의 소재는 ‘여왕의 탄핵’이었다. 시즌 1, 2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권력에 대한 우리 관객들의 감식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 또 탐욕을 제어하기 힘든 속성도 갖고 있기에 이 ‘계몽 시리즈’는 아마 계속될 것 같다. 영원한 계몽. 시즌3 얘기도 벌써 나온다. ‘제3지대’ ‘여왕의 귀환’이 소재가 될지도 모른다.
 
계몽 시리즈의 포스터 문구는 이렇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 화려한 구호, 추상적 명분이나 이념, 패거리 진영 뒤에 감춰진 권력의 사적 탐욕을 잊지 말라는 의미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말은 서양의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도 유행했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일이다. 우리가 그런 시대를 살고 있나 보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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