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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친환경은 기본…흙미장 뜨는 이유 알아봤어요

신민서(왼쪽)·김민서 학생기자가 나무판에 직접 미장을 해봤다. 넓지 않은 면적이지만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신민서(왼쪽)·김민서 학생기자가 나무판에 직접 미장을 해봤다. 넓지 않은 면적이지만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나요. 내 방, 또는 집 안의 벽들은 표면에 무엇을 바르거나 칠했나요. 오늘날 도시의 건축물 대부분은 콘크리트와 시멘트, 페인트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재료들은 우리 몸과 지구 환경에 건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 재료인 흙을 이용하면 집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꿀 수 있죠.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크리킨디센터 미장공방에 다녀왔습니다. 강화경 매니저가 김민서·신민서 학생기자에게 ‘미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설명했어요.
 
“건축 공사에서 벽이나 천장, 바닥 등에 흙·회(석회)·시멘트 따위를 바르는 것을 미장이라고 불러요. 그중에서도 흙을 사용하면 ‘흙미장’이라고 하죠. 미장을 한자로는 美(아름다울 미)匠(장인 장)으로 써요. 건축의 마지막 마감 단계에서 건축물을 아름답게 꾸며준다는 의미도 담고 있죠. 사실 건축에서 흙을 쓰는 게 미장만 있는 건 아니에요. 미장은 흙건축의 다양한 공법 중 하나죠. 지금 우리는 콘크리트 건물에 살지만 오래전에는 대부분 흙으로 집을 지었어요. 흙미장의 역사는 흙건축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인간이 집을 짓고 살게 된 역사와 비슷하죠.”  
미장에 쓰이는 재료들. 흙과 마 섬유, 모래 등이 반죽에 사용된다.

미장에 쓰이는 재료들. 흙과 마 섬유, 모래 등이 반죽에 사용된다.

전기로 반죽을 섞는 기계인 교반기로 흙반죽을 휘저으며 농도를 맞춘다.

전기로 반죽을 섞는 기계인 교반기로 흙반죽을 휘저으며 농도를 맞춘다.

강 매니저가 질문을 던졌어요. “우리가 하루 중 제일 많이 먹는 게 뭘까요?” 두 학생기자는 ‘밥’이라고 예상했죠. 하지만 정답은 ‘실내공기’였어요. 현대인들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 실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페인트나 벽지 등에서는 폼알데하이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일산화탄소, 미생물 등이 검출되죠. ‘새집증후군’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집에서는 집을 짓는 데 사용한 재료들에서 유독성 물질이 흘러나와 두통·알레르기 등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아마 ‘기후변화’라는 말은 다들 들어봤을 거예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기후변화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얘기해요.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많은 문제점과 위험성을 축소하기 때문이죠. 이제는 ‘기후위기’라는 말이 나옵니다. 흙은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건축재예요. 흙을 사용하는 건 우리 몸과 지구를 위해서죠. 만약 페인트를 벗겨내고 거기에 식물을 심으면 자랄 수 있을까요? 아니죠. 우리 미장공방에서는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흙을 사용해요. 배추를 심어도 자랄 수 있는 흙이죠. 사용 후 지구의 쓰레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흙을 건축에 사용합니다.” 
교반기를 이용해 흙반죽을 섞고 있다.

교반기를 이용해 흙반죽을 섞고 있다.

강 매니저는 ‘내재 에너지’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알려줬어요. 어떤 물건이 만들어지고 이송되는 과정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총량을 뜻하는데요. 값이 작을수록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위는 kWH/m3를 써요. 콘크리트의 내재 에너지는 500, 시멘트벽돌은 1140, 알루미늄은 무려 19만5000인 데 반해 흙은 8에 불과하죠. 교토 의정서에 따르면 선진국은 2050년까지 철근 소비를 현재 사용량에서 80%, 알루미늄은 90%, 시멘트는 85%를 줄여야 합니다. 흙이 중요한 건축재로 떠오르는 이유죠.
 
그렇다면 흙미장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먼저 미장에 사용되는 재료들을 살펴보죠. 가장 주된 재료는 단연 흙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황토색·갈색의 흙 외에도 흰색·빨간색·노란색·분홍색·초록색·보라색·파란색 등 여러 색깔의 흙이 있어요. 그런데 흙만으로는 튼튼하지가 않기 때문에 모래를 섞죠. 모래는 흙이 마르고 나서도 갈라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골재 역할을 해요. 유리 조각처럼 물에 닿아도 수축·팽창하지 않는 재료를 골재로 쓸 수 있죠. 또 미장의 질감을 위해 볏짚이나 바나나 섬유, 삼 섬유, 대마, 톱밥, 종이 등 섬유재도 섞어 줍니다. 농도를 결정하는 희석재로는 물을 쓰고요. 흙이 잘 붙어있도록 하는 접착재로는 찹쌀·밀가루·해초 등 천연 재료의 풀을 사용합니다. 접착재는 수분이 너무 빨리 날아가지 않도록 해서 갈라짐을 줄여줘요. 요리마다 레시피가 다르듯 미장을 할 때마다 각 재료의 적절한 배합비율은 달라집니다. 
흙반죽을 바르기 전 나무판에 물을 칠해줘야 반죽이 잘 붙는다.

흙반죽을 바르기 전 나무판에 물을 칠해줘야 반죽이 잘 붙는다.

붓으로 나무판에 물을 칠해 수분을 머금게 하는 신민서 학생기자.

붓으로 나무판에 물을 칠해 수분을 머금게 하는 신민서 학생기자.

미장은 재료를 한 번 바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덧바르는데요. 성글고 거친 초벌 미장부터 시작해서 곱고 매끄러운 마감 미장까지 적게는 3단계에서 많게는 13단계까지 나눠서 바릅니다. 맨들맨들한 표면에는 미장 재료가 잘 붙지 않기 때문에 그물망을 벽에 붙이거나 대나무·갈대를 엮어 벽을 만들고 그 위에 재료를 발라요. 표면의 질감은 광택이 날 정도로 매끈하게 하기도 하고, 일부러 거친 느낌을 살리거나, 무늬를 넣어 벽화처럼 표현하기도 해요. 내 손으로 직접 뭔가 만들고 표현해낼 수 있다는 점도 미장의 매력입니다.
 
이제 직접 미장을 체험해 볼 차례인데요. 흙반죽을 나무 널빤지에 발라보기로 했어요. 필요한 도구는 흙손과 흙판(흙받이), 붓, 종이테이프 등입니다. 먼저 재료가 표면에 잘 붙도록 하기 위해 건조한 널빤지 표면에 붓으로 물을 칠했죠. 그리고 미장을 할 곳을 제외한 주변 테두리에는 종이테이프를 붙여 재료가 묻지 않도록 합니다. 바닥에도 흙이 떨어지는 것에 대비해 비닐을 깔아뒀죠. 이를 보양 작업이라고 해요. 
흙판에 적당한 양의 반죽을 덜어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흙손을 이용해 반죽을 펴 바른다.

흙판에 적당한 양의 반죽을 덜어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흙손을 이용해 반죽을 펴 바른다.

이날 준비된 흙반죽은 흙과 모래, 마 섬유, 노란색 돌가루 안료를 섞은 것이었죠. 반죽에 물을 조금씩 부어서 적당한 농도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의 농도가 적당한지는 수학 공식처럼 정해져 있지 않아요. 많은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터득해야 하죠. 반죽을 잘 섞은 다음에는 적당한 양의 반죽을 흙판에 덜고 흙손을 이용해 벽면에 조금씩 발라줍니다. 강 매니저는 “빵에 잼을 바르듯이 흙반죽을 벽에 눌러주면서 펴 바르면 된다”면서 “일정한 두께로 발라야 보기에도 좋고 마른 뒤에 갈라질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알려줬어요. ”흙이 1.5㎝ 이상 두께만 되면 습도 조절과 같은 흙벽의 순기능이 효과를 발휘하죠. 요즘은 도시의 아파트 같은 곳에서도 흙미장을 하는 집이 늘어나고 있어요.”
 
두 학생기자는 배운 대로 열심히 흙반죽을 널빤지에 발랐죠. 보기엔 쉬울 것 같았지만 막상 해보니 절대 만만치 않았어요. 흙반죽이 툭 떨어져 버리거나 골고루 펴지지 않아 애를 먹었죠. 강 매니저는 “너무 힘을 주지 말고 흙손의 한쪽 끝은 표면에 붙이고 다른 쪽 끝은 살짝 띄워서 쓱 문질러 보세요”라고 요령을 알려줬어요. 한참을 흙반죽과 씨름하니 널빤지의 빈 곳이 조금씩 채워졌습니다. 어느새 흙손을 움직이는 학생기자단의 손놀림도 능숙해졌죠. 작은 면적을 채우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두 학생기자는 “내일 팔이 무척 아플 것 같다”며 웃었어요. 강 매니저는 “요리를 배우고 나면 음식을 먹기만 할 때와 달리 식재료와 조리 과정 등을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미장을 배우고 나서 우리 주변의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에게 온 것인지 질문하고 생각해보는 힘을 갖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쉴 때나 작업이 끝난 뒤에는 흙손과 흙판에 묻은 반죽을 물로 잘 닦아내야 한다.

잠시 쉴 때나 작업이 끝난 뒤에는 흙손과 흙판에 묻은 반죽을 물로 잘 닦아내야 한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처음에는 미장이 그냥 벽을 칠하는 공사의 한 부분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미장이 예술 활동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용하는 재료도 여러 가지였어요. 흙이나 모래, 물, 풀, 심지어 볏짚까지 넣었죠. 색상을 내는 안료를 넣을 때도 있고요. 저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왜 굳이 흙을 사용하지?’ 그 이유는 흙의 에너지 총량이 적기 때문이래요. 왜 흙을 쓰는지 알게 됐죠. 미장의 의미부터 실습까지, 미장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취재였습니다. 김민서(경기도 신원초 6) 학생기자
 
화려한 페인트칠이나 벽지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했던 미장의 새로운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밀가루보다 더 고운 흙에 볏짚과 물을 섞어 반죽하고 흙판에 올려 흙손으로 벽에 직접 발라보는 과정은 익숙하지 못한 탓에 조금은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울퉁불퉁하게 입체적인 표현도 가능해서 흥미롭고 즐거운 체험이었어요. 삭막한 시멘트보다 친환경 흙미장이 대중화되면 좋겠습니다. 신민서(서울 장충초 5) 학생기자
 
글=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이상윤(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민서(경기도 신원초 6)·신민서(서울 장충초 5) 학생기자, 도움=크리킨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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