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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핵 해법 ‘한·일 동반 핵무장’에 긍정적일 수도

[배명복의 사람속으로]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갖고 있다“며 ’6개월이면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갖고 있다“며 ’6개월이면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북핵 앞에 선 우리의 선택

북핵 앞에 선 우리의 선택

이창위(60)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5년의 산고(産苦) 끝에 출간한 『북핵 앞에 선 우리의 선택』이 화제다. 국제법을 전공한 학자가 쓴 국내 최초의 북핵 관련 저작(著作)이다. 이 교수는 국제법과 국제정치의 시각에서 핵확산 60년 역사를 정리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한·일 동반 핵무장을 통해 한·미·일과 북·중·러 6개국이 핵 균형을 이루는 것이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평화롭고 안정적인 한반도 및 동북아 질서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란 주장이다. 때마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의 주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17일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본사에서 이 교수를 인터뷰했다.
  

한·미·일 vs 북·중·러 6자 핵 균형
한반도·동북아 평화 질서 지름길

국민 과반수 이상이 핵무장 찬성
총선·대선 통해 컨센서스 모아야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무기 공유
핵무장 어렵다면 대안될 수 있어

6개월이면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 만들어
 
비건 대표가 공개적으로 한·일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한 진의가 뭐라고 보나.
“미국의 정책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대북 협상의 지렛대 내지 돌파구 차원에서 한 얘기 아닌가 싶다. 사실 한·일 핵무장 옵션은 이전부터 미국에 있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나 케네스 월츠, 존 미어샤이머 같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한국과 일본도 핵무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해 왔다.”
 
한국이나 일본이 핵무장 카드를 들고나오면 트럼프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나.
“핵 문제에 대해 트럼프가 뚜렷한 철학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 원칙적으로는 핵확산에 반대하지만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삼가고 있지만, 후보 시절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한·일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지금까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밖에서 핵개발에 성공한 4개국 중 북한을 제외한 3개국은 미국의 묵인 내지 협조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했다. 한국이나 일본의 핵개발은 이스라엘이나 인도, 파키스탄처럼 우호적 핵확산이란 점을 강조하고, 미국의 국방 예산과 안보 부담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고 설득하면 의외로 트럼프가 긍정적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본다.”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루기가 쉽지 않을 텐데.
“여론조사를 해보면 우리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핵무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온다. 지난 25년 동안 북핵 협상이 번번이 실패로 끝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핵무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총선이나 대선에서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도의 경우 핵무장을 공약으로 내건 인도국민당(BJP)의 아탈 바지파이 총재가 1998년 집권에 성공하면서 핵무장을 완성했다.”
 
핵무장을 하려면 NPT에서 탈퇴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NPT 제10조에는 ‘각 당사국은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과 관련된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至上)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도 핵 개발을 중단한다는 전제하에 이 조항을 근거로 탈퇴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이나 국제 관습법을 근거로 NPT의 이행을 정지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미국이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근거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할 때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핵무장을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한 한·미 원자력협정의 족쇄도 풀어야 한다. 미국이 원자력협정 개정에 동의해 줄까.
“미국의 동의는 핵무장의 대전제다. 한국의 핵개발을 허용키로 미국이 방침을 정하면 원자력협정 개정은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다. 냉전 시절 미국은 소련이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장차 일본의 핵무장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일본에 대해서는 재처리를 허용했다. 이미 확보한 플루토늄만으로 일본은 수천 발의 핵무기를 당장에라도 만들 수 있다. 6자회담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중·러·일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핵무기를 갖고 있거나 금방 가질 수 있는 상태다. 한국만 규제에 묶여 핵개발을 못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나.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갖고 있다. 길게 잡아도 6개월이면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핵개발을 허용한다면 미국은 당연히 일본을 먼저 고려할 것이다. 일본의 핵무장 없는 한국의 핵무장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일본이 먼저 핵무장에 나서야 한국도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얘긴데, 일본인들의 뿌리 깊은 반핵(反核) 정서를 고려할 때 그게 가능할까.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핵이 없어 중국에 종속되는 동북아 안보질서는 일본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핵무장에 대한 일본 사회의 컨센서스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이 핵개발에 나서면 국제사회의 엄청난 압박과 제재에 시달리게 되지 않을까.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경제제재는 불가능하다. 어차피 한국의 핵개발은 미국의 동의 하에 진행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중국의 반대와 반발은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경제보다 중요한 게 안보다. 선택의 기로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의 반대도 미국 쪽에 줄을 서서 공동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미국과 일본 편에 확실하게 줄을 서야 핵무장도 가능하고, 중국의 반대도 극복할 수 있다. 한·미·일 협력의 상징인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결정이 실책 중의 실책인 까닭이다.”
  
전술핵 재배치가 대북 억지력에 더 효과적
 
현실적으로 핵무장 어렵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무기 공유다. 한때 900개가 넘는 전술핵이 한국에 배치된 적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미국도 동의해 줄 가능성이 크다. 나토식 핵 공유를 채택한다면 미국 영토인 괌에 있는 전술핵을 한국과 일본이 장기임차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한·미·일 3국이 핵계획 그룹을 구성해 핵무기 정보와 관리·운용·사용에 관한 전략을 공유하고, 운반과 투하 훈련도 함께 하는 방식이다. 그렇더라도 최종적인 사용 결정권은 미국이 갖는다. 핵무장이라는 압박 카드를 갖고 있어야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 공유라도 얻어낼 수 있다. 그것도 안 되면 최소한 일본처럼 재처리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와 나토식 핵 공유 중 어느 것이 대북 억지력 확보에 더 효과적인가.
“전술핵 재배치라고 생각한다. 괌에 있는 핵무기보다 휴전선 바로 앞에 있는 핵무기에 북한은 훨씬 큰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남북한과 주변국 모두가 핵을 갖게 된다면 동북아의 핵전쟁 위험이 커지지 않을까.
“오히려 그 반대다. 자체 핵무장을 하거나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를 통해 한국과 일본도 핵을 갖게 되면 동북아 6자 간 상호확증파괴의 균형이 이루어져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에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질서가 자리 잡을 수 있다. 북한의 어떤 위협이나 공갈도 안 통하게 될 것이다.”
 
남북이 핵을 가진 상태에서 한반도 통일이 가능할까.
“독일이 통일될 수 있었던 것은 동서독을 제외한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 4개국 간 핵 균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6자 핵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남북한이 동시에 핵을 포기하면 통일은 오히려 더 쉬워질 것이다. 지금처럼 북한만 핵을 가진 상태에서는 통일이 될 수 없다. 남북 핵 균형이 이루어지면 문재인 정부가 열망하는 평화경제도 획기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bae.myungbok@joongang.co.kr
이창위 1959년 부산 출생. 동래고, 고려대 법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일본 게이오대 박사(국제법). 대전대를 거쳐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제해양법학회·해양법포럼 회장 역임. 주요 저서 및 공저로 『우리 눈으로 본 일본제국 흥망사』『국제어업분쟁 해결제도론』『영토분쟁과 국제법』『국제해양법판례연구』『유엔해양법협약해설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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