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서로 꼰대질 하며 떠들고 웃고…당구 친구니까 가능한 일

기자
이인근 사진 이인근

[더,오래] 이인근의 당구오디세이(14)

나는 강원도 산골이 고향인 고등학교 친구가 많다. 사진은 강원도 홍천의 살둔마을. [중앙포토]

나는 강원도 산골이 고향인 고등학교 친구가 많다. 사진은 강원도 홍천의 살둔마을. [중앙포토]

 
나는 고향이 강원도 산골인 고등학교 친구가 많다. 고등학교 시험을 보려고 처음 버스를 타 보았다는 친구도 있고, 춘천에 올라와 기차를 처음으로 봤다는 친구도 있다.
 
당시에는 대학 진학률이 낮아 많은 친구가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직했으며, 대학에 진학했더라도 어려운 경제 형편 때문에 입주 과외를 하면서 어렵사리 학업을 이어갔다. 그래서인지 사회생활을 하며 골프는 배웠는데 오히려 당구는 치지 못하는 고교 동창이 많다. 
 

3년 전 고교 친구 셋과 당구 모임 시작  

대개 우리 또래 남자들의 모임은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내 경우는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고등학교 동기들과 자주 어울렸다. 대학 시절보다도 취직해 결혼할 때까지가 가장 즐겁고 열심히 만났던 기간으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점차 세파에 휘둘려 하나, 둘씩 바쁘다는 이유로 월례 모임 불참자가 늘면서 결국은 발전적 해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중단하게 됐다.
 
그렇게 서로에게 별 관심 없이, 이따금 들려 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살아오다 오십 중반쯤 되면서 다시 모임을 가지게 됐다. 나이가 들면 이런저런 이유로 친구가 필요해지고, 은퇴하고 나면 좀 더 자주 만나게 된다.
 
이렇게 다시 만난 고등학교 친구 모임에서 모두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은 술 뿐이다 보니 저녁 먹으면서 일차, 입가심으로 이차, 헤어지기 섭섭하니 치킨집에서 한잔 더 하는 식이 반복됐다. 그러나 젊다면 모를까 체력이 달려 힘이 들게 되고 다음 날은 온종일 숙취로 고생했다. 내가 자주 만나는 친구들에게 당구를 배우도록 권유한 건 그래서다. 이들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여 당구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3년 전쯤이다.
 
이렇게 내가 사부를 자처하며 당구를 가르친 친구가 셋 있다. 그중 한 친구는 당구 경험이 조금 있었지만, 나머지 둘은 그야말로 난생처음 당구봉을 잡았다. 삼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들의 당구 치수는 사구 기준 120 (사실 이 치수도 우리 사이에서 인플레이션된 것으로 동네에 가면 호갱님으로 부를 수준)으로 아직은 캐럼 3구 (쓰리 쿠션)보다는 4구를 좀 더 즐기고 있다.
 
나는 재미 삼아 동영상을 찍곤 했는데 이 그림을 보노라면 이건 다큐멘터리 코미디 장르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요절복통이다.
 
친구들과 같이 당구를 하다 보면 실수도 하면서 폭소가 터진다. [사진 pixabay]

친구들과 같이 당구를 하다 보면 실수도 하면서 폭소가 터진다. [사진 pixabay]

 
아주 쉬운 배치에서도 실수하면서 원하는 목적구를 엉뚱하게 비껴가기도 하고, 요즘 젊은이들 말로 ‘신박하게’ 상대방 수구에는 왜 그리도 잘 맞아 소위 ‘빠킹(일본어로 벌금을 ‘바킹’이라 하는데, 4구 캐럼 에서는 내 수구가 상대방 수구를 맞추게 되는 경우 한 점의 벌점을 받게 된다)’을 하는지 당구를 친 본인은 어이없어 실소가 나오고 상대방은 즐거워서 폭소가 나오게 된다. 지금 이들과 당구를 치면 여전히 실수를 많이 하지만 예전의 그 황당하고 즐거운 장면이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아쉬울 때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3년이 지나 서로 간에 실력 차이가 있음에도 이들은 같은 당구 치수를 고집하고 있다. 같이 시작했으니 내가 비록 상대방보다 잘 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치수만큼은 뒤지지 않으려는 남자의 자존심은 나이가 들었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서로 경쟁하며 우기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삐치기도 하지만 분명 한 것은 당구가 우리를 좀 더 자주 만나게 해주는 매개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 들어 당구를 배우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어느 정도 배운 다음에는 당나귀 고집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당구가 어떤 배치로 놓여 있을 때, 이런 경우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코치를 하면 한참 바라보다 이렇게 하면 안 되냐고 묻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당구에는 다양한 선택이 있고 그 중 성공 확률이 높은 경우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들은 이와 상관없이 자기에게 익숙한 방법에 억지로 꿰맞추려는 것이다. 
 
또한 뱅크 샷 (빈 쿠션)이나 리버스 (역회전)처럼 익숙하지 않은 타법을 시도해 보라고 코치하면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 자기가 모르는 것에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보다는 자기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만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 
 

꼰대질, 주거니 받거니  

그들은 결국 자기 고집대로 치고 나선 “아 안되는구나” 하면서도 다시 유사한 배치가 오면 자기식을 반복하는 꼰대질을 한다. 그리고 나 또한 뭣 좀 안다고 그들에게 핏대 세우며 가르치려 드는데, 이 역시 꼰대질과 다름없다. 
 
이렇게 서로 꼰대질을 하면서 우리는 함께 만나 당구 치며 떠들고, 즐기고, 웃고, 세상 얘기를 하고, 집안 얘기를 하고, 좋은 일에 같이 즐거워하고, 슬픈 일에 같이 슬퍼하며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함께 서로의 일부로서 살아갈 것이다. 
 
당구 깨알 팁
왜 쿠션 샷 아닌 뱅크 샷이라고 할까?

뱅크 샷이란 큐 볼을 먼저 쿠션에 먼저 보내고 나서 목적구를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화려한 당구 기술의 하나로, 배치에 따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샷이다. 뱅크란 원래 물을 가두어 두는 제방·둑을 말하며, 돈을 저축하는 은행이란 뜻이 여기에서 파생됐다. 그런데 왜 쿠션 샷이 아니라 뱅크 샷일까. 초기 당구 테이블에도 테두리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고무가 발명되기 이전이라 단지 공을 가두어 두는 역할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이 테두리를 맞고 튀어나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뱅크 샷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인근 전 부림구매(주)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