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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4세부터 월63만원···폐교 즉시 받는 이상한 사학연금

지난해 문을 닫은 한 지방대학의 안내판이 녹슬고 구겨져 있다. 이 대학 직원들은 폐교 후 바로 사학연금을 받기 시작했고 평생 받을 수 있다. 30대에 받기 시작한 경우도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문을 닫은 한 지방대학의 안내판이 녹슬고 구겨져 있다. 이 대학 직원들은 폐교 후 바로 사학연금을 받기 시작했고 평생 받을 수 있다. 30대에 받기 시작한 경우도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초 지방의 한 4년제 대학이 문을 닫았다. 교육부의 폐교 명령에 따라서다. 이 대학 직원 A(34)씨는 폐교 직후 지난해 3월부터 사학연금 63만3410원을 받기 시작했다. A씨는 다른 사립학교로 재취업을 하지 않는 한 평생 이 연금을 받는다.
 

특혜 논란 불거진 ‘폐교 연금’
1996~2009년 임용 교직원 대상
수급자 285명 중 3050이 266명
평균 수령액도 국민연금 4.5배
혁신처 “문제된 조항 개정 추진”

출산율 하락, 정부의 부실사학 정리 방침에 따라 문을 닫는 사립학교가 늘면서 A씨처럼 사학연금을 바로 받는 사람이 285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재섭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회복지위원장은 최근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와 바른미래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주최한 ‘공적연금 통합방안 토론회’에서 이런 자료를 공개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했다.
 
실업급여 길어야 8개월 … “도덕적 해이” 
 
이 위원장과 연구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1996~2009년 임용된 사립학교 교직원은 폐교될 경우 바로 사학연금을 받는다. 근거는 공무원연금법이다. 사학연금은 연금 급여 관련 부분을 공무원연금법에 따른다. 이 법 43조에는 직제와 정원의 개정과 폐지 또는 예산의 감소 등으로 인하여 직위가 없어지거나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이 생겨 퇴직한 시점부터 5년이 경과하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부칙 11조에서 퇴직 시점부터 바로 받게 해 ‘5년경과’ 조항을 무력화시켰다. 단 10년 가입해야 한다. 공무원도 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공무원은 최근 5년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공무원은 폐교 같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바른미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A씨는 16년 대학에서 재직하다 폐교되면서 63만3410원을 받는다. 285명 중 30대에 연금 수령을 시작한 사람이 13명, 40대가 76명, 50대가 177명, 60대가 19명이다. 정상적으로 사학연금을 받는 연령은 올해 60세이다. 60대 19명을 제외한 266명이 정상 연령보다 훨씬 당겨 받는다. A씨는 무려 26년 먼저 받는다. 올해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62세인데 이에 비하면 28년 앞선다.
 
폐교 이후 사학연금 수령 현황.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폐교 이후 사학연금 수령 현황.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85명이 연금을 받기 시작한 평균 연령은 51.9세, 월평균 연금은 약 180만원이다.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40만원)의 4.5배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수령 시기를 연장하지 않으면 180만원을 받을 길이 없다. 월 300만원 넘는 고액 수령자도 적지 않다. 대학의 전 직원(58)은 지난해 폐교하면서 월 339만원을 받기 시작했다. 57세 직원은 326만원을 받는다. 이들은 재직기간이 30년 안팎이다. 한 대학 직원(20년가량 재직)은 47세 때부터 월 218만원을 7년째 받고 있다.
 
10년가량 받는 사람도 있다. 전 고교 직원은 57세 때부터 11년째 월 259만원을 받는다. 대학의 전 직원(64)은 304만원을 10년째 받고 있다. 연금 수령 기간이 5~11년인 사람이 35명에 달한다. 4년제 대학이 문을 닫으면서 연금을 받는 사람이 206명으로 가장 많다. 고교 직원이 29명, 전문대학이 37명, 특수학교 11명, 유치원 2명이다.
 
이렇게 연금을 받다가 다른 사립학교에 취업하면 연금 지급이 중지되고 보험료를 새로 낸다. 문제는 폐교된 학교와 새 학교의 가입기간을 합산해서 나중에 연금을 받는다. 새 학교에 취업할 때까지 받은 연금은 토하지 않는다. 정재철 바른미래당 보건복지 전문위원은 “이 역시 특혜”라고 지적한다.
 
‘폐교 연금’ 조항은 2000년 공무원·사학연금 개혁 때 끼워 넣었다. 이재섭 위원장은 “지나치게 불확정적이고 광범위한 예외규정이며 이로 인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사학연금공단 관계자는 “학교가 문을 닫으면 실업자가 되는데, 실업급여 같은 제도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실업 보조 성격으로 연금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업급여는 길어야 8개월 나온다.
 
다른 사립학교 취업 땐 지급 중단 
 
인사혁신처조차 의아해한다. 혁신처 관계자는 “사학연금이 공무원연금법 조항을 원용하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은 헌법에서 신분을 보장하기 때문에 갑자기 직제가 없어질 경우에 대비하려고 그 조항을 두고 있지만, 사립학교는 신분 보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같이 적용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의 조항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면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생기자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2016년 11월 직제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문제의 조항을 삭제하는 사학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된 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정재철 바른미래당 전문위원은 “학교가 문을 닫아 실업자가 됐다고 해서 34세 여성이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 세계에서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 말이 안 된다”며 “실업 문제를 해결한다고 연금에 그 기능을 얹어 연금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정 위원은 “사학 직원이나 공무원도 고용보험을 적용해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며 “사학재단의 고용보험료 부담이 생기는데, 재해보상기금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수정: A씨의 연금이 '올 1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64만2900원으로 올랐다'는 부분을 삭제했습니다. 사학연금은 2020년까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고 동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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