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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프리즘] 일본 극복, 언어생활부터

신준봉 전문기자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신준봉 전문기자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제목에서 칼럼 내용을 웬만큼 짐작하셨을 것 같다. 과거사 문제가 일본과의 경제 대결 양상으로 번진 지 두 달여. 일본 제품 사지 않고 일본 여행 자제하는 것도 좋지만 일본의 그림자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짙게 드리운 우리 언어생활도 이쯤에서 좀 돌아보자는 얘기다.
 

알고 보면 흔한 일본어 투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꾸자

사실 기시감 정도가 아니라 기억이 뚜렷할 정도로 일본어 투 용어 순화는 자주 우리의 관심사였다. 해방 직후부터 일본의 잔재를 씻어내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1990년대에는 일본어 투가 유난히 심한 건설 분야 용어들만 따로 모아 순화안을 만들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은 2005년과 2006년 연속 ‘일본어 투 용어 순화자료집’을 발표했다.(국립국어원 정희원 어문연구실장)
 
그런데도 여전히 쓰니까 문제, 적지 않은 경우 일본어 투인지도 모르고 쓴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가령 국민 끼니 격인 짬뽕이 일본어다. 우리식 표현은 초마면이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짬뽕을 굳이 초마면으로 바꿔 사용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워낙 우리말처럼 굳어져서다. 반드시 음식이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뒤섞을 때 짬뽕이라고 한다는 새 뜻도 추가됐다.
 
와사비·오뎅·우동은 짬뽕에 비하면 쉽지 않나. 일본어 투다. 우리 대응도 선명하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첫 화면 상단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들어가 검색창에 처넣으면 각각 고추냉이·어묵·가락국수로 바꿔 사용하라고 안내한다.
 
일본에서 유래한 한자어 문제로 일본어 투 청산이라는 숙제 범위를 넓히면 경제 갈등을 촉발한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만큼이나 해법이 복잡해진다.
 
우리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주로 학문 영역의 한자어들, 가령 철학·주관·객관·이성·예술·문학·심리·과학·기술·권리·의무, 이런 어휘들이 모두 일본에서 왔다. 일본에서 서양학문 도입의 선구자로 꼽히는 19세기 사상가 니시 아마네가 만든 말들이라고 한다. 인터넷 두드리면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통령·총리·장관 같은 행정용어도 뿌리가 일본이라고 한다. (권재일 한글학회장·서울대 명예교수)
 
이런 말들은, 일본이라는 창을 통해 근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과거 우리의 딱한 처지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얄미운 친구 같다. 그렇다고 이 말들을 버릴 수 있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사실을 알고나 쓰자, 이런 수준의 대응이 최선일 거다.
 
그래서였을 텐데, 국립국어원은 2015년 ‘일본어 투 어휘자료 구축’이라는 용역보고서를 공개했다. 어떤 한자어가 일본어 투인지 알고 싶어 하는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연구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한·중·일 용례 비교를 통해 500개가량의 한자어 뿌리가 일본이라고 판정했다. 국어원 검색창에 ‘일본어 투’라고 처넣으면 보고서가 나온다. 놀라울 정도로 일본산 한자어가 많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옥석을 구분해야 하나. 어떤 기준으로 계속 사용하는 일본어 투, 바꿔 써야 하는 일본어 투를 가르냐는 말이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나.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 온 말이기 때문에 바꿔 쓰려 하기보다 소통에 무리 없는지가 먼저다. 누가 들어도 일본어 표현이 명백하고 소통에 방해가 된다면 개선해야 한다.”(국립국어원 박주화 학예연구사)
 
“대통령·총리 같은 용어를 바꾸자는 데 동의 못 한다. 일본을 통해 잘못 전해진 영어나 한자어, 가령 리본 커팅의 잘못인 테이프 커팅, 시체(屍體)의 잘못인 사체(死體 ) 같은 표현은 바로잡자.”(권재일 한글학회장)
 
경청할 만하다. 우동·오뎅·와사비부터 바꾸자. 곧 한글날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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