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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문 후제작…크라우드 펀딩에 줄 선다

패션·뷰티·리빙 등 라이프스타일 업체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몰리고 있다. 매달 새로 오픈하는 펀딩 프로젝트 수만 해도 수 백 건. 창업부터 신제품 출시, 소비자 반응 조사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패션·뷰티·리빙 등 라이프스타일 업체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몰리고 있다. 매달 새로 오픈하는 펀딩 프로젝트 수만 해도 수 백 건. 창업부터 신제품 출시, 소비자 반응 조사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다. 지난 8월 18일 첫 방영된 MBC 일요 예능 ‘같이 펀딩’ 이야기다.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배우 유준상이 소개한 태극기함을 ‘네이버 해피빈’ 기부형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로 진행해 방송 10분 만에 목표액(815만원)을 달성했다. 현재 2차 펀딩까지 진행·완료한 상태로, 최종 목표액의 8300%가 넘는 6억7882만원의 금액이 모였다. 
 

신규 업체들은 소자본 창업 가능
소비자는 좋은 제품 싸게 구매
패션·뷰티 유통시스템으로 인기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했어요.”
최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으로 성공한 브랜드 대표들의 한결같은 답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웹·모바일 네크워크를 통해 다수의 개인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2005년 영국에서 시작됐고 국내엔 2011년 소개됐다. 초기엔 후원형·기부형·대출형·지분투자형 등 여러 형태가 있었지만, 현재 국내에선 투자형(채권형·주식형)과 리워드형 두 가지 종류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리워드형이다. 개발자(혹은 회사)가 자신의 상품을 소개하면 이를 보고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형식으로 유준상의 태극기함이 바로 리워드형 펀딩이었다. 기부·후원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최근엔 의류·화장품·리빙용품 등 라이프스타일 분야 ‘신제품 출시 플랫폼’으로 주목 받고 있다. 
 
와디즈에서 진행된 에이징CCC의 '국민 라이더 자켓'.  [사진 와디즈]

와디즈에서 진행된 에이징CCC의 '국민 라이더 자켓'. [사진 와디즈]

신규 업체 입장에선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샘플용 제품과 함께 제작 취지 등을 펀딩 플랫폼에 올리고, 이를 본 사람들이 펀딩에 참여해 제품을 주문하면 그때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배송은 펀딩 마감 1달~3달 후 시작한다. 주문이 확보된 상태에서 물건을 만드니 재고 부담이 없다. 소비자의 호응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중견 업체들은 신제품 가능성을 점쳐보는 실험대로 활용한다. 온라인 기반 매트리스 브랜드 ‘지누스’의 김대영 마케팅 담당은 “실물을 직접 보고 사는 경우가 많은 침대 매트리스 특성상 신제품의 온라인 유통이 가능할지, 또 얼리어댑터 성향의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들에게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 펀딩을 열었다”고 귀띔했다.  
소비자에겐 유통 마진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자주 참여한다는 30대 직장인 안지영씨는 “세상에 없던 물건이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탠다는 의미가 있어 지갑을 여는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와디즈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해 30억원이 넘는 모금액을 모은 20만원 후반대 노트북 '베이직북 14'. [사진 와디즈]

와디즈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해 30억원이 넘는 모금액을 모은 20만원 후반대 노트북 '베이직북 14'. [사진 와디즈]

온라인 기반 매트리스 브랜드 '지누스'는 신제품 반응을 보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했다. [사진 지누스]

온라인 기반 매트리스 브랜드 '지누스'는 신제품 반응을 보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했다. [사진 지누스]

 
리워드형 펀딩 대부분은 1억원 이내 규모로 진행되지만 종종 대박을 터트리는 업체도 나온다. ‘국민 라이더 자켓’이란 이름으로 양가죽 바이커 재킷을 내놓은 ‘에이징CCC’는 올해 3월·8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1만464명으로부터 15억원을 투자받았다. 20만원 대 노트북 ‘베이직북14’는 두 번에 걸쳐 30억원에 달하는 펀딩을 받았다. 또 다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과 유튜버 ‘크림히어로즈’가 함께 진행한 인형 등 10여 건의 굿즈 프로젝트 역시 20억원의 후원액을 모았다.
 <그래픽> 국내 크라우드 펀딩 현황                                 그래픽=심수휘

<그래픽> 국내 크라우드 펀딩 현황 그래픽=심수휘

  
패션·뷰티 관련 제품 인기 급상승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수는 매년 2~3배씩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최대 규모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는 진행 프로젝트 수가 2015년 501건에서 지난해 3266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9월까지 4635건이 진행됐다. 누적 모집 금액은 총 1200억원. 텀블벅은 지난해 5089건의 리워드형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올해 연말까지 7000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텀블벅에서 진행한 향수 '르파써'(왼쪽)와 도난방지 방검가방 '미토도'. 르파써는 한 번의 프로젝트로 4178만원의 후원금을, 미토도는 5건 이상의 프로젝트로 약 2억4000만원을 모았다. [사진 텀블벅]

텀블벅에서 진행한 향수 '르파써'(왼쪽)와 도난방지 방검가방 '미토도'. 르파써는 한 번의 프로젝트로 4178만원의 후원금을, 미토도는 5건 이상의 프로젝트로 약 2억4000만원을 모았다. [사진 텀블벅]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분야는 ‘패션’과 ‘뷰티’다. 와디즈는 매달 600~700개의 프로젝트를 오픈하는데, 그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의류·액세서리와 화장품류다. 최동철 와디즈 부사장(사업 총괄 담당)은 “15개의 리워드 분야 중 최근 들어 패션·뷰티 분야가 강세”라며 “특히 작지만 힘 있는 브랜드의 제품들의 펀딩 성공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패션·뷰티 전문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시작한 ‘하고’는 진행 프로젝트 수가 지난해 353건에서 올해 연말까지 예정된 것만 900건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이들이 자체 개발한 가방 ‘하고백’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천연 가죽을 사용하고 마진률을 대폭 낮춰 10만~20만원대로 가격을 책정한 여성용 핸드백으로, 지금까지 5300개 이상이 팔려나갔다. 홍정우 하고 대표는 “가죽 핸드백의 경우 보통 매장 임대비, 인건비, 재고 부담, 유통사 수수료 등을 고려해 원가의 4배에서 5배까지도 판매가를 책정한다. 하고백의 경우 펀딩으로 선주문 생산을 진행해 재고 부담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으로 유통 마진을 없앴더니 원가의 2배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품질의 가죽 가방을 펀딩을 통해 대형 유통사 대비 50% 가까이 낮은 가격으로 팔 수 있었다는 의미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 '분코'의 바디 제품(왼쪽)과 '하고백'. [사진 분코, 하고]

비건 화장품 브랜드 '분코'의 바디 제품(왼쪽)과 '하고백'. [사진 분코, 하고]

식물성 성분 주방 세제·치약 등을 만드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 ‘분코’는 또 다른 성공 사례다. 2018년 12월 여성청결제로 처음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한 이지윤 분코 대표는 “약산성 비건 여성청결제라는 제품의 특징을 자세히 알리고 싶었다”며 “큰 기대가 없어 목표액을 50만원으로 설정했는데 한 달여 펀딩으로 1938만원이 모였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은 대형 유통업체 입점까지 연결된다. 일단 펀딩에 성공하면 홈쇼핑·대형마트·백화점 등 문턱이 높은 대형 유통업체의 바이어 눈에 띄게 되고 좋은 조건으로 입점 제안을 받는 경우가 많다. 분코 역시 올해 8월 두 번째로 진행한 식물성 바디워시 제품 펀딩 후에 대형마트·홈쇼핑에서 입점 문의가 들어왔다.
 
개발자·제품에 대한 '신뢰'가 전제
전문가들이 보는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의 미래는 밝다. 국내 대기업에서 굵직한 패션 브랜드들의 브랜드 매니저로 활동했던 하고의 홍 대표는 “규모가 작은 패션·뷰티 브랜드는 유통망을 확보하기 힘들다. 자사 홈페이지는 방문자 수가 적고,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선 자신만의 스토리를 잘 보여주기 힘든 데다 30~50%대 수수료 등 부담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주문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은 작은 브랜드에 힘을 실어주고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때문에 브랜드와 소비자를 동시에 만족시킨다”고 강조했다. 
트렌드 분석가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크라우드 펀딩은 미래를 파는 것”이라며 “크라우드 펀딩은 가능성을 팔고 사는 가상의 무대이자, 개발자와 후원자가 소통하며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자본이 부족해 창업이 어려웠던 젊은 개발자들을 염두에 둔 이야기다. 이 교수 역시 지난 8월 와디즈와 대학생 12팀의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크라우드 펀딩 콘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그는 “창의적인 소자본 창업자들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대에 딱 맞기 때문에 전망은 밝다”며 “단, 성공하려면 제품의 ‘신뢰성’이 전제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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