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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바꿨다”…정의선 체제 1년, 현대차그룹 성과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10일(현지시간)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정범구 독일대사,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차 상품본부 부사장(오른쪽부터)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10일(현지시간)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정범구 독일대사,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차 상품본부 부사장(오른쪽부터)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지난 3일 현대자동차 노사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단체협상에서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대표 강성 노동조합인 현대차 노조가 분규 없이 임단협을 마친 것을 두고 자동차 업계에선 “정의선 체제가 해묵은 노사 힘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12년만에 파업에 나서고 세계 자동차 업계가 ‘카마겟돈’(자동차와 ‘종말’을 의미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을 맞은 상황에서 고질적인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의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경영진에게 “현대차의 성장 동반자인 노동자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되, 미래 차 변화를 위한 체질 개선은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조를 성장 파트너로 인정하지만,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지난 3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임단협 조인식에서 하언태 부사장(오른쪽)과 하부영 노조 지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임단협 조인식에서 하언태 부사장(오른쪽)과 하부영 노조 지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현대차 노사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노조 핵심인 울산공장 조합원의 평균연령은 50대다. 지난해 1000명, 올해 1500명이 정년을 맞는 상황에서 임금인상보단 고용안정에 관심이 많은 게 노조 내부 분위기다.
 
국내 생산비중(44%) 감소로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타격도 예전 같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성장을 위해 노조에 적지 않은 빚을 졌다. 하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다르다. 변화를 거부하면 타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정의선 체제 1년의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의선 체제 1년의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수석부회장에 취임한 지 14일로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은 현대차 52년 역사에서 가장 격변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이 이른바 ‘C.A.S.E(전동화·연결·자율주행·공유)’라는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어서다.  정 수석부회장은 취임 1년 동안 많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변화는 내부에서 시작됐다. 이른바 ‘1세대 경영진’의 퇴진이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가정교사’로 불렸던 연구·개발(R&D) 양대 축이 모두 물러났다. 양웅철·권문식 두 부회장의 자리는 최초의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인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차지했다.
 
그룹 전략·기획을 책임졌던 김용환 부회장이 현대제철로 옮기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R&D 분야에선 외부 출신과 해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순혈주의’를 깨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시무식을 주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인도 무브 글로벌 서밋에서 기조연설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5일, 16일 양일간 일본 나가노縣(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와 연계해 14일 수소위원회가 개최한 만찬에서 공동회장 자격으로 환영사를 하는 모습.
CES 2018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 현대차]
 
삼성전자 출신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 KT 출신 서정식 최고정보책임자(CIO·전무), 네이버 출신 딥러닝 전문가 김정희 상무 등의 영입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분야에선 람보르기니 출신 필리포 페리니 상무를 유럽 제네시스 선행 디자인 스튜디오 총책임자로 영입했다. 인피니티 출신 카림 하비브 전무는 기아차 디자인 총괄로 합류했다.
 
임직원 직급체계 개편과 복장 자율화, 팀제 도입 등으로 ‘군대 문화’라던 현대차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제조업체가 아니라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변신하겠다’(정의선 수석부회장, 지난해 9월 인도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기조연설)는 말대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전문가는 지난 1년의 변화를 ‘절반의 성공’으로 평한다.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 조직이 안정된 건 아니란 분석이 많다.  

6일 싱가포르에서 전략적투자 계약을 체결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그랩 앤서니 탄 그랩 설립자. [사진 블룸버그 뉴이코노미포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Hyper)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의 마테 리막 CEO가 13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v)에 위치한 리막 본사 사옥에서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 체결 후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 6400만유로(854억원), 기아차 1600만유로(213억원) 등 현대차그룹은 총 8000만유로(1067억원)를 리막에 투자한다. (현대차그룹 제공) 2019.5.14/뉴스1
정의선(오른쪽)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나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차, 인도 올라에 3억달러 전략 투자   (서울=연합뉴스) 현대·기아자동차가 인도 최대 차량호출 기업 올라에 3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말 현대차 양재사옥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올라의 바비쉬 아가르왈 CEO가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2019.3.19 [현대차그룹 제공]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소통 가능한 구조로 바꾼 것은 지난 1년의 가장 큰 변화”라면서도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인력의 융합이 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현장에선 출신이 다른 인력끼리의 혼란이 적지 않다.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가 현대차의 장점이었는데 지금은 ‘패스트’가 빠진 팔로어란 느낌도 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2900억원이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현대차는 올 1분기 9249억원에 이어 2분기엔 1조2377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기아차도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173억원에서 올 1·2분기 각각 5941억원, 5336억원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현대·기아차 전기차 세계 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대·기아차 전기차 세계 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확대로 인한 실적 개선이지만 ‘운이 좋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의 기저효과(base effect)가 강했고, 판매촉진비(인센티브) 부담을 털어낸 데다 환율까지 도와줬다는 얘기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운도 실력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하반기 이후 나올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실적이 향후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 차 대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정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R&D 조직을 정비하고 ‘동남아 우버’ 그랩에 3100억원을 투자하고 인도 차량 호출기업 올라에 3300억원을 투자했다.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국내 스타트업 코드42에도 투자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세계 전기차 판매 5위에 올랐다.
자율주행 기술, 글로벌 합종연횡 가속.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자율주행 기술, 글로벌 합종연횡 가속.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세계 완성차-정보기술(IT) 업체가 합종연횡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냔 지적도 있다. 토요타-소프트뱅크, 우버-피아트크라이슬러(FCA), 폴크스바겐-포드 등 굵직한 연합이 이뤄지고 있다. 막대한 R&D 비용을 아끼고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글로벌 인수·합병(M&A)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작은 연합이나 투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아직도 미래에 대한 정확한 방향성이 무엇인지, 누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지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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