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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에 책방·야시장 연 젊은 예술가들, 선미촌 홍등 끌까

물결서사가 지난달 31일 개최한 야시장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가운데)이 시민들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 물결서사]

물결서사가 지난달 31일 개최한 야시장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가운데)이 시민들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 물결서사]

전북 전주의 대표적인 홍등가(紅燈街)인 선미촌 한복판에 청년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서점 ‘물결서사’가 들어섰다. 임주아(시인), 고형숙(한국화가), 김성혁(성악가), 민경박(영상작가), 서완호·최은우(서양화가), 장근범(사진가) 등 전주에 뿌리를 둔 30~40대 예술가 7명으로 구성된 ‘물왕멀팀’이 의기투합해 지난 1월 문을 열었다.
 

전주 서노송예술촌 8개월간의 변화
시, 매입한 업소 건물 무상 임대
창작 공간 활용…콘서트도 열어
“사람 몰리며 사랑방·쉼터 역할”

서점 이름은 도로명 주소 ‘물왕멀’에서 따온 물 이미지(물결)와 서점을 뜻하는 ‘서적방사(書籍放肆)’의 줄임말(서사)을 결합해 만들었다. 서점이 있는 건물(43㎡)도 애초 성매매 업소로 쓰이다가 물왕멀팀이 전주시에 제안해 예술가 서점으로 재탄생했다.
 
서점 공간은 전주시가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들인 옛 성매매 업소 5채 중 4번째로 매입한 건물을 작가들에게 무상으로 빌려준 곳이다.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국비 등 74억원을 투자해 선미촌 일원(2만2760㎡)을 문화·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문화 재생사업이다.
 
장근범(39) 작가는 “성매매 집결지라는 이미지 탓에 좀처럼 사람이 모이지 않는 선미촌의 진짜 이야기가 궁금해 아예 동네 주민이 되고 싶었다”며 “그러려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다양한 예술을 접목할 수 있는 서점이 최적의 공간이라는 데 모든 작가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서점 내부 모습. [사진 물결서사]

서점 내부 모습. [사진 물결서사]

작가 7명은 매일 오전 11시~오후 6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서점 손님을 맞는다. 작가 대부분이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직장이 따로 있어서다. 수요일만 서점 문을 닫는다. 서점에는 문학·음악·영화·사진·그림책 등 작가들이 선별한 새 책이 진열돼 있다. 헌책을 파는 ‘공유책방’에선 동네 주민은 맘껏 책을 빌려 갈 수 있다.
 
서점 측은 매달 두 차례씩 주민과 시민이 참여하는 시 낭독회와 성악콘서트·미술전시·교류워크숍·영화상영회 등을 연다. 이른바 ‘물결서사 프로젝트’다. 그동안 선미촌에서 단발성 문화 행사가 열린 적은 있지만, 상설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지명도가 낮아 설 무대가 적은 새내기 예술가들에게 공연·전시 공간을 내주기도한다.
 
작가들은 지난달 31일 전주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단 ‘인디’와 손잡고 서점 앞 공터에서 ‘야시장 인디’도 열었다. 주민들은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과 원예식물을 팔고, 20~30대 청년 작가들은 자신들이 만든 소품 등을 전시·판매했다.
 
인근 주민들은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서점을 찾고 있다. 고형숙(43) 작가는 “주기적으로 헌책을 주고 가는 아주머니도 있고, 단골도 생겼다”고 했다. 서점이 동네 사랑방이자 시민 쉼터 구실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점을 성매매 업소로 착각해 문을 두드리거나 주민들은 작가를 이방인 대하듯 경계했다고 한다. 임주아(30) 물결서사 대표는 “아직 책 판매 수입만으로는 운영비 대기가 벅차다”면서 “그래도 ‘주민과 예술가 모두 행복한 동네를 만들겠다’는 작가들의 초심은 변함없다”고 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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