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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자리를 지키지 않는 감시병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당시의 위기는 인간의 행동과 무대책의 결과이지, 천재지변이나 컴퓨터 모델 문제가 아니다. 셰익스피어를 인용하자면 잘못은 저 별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 ’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위기조사위원회는 위기가 발생한 원인을 광범위하게 조사ㆍ분석해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보고서 결론의 핵심이 위 문장입니다. 
 
심혈을 기울인 조사의 결과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아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밑바탕에는 의미심장한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방심하면, 곧 감시병의 역할을 제대로 안 하면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이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반도체 등 소재·부품 연구 현장을 둘러본 뒤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임명 후 처음 국무회의에 참석한 조국 장관(오른쪽)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김현미 국토부·박능후 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반도체 등 소재·부품 연구 현장을 둘러본 뒤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임명 후 처음 국무회의에 참석한 조국 장관(오른쪽)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김현미 국토부·박능후 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한국 사회가 ‘조국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조국 용광로에는 이념, 계급, 세대라는 쇳물이 엉키면서 갈등의 불꽃이 들끓고 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쏟아진 의혹의 시시비비는 분명하게 가려져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하면 됩니다.  
 
문제는 아무리 중요한 정치적 이슈라 하더라도 여야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과잉 질주는 사회의 건전한 감시 및 경보 기능을 약화한다는 점입니다. 이 대목에서 돌아봐야 할 분야가 경제입니다. 경고등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경고등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지, 아니면 불이 들어온 줄 모르는지 조국 정국에 혼이 빠져 벼랑 끝 대치만 계속할 뿐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국민에게 근거 없는 불안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되겠지만 턱없는 낙관은 더 위험합니다. 지난해 바닥을 기었던 일자리 통계와 비교해 최근 숫자가 개선됐다고 ‘올바른 방향’을 주장했다면 실망스럽습니다. 
 
정부는 재정 확대라는 카드를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랏돈 풀기는 용도와 시기, 규모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지 않는 한 단기 응급 처방에 그치고,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청은 20일 국가통계위원회를 열고 최근의 경기 정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3분기였고, 이후 경기 하강세가 계속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강세는 24개월 이어졌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돼 역대 최장 기록을 깰 것 같습니다.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지뢰밭 투성인데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제 역할을 다하는 감시병을 찾기 힘듭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한 마디는 그래서 정신 번쩍 들게 합니다. “모두가 총력대응을 해도 헤쳐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된 것 같습니다.”
 
안팎으로 경제 환경이 엄혹해집니다. 급속히 냉각될 우려도 큽니다. 이런 사실을 정치권도 잘 알 터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조국 일병 '구하기와 무너뜨리기' 싸움판만 있을 뿐입니다. 건전한 비판과 건설적인 정쟁은 필요합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본분을 지켜야 합니다. 
 
한국 경제는 활기를 잃고 성장판이 닫히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리를 지키는 감시병’이 필요한 때입니다. 위기는 대비할 땐 오지 않습니다. 회피할 때 오는 법입니다. 여야는 이제 민생에도 눈을 돌려야 합니다. 감시병이 제 역할을 못 하면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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