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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아웃'으로 달라진 북·미협상···北강경파 VS 美대화파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 국무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미 확대 정상회담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 국무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미 확대 정상회담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웃'되면서 향후 북·미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대화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쪽에 힘이 실리게 됐다. 국무부 소속으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협상 재량권을 부여받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운신의 폭도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北"인간 오작품" 비난한 볼턴 가고 대화파 입지 강화
이용호·최선희·김명길VS폼페이오·비건 외교당국 구도
북측 12일 조선신보로 "핵 동결 먼저 안 해" 기선제압
미국 '유연한 접근' 어디까지..주한미군 연계 우려도

그동안 대화 기조를 강조하는 폼페이오-비건 라인과 최고 권력자 축출식인 '리비아 모델'을 거론했던 볼턴 보좌관은 갈등설이 불거질 정도로 입장을 달리했다. 
북측도 볼턴만 등장하면 “전쟁광” “인간 오작품”이라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그랬던 볼턴이 사라지면서 하노이 북ㆍ미 협상 결렬 이후 북·미 협상팀 라인업은 '이용호 외무상ㆍ최선희 부상ㆍ김명길 전 주베트남 북한대사' 대 '폼페이오 장관ㆍ비건 대표'로 정리되는 추세다. 적어도 협상 태도에 있어선 북한은 보다 독해진다는 의미고, 미국은 유연해진다는 말이 된다.
 

강경한 북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3월 1일 새벽 하노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협상 결렬이 미국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3월 1일 새벽 하노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협상 결렬이 미국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ㆍ미 외교 당국 간에는 “북한 외무성이 전면 등장하면 협상이 더 어려워진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한다. 하노이 국면까지 협상을 주도했던 통일전선부에 비해 외무성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도 7월 VOA 인터뷰에서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고위직 북한 외교관이 협상테이블 건너편에 앉아있으면 이미 (협상은)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외무성이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1996년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참사관이었을 때 카운터파트였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이달 9일 담화에서 “어렵게 열리는 협상에서 미국이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릴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측은 이어 12일자 조선신보에서 “대량파괴무기의 '폐기'든 '동결'이든 조선은 무장해제에 관한 요구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며 미국 요구사항인 '핵무기 생산동결'을 일축하는 메시지도 냈다. 앞서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판문점 회동 사흘 뒤 비건 대표가 비보도를 전제로 언론에 브리핑한 내용이라며 “북한의 핵 동결시, 인도적 지원·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제공할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 보도를 거론하며 "하노이 수뇌회담에서 미국 측 그릇된 계산법을 반복한 것"이라며 일단 거절하는 입장을 취했다. 핵 동결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초기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지난 7월 방한했던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볼턴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장관, 정경두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과 연쇄 회동을 갖고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24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 도착한 볼턴 보좌관의 안경에 김이 서린 모습은 '한치 앞도 안 보여'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어려움을 중의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한국사진기자협회]

지난 7월 방한했던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볼턴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장관, 정경두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과 연쇄 회동을 갖고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24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 도착한 볼턴 보좌관의 안경에 김이 서린 모습은 '한치 앞도 안 보여'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어려움을 중의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한국사진기자협회]

 

미국의 '유연한 접근' 어디까지

현장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갖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현장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갖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볼턴이 사라지면서 미국 측 ‘유연한 접근’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도 관건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해 스탠퍼드대 연설과 올해 애틀란틱카운슬, 미시건대 연설 등을 통해 '유연한 접근'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이 북한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와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다면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를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한다. 일단 협상 테이블에 가능한 선택지를 전부 올려놓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실행 정도를 보고 더하거나 뺄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미국은 제재만은 끝까지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대화는 유지하되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체제는 철저히 유지하는 것으로 뒷받침하는 ‘투트랙’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부분적 완화도 없다는 것이 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특정한 이벤트에 일시적인 면제(waiver)는 가능해도 전반적인 제재 체제는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북한과 이란은 핵 개발 정도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북한에) 제재를 풀 가능성도 훨씬 적다"고도 했다.  
 

긴장하는 한국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측 상응조치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연합훈련 추가 중단 등 안전보장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다. 한국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상의없이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 유예'를 내줬다. 비건 대표도 최근 미시간대 연설에서 주한미군과 비핵화 협상이 연동될 가능성에 대해 “먼 일이긴하지만 전략적 재고(reconsideration)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무협상이 열릴 9월 말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개시 시점과 겹쳐 있는 것도 미묘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등을 통해 “(미국이)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다”는 인식을 여러차례 드러낸 적이 있다. 한국이 내미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폭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에 미달할 경우,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워싱턴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르면 주 후반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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