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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또 의심신고, 확산 조짐···범인은 임진강 축산용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추가 의심신고 2건이 접수됐다. 의심신고가 접수된 농가에서는 3마리가 폐사했다. 아직 확진 판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17일 발병 이후 나흘 만에 3번째 의심 신고가 나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급속히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진 결과는 20일 오후 나올 예정이다.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파주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 살처분을 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파주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 살처분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과 파평면 농장에서 돼지 3마리가 폐사해 해당 농장주가 각각 이날 7시 20분과 8시 40분 신고했다. 적성면 농장은 돼지 3000여 마리를, 파평면 농장은 42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두 농장 모두 2차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군 농가에서 각각 9㎞와 7.4㎞ 떨어져 있다.
 
방역 당국은 확진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해당 농가가 기존에 ASF 확진 판정이 내려진 농가 간 역학관계가 있는지 등 정밀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뚜렷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ASF 발생 3가지 요인 가능성 희박

현재까지 정부가 추정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ASF가 발생한 지역을 다녀온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다. 이미 ASF가 확진된 파주와 연천 농가에는 네팔 출신 노동자 각 4명과 스리랑카 출신 1명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장주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 모두 ASF 발병 지역을 여행한 적이 없어 이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네팔ㆍ스리랑카 모두 ASF 발병 지역은 아니다.
 
또 해당 농가 모두 사료만 이용한 것으로 조사돼, 잔반 급여로 인한 감염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ASF의 경우 바이러스를 가진 돼지 등과 직접 접촉해야 한다”며 “1·2차 발생 농가 모두 멧돼지를 막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고, 현재까지 북에서 넘어온 멧돼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멧돼지가 비무장지대(DMZ) 철책을 뚫고 내려오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임진강 축산용수 등 제3의 감염 경로 주목 

환경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북측에서 남측으로 흘러오는 하천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19일 경기도 연천군의 ASF 발생 양돈농가 인근에 있는 사미천의 모습. [연합뉴스]

환경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북측에서 남측으로 흘러오는 하천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19일 경기도 연천군의 ASF 발생 양돈농가 인근에 있는 사미천의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제3의 감염 경로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임진강을 통해 멧돼지 사체나 분뇨 등이 유입됐을 가능성이다. 전(前) 북한 평안도농촌경영위원회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연이어 국경지대에서만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되며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특히 8월 초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접경지대에 많은 비가 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진강을 매개로 한 유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해당 농장들의 축산용수 이용 실태 등도 점검해야 한다는 게 조 연구위원의 말이다. 
 
실제로 ASF가 확진된 파주 농장은 임진강과 인접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직선거리로 5.2㎞ 떨어져 있다. 연천 발생 농장도 임진강에서 불과 2㎞ 떨어져 있다. 연천 농장은 북한과 이어진 사미천과는 약 1㎞ 거리에 있다. 사미천을 따라 4㎞만 상류로 올라가면 DMZ가 나타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신고된 파주시 파평면과 적성면 농장도 임진강과 10㎞ 이내 거리에 있다. 
 
ASF 바이러스의 생존력은 강하다. 실온의 혈청 내에서는 18개월, 냉장고에서는 6년을 견디고 37℃의 혈액 내에서는 1개월간 살아남는다. 냉장 돼지고기에서는 최소 15주, 햄ㆍ소시지 등 가공품에서도 3~6개월 감염성을 유지한다. 70℃ 이상 온도에서 30분 넘게 가열해야만 감염력이 사라진다. 조 연구위원은 "축산방역 구조가 폐쇄적인 북한이 5월 국제기구에 ASF 발병을 신고한 것은 그만큼 북한에도 질병이 널리 퍼졌다는 것"이라며 "축산 환경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포르투갈ㆍ스페인 등 국가도 퇴치에 40년이 걸린 만큼, 향후 축산 안보 관점에서 북한과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로 북상 중인 태풍 ‘타파’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태풍이 많은 비를 뿌릴 경우, 발생 지역 인근 하천 수위가 높아지거나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태풍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별도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ASF가 확진될 경우 농가를 출입한 차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농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SF가 확진된 파주ㆍ연천 농가를 방문한 차량은 전국 총 507곳이다. 두 농가 간 직접적 역학관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잠복기가 4~19일임을 고려하면 향후 3주간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현장 방역 조치가 안이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극도의 긴장감을 갖고 지속적인 방역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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