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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고 금세 메뉴 바꾸거나 추가한 식당, 앞날 뻔해

기자
이준혁 사진 이준혁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19)

경영자의 오판은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사진 pxhere]

경영자의 오판은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사진 pxhere]

 
작은 식당이든 큰 기업이든 경영자의 오판은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가져온다. 나도 한때 잘 나가던 대기업 사원이었지만 회사를 나와 중국에 머물던 중 사기를 당해 집 전재산을 날리고 10년 동안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당시 베이징 교민사회에는 호텔 회장 명함을 들고 다니며 언론사 특파원을 비롯한 현지 교민지도부와 교류하고 기부도 하고 환심을 사는 등 성공한 사업가인 양 행세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유력 정치인이 베이징에 오면 본인이 빌린 최고급 외제승용차에 정치인과 국회의원들을 태우고 다니기도 했다.
 
호텔 직원들을 어떻게 매수했는지 몰라도 경비부터 호텔 프런트 직원에 이르기까지 그를 보면 회장님이라 불렀다. 그는 어느 날 나에게 접근해 일부 투자를 하면 호텔 사장으로 영입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나는 순진하게 전 재산을 털어 넣었지만 결국 사기를 당해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의 호텔 사장 명함은 가짜였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베이징 교민이 그의 사기행각에 희생됐다. 그는 그 이후 잠적해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퇴직 후 사기당해 전 재산 날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다 한순간에 공중 분해된 잘 나가던 외식 기업, 다른 업종에 뛰어들었다가 부도가 난 생활가전 회사 사례의 공통점은 욕심과 조급함으로 빚어진 오판이었다. [사진 pixabay]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다 한순간에 공중 분해된 잘 나가던 외식 기업, 다른 업종에 뛰어들었다가 부도가 난 생활가전 회사 사례의 공통점은 욕심과 조급함으로 빚어진 오판이었다. [사진 pixabay]

 
나는 십수 년 동안 그때의 손실을 회복하기 안간힘을 쏟아야 했다. 부채를 다 갚아 개인회생 절차를 끝내고 정상 생활인으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련과 아픔이 있었다. 지금 그 사건을 돌이켜보면 결국은 나의 지나친 욕심이 화를 자초했다고 생각한다. 호텔등기부 등본이나 주주명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그가 써 준 계약서만 덜컹 믿고 가지고 있던 돈을 탈탈 털어 송금했으니 오판의 결과치고는 희생이 너무 컸다.

 
국내 재벌 부럽지 않게 승승장구한 외식 브랜드 오너가 철저하게 준비하지도 않고 끊임없이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다 한순간에 기업 자체가 공중 분해된 사례나, 소비자 생활가전 회사가 전혀 상관도 없는 업종에 뛰어들어 부도가 난 사례의 공통점은 욕심과 조급함으로 빚어진 오판이다.
 
얼마 전 아주 아끼는 후배가 어렵게 모은 돈으로 경북 칠곡에 삼겹살 전문점을 오픈한다고 연락이 왔다. 창업을 해보지 않은 후배라 걱정이 앞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고 격려도 했다. 오픈 한지 한 달이 안 돼 손님이 없어 메뉴를 더 보강하거나 바꾸고 싶다며 어두운 얼굴로 찾아 왔다.
 
대한민국은 66만개나 되는 식당이 한 집 건너 한집일 만큼 많고, 이런 다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남으면 음식업의 본질인 음식의 품질을 높이고 고객의 마음마저 사로잡는 가심비 있는 운영을 서두르지 않고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업자가 조금 안 되면 기다리지 못해 금방 메뉴를 갈아타는 조급함을 보인다.
 
지역적 고객 특성과 이용 패턴을 고려하여 메뉴를 정해야 한다. 상권분석 데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시장조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 pxhere]

지역적 고객 특성과 이용 패턴을 고려하여 메뉴를 정해야 한다. 상권분석 데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시장조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 pxhere]

 
낚시를 해보면 알지만 좋은 미끼를 사용해 한 자리에 꾸준히 앉아 있다 보면 물고기가 잡히는 경험을 종종 한다. 금방 자리를 바꾸고 조급하게 낚시를 하면 빈 광주리만 들고 집에 가기 일쑤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식당이 위치한 자리 특성을 고려해 우리 식당에 어떤 고객이 찾아올 것이며 어떤 고객을 유치할 건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거기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고 적절한 가격을 책정해 오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적 고객특성과 이용 패턴을 고려하지 않은 메뉴는 고객의 호평을 받지 못한다. 이용하는 주 고객의 성향을 정확히 분석한 후 메뉴를 정해야 한다.
 
주부 고객이 대부분인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객단가가 3만원이 넘는 회 정식이 팔릴 것인가, 매장 반경 1km 이내 주 상권에 어떤 고객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가, 그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은 얼마인가, 그들이 선호하는 메뉴 군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치밀한 선행조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요즘은 상권분석 데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시장조사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픈을 하면 한꺼번에 많은 고객이 들어오기를 바라지 말고 방문 고객 한명 한명에 대해 정성을 다해 서비스를 하다 보면 한명이 몇 년 뒤 수백명이 되는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른 식당의 인기 메뉴라든가 TV 속의 줄 서는 맛집 메뉴로 바꾸면 잘 팔릴 것 같아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지 않고 흉내만 낸다면 고객의 발길을 끌지 못한다.
 

모든 실패의 중심엔 오판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오판을 하지만 참담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지만 모든 실패의 중심에는 나의 오판이 있음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판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상황별 시나리오를 쓰고 냉철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모든 오판에는 내 욕심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급하면 보이지 않는다. 오픈 일정에 얽매이지 말고 오픈후 일어날 상황을 정리하고 대안을 먼저 수립한 후에 문을 열어야 한다.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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