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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 웃고 뛰어다니고 …은지를 본 친엄마, 입을 쩍 벌렸다

기자
배은희 사진 배은희

[더,오래] 배은희의 색다른 동거(7)

 
은지가 세 살쯤, 가정위탁센터 담당 선생님과 함께 은지 친부모를 만났다. 친엄마는 마트에서, 친아빠는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한다고 했다. 주말에도 일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었는데, 은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어렵게 짬을 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짠해 보였다.
 
은지는 친부모를 만나자 어색해하다가도 어느새 다가와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살갑게 굴었다. 이런 모습을 본 친엄마는 놀라워했다. [사진 배은희]

은지는 친부모를 만나자 어색해하다가도 어느새 다가와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살갑게 굴었다. 이런 모습을 본 친엄마는 놀라워했다. [사진 배은희]

 
친부모를 만난 은지는 처음엔 서먹해 하더니 어느새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하고, 깔깔 웃기도 하며 살갑게 굴었다. 걸음도 못 걷던 아기가 뛰어다니고, 그림책을 같이 읽고, 사진을 찍으며 교감하는 걸 보면서 친엄마는 입을 쩍 벌렸다.
 
은지는 아기 때부터 그림책을 수시로 읽었다.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책 제목을 얘기하면 그 책을 정확히 뽑아내고, 책 내용까지 줄줄 외워서 말할 정도였다. 그 모습이 기특하고 신기해서 물개처럼 손뼉을 치며 자꾸 시켜봤던 적이 있다.
 
자식이 예쁘면 자랑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지…. 나도 그랬다. 가는 데마다 은지를 자랑하고 싶고, 보는 사람마다 은지의 특별함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 조금씩 크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고, 은지 때문에 항상 웃을 일이 많았다.
 
“가식 아니야?”
“남의 자식 데려다가 어떻게 키워?”
 
난 그저 은지가 재롱을 부리고 새로운 단어를 말하는 게 신기해서 자랑했는데, 돌아온 건 야릇한 궁금증과 애매한 시선이었다. 울컥울컥 후끈한 것이 목젖으로 넘어왔다. 눈꺼풀이 자꾸 깜빡여지고 어금니에 꽉 힘이 들어갔다.
 
“예, 우리 은지는 특별한 아이예요.”
“딸내미 시집보낼 마음으로 키우고 있죠.”
 
지금은 아무 문제 없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처음 위탁 엄마가 되었을 때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참 힘들었다. [사진 배은희]

지금은 아무 문제 없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처음 위탁 엄마가 되었을 때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참 힘들었다. [사진 배은희]

 
지금은 이렇게 훌훌 털어버리고 얘기하지만 처음 1, 2년은 그야말로 수행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은지엄마가 되는가 보다.’, ‘엄마란 이름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은지 엄마이기 때문에 깨닫는 것들도 늘어갔다.
 
제주엔 나와 같은 일반 위탁가정이 20여 가정이 있다. 혈연관계가 아닌,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들이다. 우리는 3개월에 한번 씩 모여 밥도 먹고, 그동안 지냈던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서로 어울려 놀기도 한다.
 
“예나는 내년에 학교에 가는구나? 라엘이는 볼 때마다 예뻐지네?”
 
이심전심이라고 우리끼리 모이면 별별 이야기를 다 한다. 행여 오해를 살까 봐 꿀꺽 삼켰던 말들까지 자조 모임에선 다 털어놓는다. 그렇게 한참 수다를 떨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
 
아기를 4년간 맡아 키우다가 다시 친부모에게 돌려보낸 위탁 엄마, 6개월 된 아기를 키워 이제 곧 초등학교 학부모가 되는 위탁 엄마. 직장을 다니면서 갓난쟁이를 키웠는데 그 아기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고 껄껄 웃는 위탁 엄마…. 이분들의 속내를 듣다 보면 내 고민은 점점 작아지고, 작아진다.
 
우리 자조 모임의 이름은 ‘행복 나누미’다. 아이를 키우며 고민도 하고, 갈등도 겪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위탁 엄마’로서의 행복을 나눈다. 때론 이 호칭조차 입 밖으로 낼 수 없어서, 그저 웃음으로 무마하지만. 우리 주변엔 생각보다 위탁 엄마가 많다는 걸 내가 위탁 엄마가 되어서야 알았다.
 
처음엔 그게 가능할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조금 두려웠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한다면, 꼭 누군가 해야 한다면, 그래도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낸 엄마들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은지 엄마가 된 지 5년. 나는 지금도 고민하고 갈등하는 엄마로 살고 있다. 가끔은 아픈 말 한마디가 가슴에 꽂혀 곯기도 하고, 괜찮은 척 태연하게 연기도 하고, 그러다가 은지가“엄마!”하고 두 팔을 벌리고 뛰어오면, 그 사랑에 녹아 또 하루를 산다.
 
혹시, 우리 은지가 친부모에게 돌아가더라도 나는 여전히 은지의 두 번째 엄마로 살 거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은지가 크는 데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테니까. 이 시간, 잠든 은지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은지야! 은지는 엄마도 둘, 아빠도 둘이니까 두 배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배은희 위탁부모·시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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