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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0 양승호·전창진 대담]②눈높이·고참·그리고 선입견…그들이 말하는 '리더십'

양승호 전 감독(왼쪽)과 전창진 KCC감독이 일간스포츠와의 창간50주년 기념인터뷰를 위해 서울 청담동의 한 골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양승호 전 감독(왼쪽)과 전창진 KCC감독이 일간스포츠와의 창간50주년 기념인터뷰를 위해 서울 청담동의 한 골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한여름 무더위가 아직 한창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강남의 골목길에서 두 명의 지도자가 손을 맞잡았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오래 몸담았던 야구계를 떠난 ’야인’ 양승호(59) 전 롯데 감독, 그리고 오랫동안 떠나있던 농구코트에 우여곡절 끝에 복귀한 전창진(56) 전주 KCC 감독이었다. 각각 야구계와 농구계에서 지도자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이들은 절친한 선후배인 동시에 한순간 '밑바닥'으로 추락했던 경험을 공유하는 사이다. 일간스포츠는 창간 50주년을 맞아, 지도자로서 가장 뜨거웠던 온도를 지녔던 두 사람이 마이너스의 시간을 지나 0도의 경계에 선 지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서로 허심탄회하게 나눈 이야기들인 만큼 질문과 답이 아닌 두 사람의 대담 형식으로 풀어냈다.

 





양 = "맞춤형 리더십도 필수입니다. 지금 20대 초반과 수 년 전 같은 나이 대 선수는 성향과 문화가 다릅니다. 19살과 대화를 하면 19살, 30살과 대화를 하면 30살에 맞는 대화 방식이 필요하죠. 이제야 모바일 메신저를 쓰기 시작했다고 으스대는 지도자도 있더라고요. 올해로 제가 예순이지만 때로는 20대 초반 선수들이 쓰는 문체까지도 맞춰 줍니다. 받침 규칙을 초월하는 문장을 답문으로 보내죠. 감독을 편하게 대하면 속내도 털어 놓게 마련이죠."

전 = "같은 생각입니다. 오랜 만에 현장에 복귀하니 가늠이 어렵더군요. 젊은 선수들은 과거와 달리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피력합니다. 지도자 고집대로 끌려가는 시대가 아닙니다. 저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겼죠."

양 = "결국 소통 강화죠."

전 = "맞습니다. 어쨌든 감독이 팀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시대가 변했으니 방법을 바꿔야 했죠. 어린 선수들과는 놀이 문화를 함께 해보려고 했습니다. 중고참급 선수들과도 진지한 대화를 많이 했죠. 이전에도 8시간 동안 워크숍을 진행하며 시즌 구상이나 훈련 방식 그리고 제가 선수들에게 바라는 자세를 전했어요. 이번에는 제가 늦게 감독으로 선임되는 바람에 간소화 했습니다. 개인 면담을 늘렸죠. 그 시간이 훈련만큼이나 중요했습니다."

양 =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외적 환경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유튜브가 대세인 시대입니다. 선수들이 더 큰 리그의 경기 영상을 찾아보면서 견문을 넓히고 있죠. 감독이 공부하고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선수 활용법과 전술에서 바닥이 드러나는 시대라는 얘기입니다."

 

전 = "작년에 KCC에서 기술 고문을 하면서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선수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패턴을 알려주지 않으면 무시를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죠. 감독이 밀어 붙인다고 따라오는 시대가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소통 부재를 겪으면 선수와 멀어질 수 밖에 없겠더라고요."

양 = "선수 개인의 감정을 들여다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 년 전에 롯데 외야수 전준우가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걱정이 컸죠. 휴가를 줬습니다. 애초에 선수 한 명 빠진다고 지는 야구는 문제가 있는 것이고요. 이럴 땐 유연해야 합니다. 내 기억에는 (전)준우가 복귀 뒤 맹타를 친 것으로 기억해요."

전 = "맞습니다. 선수 사이 관계에 리더가 나서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농구는 좁은 코트에서 움직이는 종목이다 보니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플레이에 바로 드러납니다. 골이 깊어지면 감독이 나서 팀을 위한 적합한 선택을 해야 하죠.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도 고려한 부분입니다."

양 = "미디어와 팬들의 시선을 헤아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전 = "저도 연습 경기를 치르다가 배웠습니다. 멀리서 경기를 보시던 최형길 단장님께서 ’경기 중 욕설은 NO, 임마까지는 OK’하고 문자를 보내셨더라고요."

양 = "과거 방송 중계 화면을 통해 종종 전 감독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조금 더 친한 사이였더라면 저도 최 단장과 같은 조언을 했을 것 같습니다."

전 = "제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농구팬은 더 불쾌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이제는 저도 달라져야죠."


◇ 비난 속에서도 지켜 나가야 할 ’지도 철학’

양 = "편향된 소통도 위험합니다. 특정 선수만 칭찬을 하면 나머지 선수는 감독에게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요. 심지어 몇몇 스타 플레이어는 그저 자기가 잘 나서 고액 연봉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고 생각하죠. 아직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이전보다 기량이 떨어진 선수의 손을 잡아주고 끌고 가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야구도 농구도 스타 플레이어 한, 두 명만으로 이길 순 없으니까요."

전 = "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고참 선수들 말입니다. 연봉도 높고 팀에 미치는 영향력도 강하잖아요. 그런 선수들이 잘 못해, 그러면 감독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요."

양 = "고참으로서 팀을 못 끌어간다면 2군으로 보내야지요. 선수는 안 가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타협을 하는 게 감독이 할 일이죠."

 

전 = "저도 그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타협해야하는 상황까지 안 끌고 가는 거라고 생각하죠. 미팅을 통해 불만을 해소하거나, 부족하면 연습을 더 시키거나. 팀을 위해 희생해야하는 부분들을 강조하고, 문제가 아예 생기지 않게끔 노력하는 편입니다. 사실 선수 한 명이 압도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아버리면 다른 선수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그런 현실이 안타깝죠. 연봉 많이 받는 선수가 그만큼 활약해주면 좋겠지만 사실 감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 아닙니까."

양 =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면담을 하고 선수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합니다. 고참 선수가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예우는 해주는 거죠."

전 = "배려, 희생. 고참일 수록 그런 부분들이 중요하죠. 저는 그 중에서도 희생과 인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그 선수들이 지도자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예요. 선수 시절에 최고 연봉을 받았다고 해서 나중에 지도자 되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코치부터 시작해서 팀을 배려해야하고, 자신을 희생해야하는 시기를 겪어봐야한다고 봅니다." (리더십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전 감독은 잠시 말을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잘못 살았죠. 철이 없었습니다. 원래 저는 강한 이미지였잖아요. 그게 가장 컸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제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 감독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대중들에게 제 이미지는 이미 승부조작을 했다는 걸로 굳어져버렸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한 명이라도 더 나를 인정할 수 있게끔 내가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야 하고 싶은 것도, 꿈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양 = "가장 중요한 건 팬들이지요. 구단이 아니라 팬들이 중요합니다. 사실 감독은 구단이 내리는 결정이지만, 어디까지나 팬들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거고 또 감독들도 팬들을 먼저 생각해야하고. 그런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전 = "사람들이 싫어하는 걸 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해요. 그러다보니 제약도 큽니다. 제가 경기에서 이기다가 역전패를 당했다고 생각해보세요. 다음날 무슨 댓글이 달리겠습니까. 저는 이미 주홍글씨가 있는 감독이라 그게 힘들어요. 그러니 이걸 해결하기보다, 아무 생각 안하려고 합니다. 그저 팬들이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고, 욕은 좀 먹더라도 저 때문에 피해를 너무 많이 본 KCC를 위해서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습니다."

양 = "바람직한 생각입니다. 한편으로는 부럽습니다. 저는 (복귀 욕심을)내려놨어요."

전 = "저도 제게 기회가 다시 올 거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그저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서, 모든 걸 다 던져버리고 살았죠. 요즘처럼 여론이 중요한 시기에 굳이 저같은 사람을 쓰려는 구단이 있겠나 싶었고. KCC 아니었으면 감독을 다시 할 수도 없었겠죠. 그래서 어느 때, 어느 해보다 부담이 큽니다. 구단에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갚고 싶은 마음이 커요."

 

떠나간 야인과 돌아온 사령탑, 두 지도자의 대화는 어느새 세 시간을 훌쩍 넘겼다. 신념과 리더십, 지난날의 실수에 대한 회한, 그리고 야구와 농구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는 두 지도자를 대화의 끝에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았다. 그라운드를 벗어난 양 감독은, 코트에 다시 돌아가는 전 감독을 위해 진심 어린 격려와 조언, 그리고 덕담으로 이날의 대화를 끝맺었다.


양 = "지도자에겐 자기만의 철칙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기 철칙만 있으면 돼요. 누가 뭐라고 하든, 자기 자신의 철칙에 따라서 움직여야 해야한다는 겁니다."

전 = "저 같은 경우는 선수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편이지만, 배려하는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킵니다. 오전 운동 스케줄을 잡아놨다, 그러면 오늘 무슨 일이 있어서 밤을 새고 나가야하더라도 반드시 지킵니다. 이렇게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선수들도 따르죠."

양 = "전 감독, 이제 복귀했으니 좋은 성적을 내야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몇몇 야구인 가운데서는 감독만 되면 변하는 이들이 많았거든요."

전 = "사실 겁이 많이 납니다. 제가 원래 대범한 스타일인데 긴장도 많이 되고요. 실패를 해봐야 성공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그러나 제 경우는 실패하면 끝이잖습니까. 그렇다고 더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선수들에게 무리가 될 것이고… 이런 부분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참 힘듭니다. 그냥 지금은 하나만 생각하고 있어요. 선수들과 소통하고, 팀과 선수만 보고 가겠다는 생각입니다"

양 = "천천히 생각해요. 꼴찌면 뭐 어떤가. 팀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지. 10위하고 5위하고 그렇게 올라가서 3년째는 꼭 우승하고 연장 계약하시게."


김희선·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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