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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희연 서울교육청 점거한 전교조 "기초학력평가 철회"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위원들이 서울시교육청 11층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내년에 초3과 중1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위원들이 서울시교육청 11층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내년에 초3과 중1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집행위원들이 서울시교육청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초3·중1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전교조는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며 반대해왔다. 전교조 등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의 반발에도 시교육청이 진단검사 계획을 철회하지 않자 항의 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서울교육청, 내년 초3·중1 기초학력 진단검사 도입
"학생의 기본역량 보장은 공교육의 기본 책무" 강조
전교조 "사실상 일제고사로 줄세우기" 철회 요구

2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위원이 19일 오후 5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초학력 진단검사 시행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곧바로 11층 교육청 식당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전교조는 "시교육청이 시행한다는 진단검사는 사실상의 일제고사로, 줄세우기와 낙인효과 등 교육적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검사 결과가 학교 밖으로 유출될 경우 강북·강남의 비교, 학급별 순위까지 매겨지며 지역·학교·개인별 낙인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일률적인 잣대로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전교조 입장에 동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시행하려는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5일 '2020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의 일환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당시 시교육청은 "초3과 중1은 학습 난도가 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기초학력에 대한 조기 진단이 필요하고, 진단에서 누락된 학생들에게는 학습능력 신장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초3은 읽기·쓰기·셈하기 능력을, 중1은 여기에 더해 국어·영어·수학 교과학습능력을 평가한다.
  
진보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일제고사' '서열화'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진단검사를 시행하려는 것은 서울의 초·중·고교생 기초학력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교육부가 2016년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중3과 고2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6%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 등이 포함된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발표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 등이 포함된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발표했다. [뉴스1]

조 교육감은 진단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배움의 속도가 달라도 모든 학생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 역량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 공교육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배움이 느린 학생들이 학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전문적으로 돕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은 갖춰야한다. 한글로 된 기본 문장을 이해하고, 영어로 단문을 읽을 수 있으며, 분수를 계산할 수 있도록 책임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진단검사=일제고사"라는 전교조와 이재정 교육감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화성 서울시교육청 중등과장은 "모든 학생이 같은 날, 동일한 검사지로 시험을 치르는 게 아니다"면서 "시교육청은 3월 안에 치르는 것을 권고할 뿐이고, 학교별로 원하는 시기를 정하고 검사지도 유형이 다양해 학교별로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단검사는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을 활용해 실시하는데, 초3과 중1 진단도구는 각각 여섯 가지다. 평가 방식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선택 가능하다.
 
서열화 논란에 대해서도 "진단검사의 목표는 학습의 깊이를 상대평가하려는 게 아니다"면서 "개선 가능한 인지적인 문제가 있다면, 조기에 발견해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학생간 실력 차이를 견주는 시험이 아닌만큼 줄세우기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건 과도하다는 것이다.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의 진단검사 도구. [서울교육청 제공]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의 진단검사 도구. [서울교육청 제공]

학부모들도 시교육청의 진단검사 도입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초5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명숙(45·서울 도봉구)씨는 "아이의 객관적 실력을 평가할 기회가 없어 답답했다"면서 "중학교에 입학해 진단검사로 혹시 모를 학습적 문제를 발견해 해결할 수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일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임지영(44·서울 강서구)씨는 "그간 사교육업체를 통해 진단평가를 받고, 전국 석차를 파악해왔다"며 "시교육청이 기초학력 보장뿐 아니라 학력 신장을 위한 전국단위 학력평가 도입도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이미 학교 차원에서 학업부진 학생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는 등 노력을 하고 있어 시교육청의 진단검사 도입에 큰 반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진단검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게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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