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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매년 30억…슬그머니 기부 약속 꼬리내리는 건설업계

2015년 8월19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 대한건설협회]

2015년 8월19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 대한건설협회]

건설사가 공공 공사에서 입찰 담합을 하다 적발된다. 정부는 형사처벌과 더불어 과징금 부과, 입찰 제한 처분 등을 내린다. 건설업계에 가장 치명적인 게 입찰 제한 처분이다. 건설사는 소송으로 시간을 벌면서 “입찰에 못 들어가면 회사가 어려워지고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는다”며 선처를 호소한다. 정부도 “입찰 제한을 하면 일감을 맡길 건설사가 부족해 공공 공사에 차질을 빚는다” 등의 명분을 찾는다. 결국 건설사는 입찰 제한 사면을 받는다.
 

2000년 이후 입찰담합·사면 4번 반복
여론 나빠지자 2015년 “2000억 기부” 약속
이후 눈치보며 찔끔찔끔 내…총 100억
이제는 “너무 부담, 매년 30억 내겠다”
5년째 이어져 온 논란 끝내야

2000년 이후 2015년 광복절까지 이런 패턴이 4차례 반복됐다. 건설업계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사면 혜택을 받은 건설사 72곳의 CEO들은 2015년 8월 19일 한 자리에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연내에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해 말까지 모인 돈이 하나도 없었다. 이듬해인 2016년 초 이 사실이 드러나자 그제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돈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그해 9월까지 모인 돈이 47억원에 불과했다.
 
건설사끼리 구체적인 협의 없이 덜컥 약속부터 한 게 화근이었다. 서로 눈치만 보며 미적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대한건설협회는 “입찰 제한과 별도로 업계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가 너무 크고(1조3000억원가량) 담합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들이 진행 중이어서 당장 2000억원 전액을 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여론의 질타가 빗발치자 2016년 10월 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이 각각 “연내 50억원, 내년 100억원 내겠다”고 약속했다. 삼성물산과 SK건설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150억원씩 출연하기로 했다. 대림산업은 50억원을 내놓겠다고 했다. 앞서 GS건설은 2016년 7월 “50억원씩 3년 분할납부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음 해인 2017년 10월 국정감사 때도 사회공헌기금 총액이 47억원으로 변함이 없었다. 국감장에서 건설사 CEO들은 “이사회 결의가 지연된다” “건설 경기가 어렵다” “출연금 사용 계획이 불투명하다” 등의 이유를 댔다. 이들은 “협의를 통해 꼭 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사회공헌기금 규모가 지난해 10월 62억원, 올해 4월 81억원으로 ‘거북이걸음’을 했다.
지난달 6월 4일 세종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뉴스1]

지난달 6월 4일 세종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뉴스1]

올해 국정감사 시즌도 마찬가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달 11일 현재 사회공헌기금 규모가 100억원이다. 이 속도라면 80년 가까이 더 기다려야 2000억원을 다 채울 수 있다. 정동영 의원실은 이달 말 시작하는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 맞춰 8대 건설사 CEO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17일 건설협회는 중앙일보에 “2000억원을 단기간에 모으기 어려우니 지금까지 모인 100억원을 종잣돈으로 두고 올해부터 매년 추가로 30억원씩 걷어 사회공헌활동에 쓰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약속을 어기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건설협회 관계자는 “실질적으로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래 2000억원을 모아 은행에 예금하면 1년에 30억원 정도 이자가 나오고 그 30억원으로 활동을 하려 했는데, 그냥 매년 30억원을 갹출해도 같은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약속 또한 안 지켜질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 72곳 중 10곳가량만 합의해 나온 방안인 탓이다. 올해 내겠다는 30억원만 봐도 언제까지 얼마씩 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5년째 이어지는 2000억원 기부 약속 논란을 이젠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동영 의원은 “각 재벌 총수들이 사재를 털어서라도 국민과 한 약속을 빨리 지켜야 한다”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효 연세대 토목과 교수는 “기존의 기부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까지 입찰 담합에 대한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됐고 건설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근본적으로 입찰 담합을 저지른 건설사들을 사면해주는 관행을 척결해야 한다”며 “비리 업체에 대해선 담합으로 얻는 이익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건설사별 납부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건설사별 납부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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