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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판도라 상자 연 ‘킬러 드론’…수백㎞ 밖 요인 암살

[SPECIAL REPORT] 중동 유전 테러, 드론의 공포

일러스트=이정권 gaga@joongang.co.kr

일러스트=이정권 gaga@joongang.co.kr

지난해 8월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었다. 갑자기 연단 인근 공중에서 "쾅-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행사를 촬영하던 카메라가 흔들리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와 정부 고위 인사들이 놀라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순간 경호원들이 방탄장비로 마두로 대통령을 에워싸는 장면도 포착됐다.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였다. 이날 테러 공격에는 드론(무인기) 2대가 사용됐다. 한 대는 연단 인근의 경호부대에 의해 격추됐고, 다른 한 대는 인근 건물에 충돌한 뒤 폭발해 마두로 대통령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연단 주변에 있던 군인 7명이 다쳤다. 이 드론에는 C4 폭발물 1㎏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직후 한 반정부단체가 자신들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사우디 유전시설 공격 드론 10대
대당 1000만~2000만원이면 제작
상업용 구입해 ‘자폭용’ 개조 가능

GPS 활용 저공 비행, 레이더 피해
“순항미사일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자주 대공포 ‘비호’ 등 관심 집중

과거에는 요인 암살을 위해 주로 총기나 휴대용 폭발물 등을 사용하는 2차원적 공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테러 단체가 드론을 활용해 3차원적 공중 공격까지 벌이면서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요인 암살뿐 아니라 무기화된 드론은 특히 고정 시설물을 공격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지난 14일 새벽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은 이를 잘 보여준다. 공격에 이용된 드론 10대는 700~1000㎞를 날아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상태다. 현지에서는 예멘 반군이 자체 제작한 ‘삼마드’ 계열 드론으로 추정한다. 삼마드는 전·후방 날개 길이가 1m 안팎으로 대당 1000만~2000만원이면 만들 수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미국은 예멘 후티 반군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이란이 제작한 무인기 아바빌(Ababil)을 개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바빌은 총 중량 80㎏ 내외, 최대 속도 시속 370㎞다. 이와 관련,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페이스북에 “이란이 제작한 아바빌 원형이 (비행거리) 700㎞ 내외임을 고려하면 후티 반군은 아바빌의 탑재 중량을 줄이고 연료를 더 주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예멘 후티 반군은 전 세계 무장집단 중 무기화한 드론을 테러 공격에 가장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티 반군은 올 1~8월 사이에 ‘콰세프(Qasef)-2K’(비행거리 120㎞ 안팎의 단거리 무인기)라는 공격용 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브하 공항, 아람코 석유시설 등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왔다.
 
테러나 암살에 이용되는 드론이 무서운 점은 예멘 반군이 이용한 것보다 훨씬 작은 취미용 드론까지도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이슬람 수니파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연합군의 모술 탈환 작전에 맞서 소형 ‘쿼드콥터’(회전날개가 4개 달린 드론)를 이용했다. IS는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업용 드론을 산 뒤 수류탄을 장착한 자폭용 ‘킬러 드론’으로 개조했다.  
 
중국 청두항공기공업그룹이 개발한 공격용 드론 ‘윙룽(翼龍)2’. 미국이 리퍼 등 대형 드론의 수출을 금지하자 파키스탄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윙룽2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중국 청두항공기공업그룹이 개발한 공격용 드론 ‘윙룽(翼龍)2’. 미국이 리퍼 등 대형 드론의 수출을 금지하자 파키스탄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윙룽2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군사 전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자유기고가 최현호씨는 “IS는 배드민턴 공에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깃털을 소형 폭탄에 달아 사용했다”며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에서 상업용으로 이용되는 배터리를 장착한 드론은 비행거리가 몇 ㎞에 불과하지만, 개조를 통해 내연기관을 갖추면 수백 ㎞ 밖에 있는 목표물까지 날아갈 수 있다. 그는 “무기화한 드론은 순항미사일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비용도 크게 들지 않을 뿐아니라 빠른 속도로 저공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 포착이 어려워 상당히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드론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운용할 수 있다. 이착륙하는 민간 여객기에 드론을 날려 충돌시키거나 원자력발전소의 변전소에 떨어뜨려 화재를 일으키는 방식의 공격도 가능하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인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인공지능(AI) 로봇’으로 드론을 지목하는 군사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안티 드론’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영국 국방성은 지난해 12월 소형 드론의 침입으로 마비됐던 런던 개트윅 공항에 이스라엘 기업 라파엘이 개발한 드론 방어시스템 ‘드론 돔’을 배치했다. 0.002㎡ 크기의 표적까지 탐지할 수 있는 초정밀 레이더로 16㎞ 이내의 소형 드론을 잡아낸다.
 
탐지한 드론을 막는 방식은 크게 소프트킬과 하드킬로 나뉜다. 소프트킬은 드론에 방해전파를 발사해 조종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저렴하면서 효율적이기 때문에 미국 드론실드의 ‘드론 센트리’, 독일 디드론의 ‘드론 트래커’ 등이 이런 방식을 활용한다. 미군은 소총처럼 병사들이 조준해 사용하는 ‘드론 디펜더’라는 장비를 도입했다. 문제는 전파를 교란하면 드론과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다른 통신 장비도 교란된다는 점이다. 또 GPS 등을 이용해 자율비행하는 드론에는 무력하다는 한계가 있다.
 
국산 ‘비호복합’ 같은 단거리방공시스템(SHORAD)으로 직접 드론을 격추하는 하드킬 방식도 있다. 미국에서는 레이저로 드론을 타격하는 ‘드론 다우너’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개발과 운용에 비용이 많은 드는 게 문제다. 드론이 떨어질 때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오픈웍스는 그물탄을 발사해 드론을 포획한 후 낙하산을 이용해 천천히 떨어뜨려 피해를 막는 ‘스카이월’을 선보였다.
 
고성표 기자, 김여진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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