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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어 美·日도 금리인하 총성···'돈풀기 도미노' 시작되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유례없는 경제 위기가 내년에 닥친다. 더 큰 문제는 위기 시 사용할 총알이 없다는 것."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2020년 경제 위기'를 강력하게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그는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에 익숙해진 각국 중앙은행이 다음 위기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점을 우려했다. 

FT "美 17~8일 FOMC 이후 금리인하 발표"
日 엔화 강세에 마이너스 금리 폭 확대 논의
투자업계 "중국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내년 세계적인 차원의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부양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와 앨런 그린스펀도 내년 경기 순환적 경기침체를 넘어 구조적 장기 불황을 예고했다. 
 
유럽·미국·일본·중국이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돈 풀기’ 경쟁을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 예금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QE) 재개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선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미국과 일본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19일 두 나라는 통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도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8월 중국 경기지표 부진으로 리커창 중국 총리가 6%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 경제국의 금리 인하 경쟁이 자칫 ‘환율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위해 사용됐던 금리 인하 카드가 이제는 통화가치 하락을 통한 경기 부양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각국 경제는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자국 통화를 약화하는 방법에 의존할 것"이라며 “결국 앞으로 3년 안에 더 많은 환율전쟁이 나타나는 환경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9월 금리 0.25%P 인하 확실시

5면 트럼프

5면 트럼프

 
미 연준은 17~18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연 1.75~2%로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폭은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도이치뱅크는 연준이 이달에 이어 오는 10월과 12월, 내년 1월에도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내년 1월 미국의 기준금리는 1~1.25%가 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FOMC 기자회견에서는 올해 추가 금리 인하 신호와 위원 중 몇 명이 금리 인하에 반대할지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육두문자까지 쓰면서 연준에 마이너스 금리를 요구했다. 그는 11일 트위터에 “멍청이들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연준은 금리를 제로(0)나 그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마이너스 금리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前) 연준 의장은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달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日 엔화 강세 조짐…금리 인하 확대 논의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은 19일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논의할 전망이다.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융완화를 고려하는 이유는 ‘엔화 강세’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집권 이후 적극적인 금융완화를 기조로 한 ‘아베노믹스’로 엔화가치를 달러당 80엔대에서 120엔대까지 떨어트렸다. 엔저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기업들의 수출 증대로 이어지면서 단 5년 사이 일본 기업 순이익은 2.6배, 닛케이지수는 2배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 경제 후퇴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성향이 커지며 엔화 약세 기조는 흔들리고 있다.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9월 초 104엔으로 올랐다가 현재 107~108엔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통화정책 성명에서 “2%의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추세가 흔들릴 경우 주저 없이 추가 통화 완화 조치할 것”이라고 밝히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인하 폭 확대 가능성을 묻는 말에 “추가 금리 인하는 정책 옵션에 반드시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中 금리 동결 결정에 주식 시장 하락  

 
중국 산업생산 증가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산업생산 증가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은 8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인민은행은 17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빗겨난 예상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1.74%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인민은행이 연말까지 버티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 8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누적 도시지역 고정자산투자(FAI)는 모두 전문가 예상치를 하회했다. 특히 8월 산업생산은 17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커창 총리는 앞으로 ‘바오류(保六·6%대 경제성장률 사수)’ 목표를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노무라증권은 중국 인민은행이 MLF 금리를 올해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대출금리 개혁을 통해 대출우대금리(LPR)가 사실상 대출 기준금리를 대체하도록 한 바 있다. 시중은행에 제공하는 MLF 금리가 내려가면 LPR 역시 낮아지게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인민은행이 연내에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30개국 금리 인하…환율전쟁 우려  

 
신흥국도 잇달아 금리를 내리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연말까지 역대 최저 수준인 6%의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중앙은행이 현재 8% 수준인 기준금리를 오는 19일 0.25%포인트 낮출 전망이다. 터키 중앙은행도 지난 12일 정책금리를 한꺼번에 3.25%포인트 대폭 인하했다.  
 
신흥국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금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통화가치 하락이나 자본 유출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최근 신흥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은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지하고 선진국과 금리 차를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까지는 한 달 가까이 남았다. 한은은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개최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10월에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1.50%인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1.25%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미 8월 금통위는 추가 인하 가능성을 드러내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달 30일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7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 이미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10월 금통위에서 2표만 더 확보하면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된다.  
 
8월 금통위 직후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도 예전과 달랐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 소위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부쩍 늘어나는 게 작금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앞으로 경제 상황에 따라 필요시 대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통화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30개가 넘는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NYT는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를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내수 소비와 대출을 이끌어낼 여지가 줄어든 점을 우려했다. 자칫 국제적인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제러미 스타인 전(前) 연준 이사는 “각국 중앙은행은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통화가치 하락의 혜택을 먼저 얻는 일종의 '완화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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