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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②] 박정민 "재능없는 능력치 들통날까 걱정…늘 불안해요"


'한결같다'는 말의 정석이다. 달라진건 20kg 폭풍 감량으로 인한 슬림한 비주얼 뿐. 라운드 인터뷰가 팽배한 시대 일대일 인터뷰를 고집해 기자들의 반색을 자아내는 것도, 여전히 '배우 박정민'보다 '자연인 박정민'의 분위기를 더 많이 풍기는 특유의 매력도, 1년이 지나 만나든 3년이 지나 만나든 박정민(32)은 그대로의 박정민을 간직하고 있다.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남자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면서 가졌던 취중토크 이후 딱 3년만에 다시 만난 박정민이다. 같은 의상을 입고 왔나 싶을 만큼 비슷한 네이비색 후드티가 먼저 눈에 띌 정도로 박정민 스스로는 변화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배우 박정민의 인지도는 분명 달라졌다. 충무로가 주목하는 샛별에서 한 영화를 이끄는 어엿한 주연으로 자리매김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원체 평범하잖아요. 막 돌아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봐요" 거리낌없는 솔직함도 재주다.

차근차근 성장해 '3대 타짜' 자리까지 꿰찼다. 수 많은 고민 끝에, 수 없이 많은 조언과 응원 속 손에 쥔 카드다. 해야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들으면서 해야 할 이유를 찾아 설득했다. 운명처럼 받아들인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연기 단 하나로 승부수를 띄우는 박정민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케 했고, 더 나아가 '섹시하다'는 평까지 이끌어냈다. 고개를 젓고, 손사레를 치며 "착시효과다"고 학을 뗀 박정민이지만 보여지는걸 무시할 순 없다.

지금의 박정민을 만들어낸건 노력이 8할이다. 감독들이 앞다퉈 찾는 배우가 됐지만 정작 박정민은 '왜 나에게 영화를 같이 하자고 하지?'를 고민하고 있다. 신기루 같은 상황에 찾은 나름의 방법은 '증명'이다. 잘하고 싶어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무조건 열심히 하고 매 순간 불안함과 전쟁을 치른다. "네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이미 증명이다. 너무 증명하려고 애쓰지 말고 괴로워하지 말아라" 선배 권해효의 조언은 그래서 박정민의 가슴에 콕 박혔다. 박정민을 애정하는 이유? 박정민 그 자체다.

영화계 애정의 중심에 있는 박정민이기에 탐내는 이들도 많아졌다. 최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박정민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꽤 높은 이슈였다. 하지만 박정민은 보란듯이 현 소속사와 재계약을 채결했고,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선배 황정민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안정적으로, 흔들림 없이 다음 행보에 대한 계획만 세워나갈 뿐이다. "부모님도 '소속사 옮길 생각 말아라' 대놓고 말씀하세요. 정민이 형을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제 마음도 같아요."

박정민의 현 뇌구조를 정리하면 크게 '책방'과 '타짜: 원 아이드 잭'으로 나뉜다. 절친한 친구와 함께 차린 책방에서 일이 없는 날이면 과장을 조금 보태 삼시세끼를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이거 우리 책방에서 제일 잘나가는 술인데! 맥주가 아주 맛있더라고요." 연결고리만 있으면 기승전'책방'이다. 빼곡한 스케줄로 인해 맛있는 맥주는 입만 댈 수 밖에 없어 더 아쉬웠던 시간. 3년 후엔 '책방 취중토크'를 조심스레 권한다.

※취중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요즘 청춘의 아픔을 담고 있죠. 연기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 주변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그들은 특별하지 않아요. 평범한 아이들이 거기 가서 공부를 하는 건데, 잘 안 되는 거죠. 공부를 하다가 잘 안 돼서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친한 친구도 있고요. 평범한 사람으로 시작해서 그 사람이 도박판에 왔을 때 변한 모습을 잘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평범한 걸로 치면 저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잖아요. 그래서 감독님이 절 캐스팅하신 거 같기도 하고요."

-본인이 평범하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네요.
"그럼요. 당연하죠. 진심으로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렇게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어디까지 해야 사람들이 날 알아볼까'라고 생각해요. 제가 길을 다니면 마주치는 많은 분들이 아마 제가 나온 영화를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절 알아보시는 분들은 없어요. 제가 특출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고, 지나갈 때 쳐다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눈길을 끄는 사람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잘 못 알아봐요. 비극적이라고 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말이죠. 어떻게 보면 편해요. 일은 열심히 잘 하고 있고, 제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평범하다고 하지만 영화계에서 입지가 놀랍도록 단단해졌죠.
"확실히 이전보다는 역할이 커지고 일도 많이 하고 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하고 있지?'라고 스스로 물어보면 답은 잘 모르겠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건 기분이 좋은 일이죠. 근데 진짜 잘 모르겠어요. '왜 이분이 나한테 영화를 같이 하자고 하지? 왜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예요. 잘 하고 싶으니까,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하고 또 하죠. 증명하려고요. 신기루 같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권해효 선배님이 저한테 하신 말이 깊이 남아요. '누군가가 캐스팅을 한 건 네가 과거에 했던 것들을 보고 너를 데려다놓는 거다. 네가 미래에 할 것을 알고 데려다 놓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해온 것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네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증명이다. 증명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마라. 괴로워하지 말아라' 제가 절 갉아먹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셨나봐요. 증명하려고 뭔가를 낭비하지 말라는 말을 새겨들었어요. 쉽진 않겠지만 해봐야죠."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가 있나요.
"불안해서요. 제가 제 자신을 못 믿어요. 제 능력치는 어쩌면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거잖아요. 들통날 것만 같고, 그래서 불안해요. 진심이에요. '나는 저 친구들만큼 재능있는 사람이 아닌데. 언제 어떻게 들통날지 모르는데' 싶은거죠. 제가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역사는 저만 알아요. 그 과정에서 나와 그 순간을 위해 거짓말을 얼마나 많이 했으며, 남을 속이기 위해 어떤 애를 썼는지 나는 아니까. 그런 것들이 쌓이니까 불안하죠. 사실 이런 고민을 저만 하고 있는 건 아닐 거예요."

-주변에서 쓴소리를 해주는 분들도 있나요.
"김의성·고아성이요.(웃음) 진짜 많이 해요. 좋은데, 너무 또 쓴소리만 하니까. 이제 제발 그만해! 하하하. 근데 저도 똑같이 해요. 상부상조하죠."

-이젠 배우 박정민을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도 있어요.
"진짜요? 그런 분이 있나요? 거짓말!(웃음)"

-배우의 영향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향력이 있죠.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건 좋은 현상이고요. 근데 선의가 선의로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역사적으로도 늘 그래 왔고요. 그래서 그냥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제 성격상 티를 많이 내지는 못하지만 진심을 진심으로 봐주는 사람들에게는 통할 것이라 믿어요."

-'타짜: 원 아이드 잭'을 보고 어린 팬이 '타짜가 되고 싶어요'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어우, 큰일나요! 일단 '부모님 어디 계시냐'고 물어 봐야죠. 도박 근절 광고라도 찍어야 할까요? 하하하. 잘 타일러서 보내지 않을까 싶네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어린 친구가 찾아와 '감독님 같은 영화 감독 되겠다'고 했더니 혼내면서 보냈대요. 저도 그래야겠어요. …근데 우리 영화 어린 친구들은 못 보잖아요. 순간 너무 심각하게 고민했네요.(웃음)"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나요.
"멋이 있어야 하는 인물이잖아요. 개인적으로 멋을 내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요. '자연인 박정민'의 거부감이요. 그래서 처음엔 애를 먹었어요. 하지만 배우가 인물과 편해지고 촬영 현장도 편해지면 결국 되더라고요. 내가 나를 믿고 주변 사람들을 믿게 되니까요. '이런 것도 하다보니 되네? 나 이런 것도 해보네?'라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물론 다시 하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지만.(웃음)"

>>[취중토크③] 에서 계속

조연경·박정선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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