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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반갑다, 나무야

김승현 논설위원

김승현 논설위원

최근 한 걸그룹의 공연을 집중해서 봤다. 아재의 눈 둘 곳을 잃게 하는 ‘헐벗은’ 댄스가 아닌 덕분이다. 케이블TV에서 방송된 AOA의 커버 무대(가수의 노래와 춤을 따라 하는 것)는 SNS로 전파됐다. 5명의 멤버는 미니스커트나 핫팬츠가 아닌 검은색 바지 정장을 입었다. 걸그룹 마마무의 ‘너나 해’를 재해석한 노래 도입부에서 이런 랩을 했다.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
 
래퍼 지민(28)은 “나는 나무야”라고 선언했다. 외모 지상, 성 상품화의 첨병이라는 걸그룹의 ‘반란’에 여성신문은 “‘여성=꽃’으로 성적 대상화 하는 시선을 향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페미(니즘)가 돈이 되나? 다음 주엔 섹시 댄스 할 거잖아”라고 비아냥댔다.
 
이 그룹의 멤버 설현(24)은 꽉 끼는 청바지 뒤태를 강조한 광고로 스타가 됐다.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는 이번 공연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처음엔 사람들이 절 알아준 계기라 마냥 신기하고 신났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계속 같은 모습만 원하시는 거예요. 다른 것도 해보고 싶은데….”
 
추석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은 ‘아육대’에서는 또 다른 걸그룹 멤버가 아재 미소를 짓게 했다. 아육대는 2010년 팬서비스 성격의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로 시작해 전국체전처럼 매년 추석에 방송된다. 운동복을 입은 걸그룹 우주소녀의 은서(21)가 씨름판에서 상대를 내다 꽂는 배지기의 ‘스웨그’는 섹시 댄스를 능가했다.
 
‘세상 한심한 게 연예인 걱정’이라지만, 짙은 화장과 바비인형 몸매에서 벗어난 그들을 더 보고 싶다. 자신의 경쟁력인 관능적 퍼포먼스를 관둘 수는 없겠지만, 반전 무대가 계속됐으면 한다. 자본과 산업의 매트릭스를 뚫고 자유롭게 가지를 뻗치는 개성 있는 나무로 성장하길 바란다.
 
김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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