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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버려놓곤 "부양료 달라"…뻔뻔한 부모, 막을 법이 없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아버지는 저를 버렸었는데, 저는 그럴 수 없는 건가요?” 
 

민법에 명시된 자식의 부양의무, 전혀 문제 없나
부양료 청구 소송, 작년 한해 252건 접수돼
가정 버린 부모도 갑자기 나타나 '부양료' 요구
갑작스럽게 부양의무 지게 된 자녀들 "억울"
"부양의무, 사회상 반영해 맞게 보완해야" 지적

지난해 결혼한 김미정(가명·34)씨는 아버지 때문에 1년도 채 되지 않아 부부 관계가 소원해졌다. 약 20년 전 김씨의 어머니와 이혼한 뒤 연락 두절이던 아버지가 최근 “부양료를 달라”고 요구하면서부터다. 아버지 김모씨는 “너랑 사위는 잘 살고 있으니까 돈을 벌 수 없는 나에게 월마다 부양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양료를 주지 않으면 ‘부양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과의 관계도 삐걱대기 시작했다. 김씨는 “아버지로부터 그 어떤 경제적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이제 와서 돈을 달라는데, 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의 의사와 달리 민법상 자녀는 부모에 대한 부양 의무를 지고 있다. 민법 974조에 따르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에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부양 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이행할 책임이 있으며, 부양받을 자의 생활 정도와 부양의무자의 자력(재산) 등 제반사항을 참작해 정한다”(민법 975조, 977조)고 돼 있다.  
 
노인 빈곤과 가족 해체 문제가 심화되면서 부양의무를 바라보는 가치관도 변하고 있다. 부양의무를 명시한 민법 974조는 ‘효의 가치’를 명문화한 것이다. 과거에는 “부모를 자녀가 모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빈곤 노인은 국가가 더 많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사망한 자녀의 보험금을 상속받기 위해 몇 년 만에 나타난 부모의 사연 등이 알려지면서 상속 뿐 아니라 ‘권리 없는’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 규정도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접수된 부양료 청구 소송 건수는 252건이다. 2009년 195건이 접수된 이후 소폭 변동은 있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가정법원 한 곳에만 올해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41건의 부양료 청구 소송이 접수됐다.  
 
부양료 청구 소송 접수 건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부양료 청구 소송 접수 건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물론 소송 가운데에는 부모에게 상속을 받았지만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괘씸한 자녀’에 대한 청구 건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뻔뻔한 부모’가 청구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박병규(법무법인 이로) 변호사는 “상담을 진행해 보면 어렸을 때 폭행을 행사하던 아버지가 몇십년 만에 연락이 와서 ‘자식 도리를 다 해라’ 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자녀 입장에서 볼 때는 돈도 문제겠지만, 보기도 싫은 사람을 부양해야 한다는 억울함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민법에 부양의무가 명시돼 있는 만큼 아무리 자녀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라도 소정의 부양료를 받을 수 있다. 박재우(법무법인 시선) 변호사는 “아버지와 떨어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부양 의무가 소멸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법에 정해놓은 것을 감정에 따라 처분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언급됐던 김씨의 경우에도 전문가들은 “최소 월 10만원 이상의 부양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아동학대로 친권을 박탈당한 부모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자녀의 부양의무까지 사라지진 않는다. 물론 이 경우 법정까지 갈 경우 자녀의 부양의무가 인정되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소송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부양의무 조항도 좀 더 촘촘하게 보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병규 변호사는 “정말 ‘아닌’ 부모에 대해서까지 부양의무를 무조건 진다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라며 “입법으로 부양의무를 조정하는 게 지금까지는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조정할 때가 된 거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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