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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청구 10년 전에 비해 2배 증가...“증거 못 찾으면 무죄 나와”

서울시 구로구의 한 디지털포렌식 전문 업체에 있는 스마트폰 분해 기기. 김민상 기자

서울시 구로구의 한 디지털포렌식 전문 업체에 있는 스마트폰 분해 기기. 김민상 기자

“개인 휴대폰이나 컴퓨터 확보가 수사의 관건이다.”
 
달라진 검찰의 수사기법에 대해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의 수사 접근법에 변화가 생긴 건 진술에만 의존하면 무죄가 나온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물증이 있어야 기소가 된다는 생각에 압수수색 영장청구 사건 수가 덩달아 늘었다. 
 

압수수색 청구 건수, 10년 만에 2배 증가

 
대법원이 펴낸 ‘2019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은 총 25만720개다. 판사가 직권으로 발부한 영장을 제외한 영장 청구사건(구속·체포·감호·압수수색 영장 등을 포함)은 총 39만3931건. 압수수색 영장은 이 중 60%를 차지한다.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 상자를 옮기고 있다. [뉴스1]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 상자를 옮기고 있다. [뉴스1]

압수수색 영장 청구사건은 10만5720건이던 2009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전 해인 2017년과 비교하더라도 약 5만 건이 늘었다. 반면 2018년도 구속영장 청구 사건은 약 3만 건으로 2017년도에 비해 5000건이 줄었다.
 
압수수색 영장청구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증거 중심 재판 ▶디지털 증거 분석 기술의 발전 ▶증거능력 인정에 엄격해진 재판부 등이 있다.
 

‘진술’ → ‘증거’ 중심 재판으로의 변화

 
법조계는 인신구속을 통한 진술 위주의 수사에서 증거 위주 수사로의 변화가 압수영장청구 사건이 늘어난 이유로 보고 있다.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로 가면서 검찰도 진술에 의존하기보다 범죄 증거를 확보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검찰이 증인이나 참고인의 진술이 아닌 객관적 물증 확보를 통한 범죄 입증에 주력하다 보니 압수수색 청구 건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검찰 자료사진. [연합뉴스]

검찰 자료사진. [연합뉴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 타이밍에 따라 수사의 성패 여부가 갈린다고 봐야 한다”며 “타이밍 놓치면 수사 망가지는 게 순식간이다. 최대한 빨리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혜 변호사(변호사 이승혜 법률사무소)는 “제대로 된 물증이 있어야 기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압수수색 신청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증거 확보가 관건

 
전문가들은 물증 중심의 수사기법이 디지털화된 생활에 따른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개인의 생활이 휴대폰과 컴퓨터 안에 다 들어있어 증거 또한 남아있단 뜻이다.
 
형소법학회장인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휴대폰 및 컴퓨터 등에 모든 물증이 다 들어있어 수사를 시작하면 일단 이것부터 확보하는 게 새로운 수사기법이 된 것 같다”며 “디지털 정보가 수사자료로 매우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개인 휴대폰과 컴퓨터만 확보하면 수사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김광삼 변호사(법무법인 더쌤)도 “디지털 증거에 대한 분석 기술이 좋아지면서 휴대폰이나 컴퓨터의 자료를 복원해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2017년에는 20만 건 돌파...‘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이 원인?

 
몇몇 전문가들은 압수수색 청구 건수 증가는 증거능력 인정에 엄격해진 법원의 입장에 대한 대비라고 지적했다. 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수사가 시작되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를 재판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원의 문제의식이 강해진 데에 대한 대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는 판사들은 핵심 증거자료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를 압수한 절차와 증거능력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이 대대적으로 시작되며 재판부가 증거능력에 대해 더욱 엄격해졌다”며 “기각될 경우를 생각해 영장 신청 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시작된 2017년에는 영장청구 건수가 처음으로 20만 건을 돌파했다. 반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2014년도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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