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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의 나우 인 재팬] 한국을 열렬히 탐구했던 아베, 왜 한국에 등 돌렸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거 한국에 친밀감을 드러냈지만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후 돌변했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호감을 표시한 건 정치적 목적일 뿐이란 해석도 있다.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거 한국에 친밀감을 드러냈지만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후 돌변했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호감을 표시한 건 정치적 목적일 뿐이란 해석도 있다. [EPA=연합뉴스]

“노다 총리가 그렇게 변호사처럼 따지고만 들었기 때문에 간 거야. 아베 총리였다면 전혀 달랐을 거야.”
 

MB 머릿속 아베는 지한파 정치인
지난해 문 대통령에 깜짝 선물도
“징용 판결 이후 냉정히 돌아서”
“한국 관심은 정치적 목적” 해석도

2017년 가을 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2012년 8월 왜 독도를 방문하셨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당시 민주당 정권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끝난 문제”라고 일관하며 너무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에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독도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름이 튀어 나온 게 의외였다.
 
MB는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5년 10월 어느 일요일, 아베 총리가 자신의 집무실로 찾아온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였던 아베가 면담을 청해왔고, 일정을 맞추다보니 일요일 오후로 겨우 조정이 됐다고 했다.
 
아베는 3시간 동안 청계천 복원과 버스운영체계 개편, 외교문제 등에 대해 MB의 생각을 꼼꼼하게 물었고, 꽤 깊은 토론이 오갔다고 한다.
 
당시 아베와 MB 사이에 다리를 놓았던 인사는 “아베는 ‘정치인 중엔 MB 한 사람만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바쁘면 일요일도 좋다고 했다.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하다고 본 것 같다”고 회고했다.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왼쪽)와 만나는 이명박 대통령. [중앙포토]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왼쪽)와 만나는 이명박 대통령. [중앙포토]

어쨌든 MB 머릿속의 아베는 융통성없는 노다와 달리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은 정치인이었다.
 
아베 총리가 관방장관 때 쓴 책엔 “일본이 과거에 대해 겸허하게 행동하고 예의 바르게 미래지향의 태도를 보이면 한·일 관계는 좋은 쪽으로 발전할 것”이란 내용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관방장관을 거쳐 2006년 9월 초고속으로 총리 자리에 오른 아베는 10월 취임 뒤 첫 해외 순방국으로 중국과 한국을 택했다.
 
아베 총리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가장 먼저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했지만, 추석 연휴와 겹쳐서 할 수 없이 중국 다음으로 조정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에도 ‘우익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한국에 대해서만큼은 눈과 귀를 열고 있었다.
 
한국에 대한 탐구심은 지한파로 통했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를 배출한 아베 총리의 외가가 한반도에서 넘어왔기 때문 아니냐”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한 2012년 12월 이후 자신의 지지세력인 우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와 위안부 합의까지 체결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취임 1주년 축하 케이크. [중앙포토]

아베 신조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취임 1주년 축하 케이크. [중앙포토]

지난해 5월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때는 취임 1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케잌과 등산용 망원경을 선물하기도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균열이 시작된 시기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의 태도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현재의 태도와는 차이가 있었다.
 
한때 한국 연구에 몰두하며 친밀감을 드러냈던 아베 총리의 자세가 180도 돌변한 건 이후 터진 징용 문제 때문일까. 일본 정부 고위 소식통에게 물었다.
 
지난해 5월 아베 총리는 도쿄에서 만난 문 대통령을 환대했다.
“당시엔 위안부 재단 해산 얘기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9월 유엔 총회 때 문 대통령에게서 ‘위안부 재단 해산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후 10월 말 대법원의 징용 판결이 나왔다.”
 
징용 판결 이후 아베 총리가 한국에 등을 돌렸다는 것인가.
“판결 이후에도 한국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었다.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징용 문제는 1965년 협정으로 해결된 것’이란 과거 정부의 판단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그널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5월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일본 정부 내 분위기가 바뀌었다.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아베 총리는 어떻게 해서든 한국과 잘 지내려 했지만, 위안부 재단 해산에 이은 징용 판결, 특히 올해 들어 한국 정부가 청구권협정을 존중할 생각이 없음을 알게 되면서 한국에 냉정하게 돌아섰다”고 주장한다.
 
이와 다른 해석도 있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도쿄 소식통은 “과거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던 건 정치적 목적 때문이었다”며 “한국에 관심을 보이면 자신의 우익 이미지가 완화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주변에 많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비슷한 진단을 했다.
 
박 교수는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일본 국민을 상대로 정치적인 스코어를 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위안부·징용 문제로 촉발된 일본 내 반한 감정을 고려할 때 한국에 우호적인 행보를 할 이유가 전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아베의 관심엔 처음부터 진정성이 없었고, 핵심 외교 전략으로 미국·인도·동남아를 중시하는 인도·태평양 구상을 내걸면서 한국의 가치가 더 줄어들었다는 해석이다.
 
서승욱 도쿄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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