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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용 '신(新)한복'…아이돌부터 여성까지 사로잡다

 
지난 7월 4일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중 정국의 공항 패션이 화제가 됐다. 근사한 명품 옷을 입어서가 아니다. 넉넉한 실루엣의 회색빛 생활 한복 재킷을 걸친 모습이 신선하면서도 멋스러웠기 때문이다. 검정 티셔츠에 아래위로 회색빛 생활 한복을 한 벌로 입은 정국은 여기에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회색 어글리 슈즈를 더했다.  

오버사이즈 유행 맞춰 주목받는 남자 한복
바지에 지퍼 달고, 라인은 슬림하게
찢어진 청바지·어글리 슈즈에도 어울려

 
지난 7월 4일 김포 공항에서 생활 한복을 입고 출국하는 방탄소년단의 정국. [사진 중앙포토]

지난 7월 4일 김포 공항에서 생활 한복을 입고 출국하는 방탄소년단의 정국. [사진 중앙포토]

 
2017년 10월 한 화장품 브랜드 행사장을 찾은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멤버 라이관린의 도포 재킷도 눈길을 끌었다. 전통 한복이 아니라 도포 디자인을 변형시킨 모던한 디자인의 한복 재킷이다. 라이관린은 끈이 달린 두툼한 후드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워커를 신고 그 위에 도포 재킷을 걸쳤다. 한복 특유의 디자인인 흰색 동정이 특히 멋스럽게 보였다.  
 
후드 티셔츠에 한복 스타일의 재킷을 걸친 라이관린. 흰색 동정이 디자인 포인트가 됐다. [사진 중앙포토]

후드 티셔츠에 한복 스타일의 재킷을 걸친 라이관린. 흰색 동정이 디자인 포인트가 됐다. [사진 중앙포토]

 
그룹 '샤이니'의 태민은 한복 중 소매가 좁고 옆이 트인 '소창의'를 변형시킨 롱코트로 멋진 공항 패션을 선보였다. 옷깃을 여며 끈으로 허리를 묶은 한복 코트에 검정 바지와 더비 슈즈로 멋을 냈다. 옆으로 길게 트임을 준 한복 스타일의 코트로 바람에 날리는 실루엣이 특히 근사했다. 
 
한복 '소창의'를 변형시킨 디자인의 코트를 멋스럽게 소화한 샤이니 태민. [사진 중앙포토]

한복 '소창의'를 변형시킨 디자인의 코트를 멋스럽게 소화한 샤이니 태민. [사진 중앙포토]

 
이들이 한복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한복이 일상에서 입기 힘든 옷이라는 선입견이 보기 좋게 부서진다. 후드 티셔츠에도, 어글리 슈즈에도, 심지어 찢어진 청바지에도 어울린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뻔한 패션 공식이 아니라서 신선함은 덤이다. 남자 한복, 그 중에서도 신(新)한복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리슬의 '나 오(吾) 저고리&팬츠'. 한복 바지라고 해서 무조건 발목 부분이 좁아지는 형태는 아니다. 입구가 넓은 바지라는 의미의 '대구고(大口袴)'는 삼국 시대에 널리 입었던 한복이다. '대구고'를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디자인은 와이드 팬츠를 연상시킨다. [사진 리슬]

리슬의 '나 오(吾) 저고리&팬츠'. 한복 바지라고 해서 무조건 발목 부분이 좁아지는 형태는 아니다. 입구가 넓은 바지라는 의미의 '대구고(大口袴)'는 삼국 시대에 널리 입었던 한복이다. '대구고'를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디자인은 와이드 팬츠를 연상시킨다. [사진 리슬]

 
신한복 브랜드 ‘리슬’의 황이슬 대표는 최근 와이드 팬츠를 연상시키는 넓은 통의 한복 바지와 저고리 셔츠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1억2000만원의 펀딩을 받았다. 일반 의류와 믹스매치가 용이할 뿐 아니라 젠더리스 디자인으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어필한 결과다. 리슬의 남자 한복은 방탄소년단의 한복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열린 멜론뮤직어워드 시상식에서 멤버 지민이 리슬의 한복 바지에 블루종을 입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한복 바지는 3번째 리오더를 했을 정도로 반응도 좋았다. 황 대표는 “그동안 신한복 시장이 여성들 위주로 흘러갔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남성 고객도 10~15% 정도 내외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리슬의 '사폭 슬랙스.' 한복의 사폭 바지와 서양 복식인 슬랙스를 더해 만들었다. [사진 리슬]

리슬의 '사폭 슬랙스.' 한복의 사폭 바지와 서양 복식인 슬랙스를 더해 만들었다. [사진 리슬]

 
리슬의 한복 바지에는 허리 지퍼가 있다. 황 대표는 “남성들의 경우 한복 바지의 불편한 점으로 허리 부문을 가장 많이 꼽는다”며 “허리춤이 지나치게 넉넉해 띠를 풀면 바로 내려가는 구조라 일상에서 입기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했다. 통은 기존 한복보다 조금 더 슬림하게 빼고 발목을 묶는 끈인 데님은 탈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남성을 위한 한복 스타일의 정장을 주로 취급하는 신한복 브랜드 ‘기로에’에서는 ‘깃셔츠’를 판매한다. 한복 상의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양쪽 깃을 교차시켜 여미는 디테일을 칼라에 담아 만든 드레스셔츠(와이셔츠)다. 깃만 한복 요소에서 따왔고 나머지는 기존 드레스셔츠와 같다. 주로 예복으로 입을 한복 스타일 정장에 받쳐 입는 셔츠로 인기다. 최근에는 이 깃셔츠만 사가는 사람들도 늘었다. 특유의 디자인이 개성있고 독특해 보인다는 평가다. 박선옥 대표는 “‘차이나 칼라’처럼 통용될 수 있는 ‘코리아 칼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로에에는 도포를 연상시키는 로브(가운) 스타일의 한복 재킷도 있다. 바닥에 놓으면 납작해지는 한복 특유의 패턴은 살리되 기존 한복 두루마기보다 길이를 짧게 하고 고름 대신 단추를 달았다. 소재도 세탁 및 관리가 쉬운 울 소재를 썼다. 이 재킷은 청바지에도 잘 어울려 반응이 좋다.  
 
기로에의 '깃셔츠'와 한복 스타일의 정장. 한복의 여밈 형태를 반영한 모던 디자인으로 일상복에 매치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 한복 정장은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에서 스튜디오 유니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제네시스]

기로에의 '깃셔츠'와 한복 스타일의 정장. 한복의 여밈 형태를 반영한 모던 디자인으로 일상복에 매치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 한복 정장은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에서 스튜디오 유니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제네시스]

 
한복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서양 복식의 편리함을 적용해 일상에서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 생활 한복이 시작된 이후 이런 모토는 변함이 없지만 왜 최근에서야 이런 옷들이 주목을 받는 걸까. ‘한복문’ 대표인 국민대 의상학과 황선태 교수는 “한복 특유의 여유로운 핏이 요즘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몸에 꼭 맞을수록 멋이 나는 서양 복식과 달리, 한복은 몸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멋스럽게 떨어지는 선이 아름답다. 이는 옷을 오버사이즈로 입는 유행과도 맞아 떨어진다. 실제로 방탄소년단 정국은 한복 상의를 오버사이즈 재킷처럼 입어 멋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한복의 넉넉한 실루엣은 또한 여성 고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리슬의 황 대표는 “실제로 한복 스타일의 와이드 팬츠는 남성보다 여성분들이 더 많이 주문했다”며 “앞으로 신한복 역시 남녀 구분을 두지 않는 젠더리스(genderless) 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봤다. 우리옷에서 영감 받은 모던한 디자인의 의상을 만드는 이진희 디자이너의 브랜드 ‘하무’ 역시 대부분의 제품을 성별 구분 없이 선보이고 있다. 
 
한복의 소매에서 모티브를 따 형태미를 살려 제작한 '하무'의 모직 코트. 남성, 여성 구분없이 입을 수 있는 '젠더리스' 디자인이다. [사진 하무]

한복의 소매에서 모티브를 따 형태미를 살려 제작한 '하무'의 모직 코트. 남성, 여성 구분없이 입을 수 있는 '젠더리스' 디자인이다. [사진 하무]

 
보다 과감해진 디자인도 한몫하고 있다. 와이드 팬츠를 연상시키는 한복 바지, 턱시도 재킷처럼 입어도 좋은 한복 재킷 등이 나온다. 한복에 서양식을 가미한 것이 아니라, 서양의상에 한복 요소를 가미한 디자인이다. ‘리슬’ 황이슬 대표는 “한복이라서 멋진 게 아니라 옷 자체가 멋져서 입고 싶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복 저고리를 연상시키는 재킷을 선보인 '아혼'의 남성복. [사진 아혼]

한복 저고리를 연상시키는 재킷을 선보인 '아혼'의 남성복. [사진 아혼]

 
무엇보다 우리옷, 한국의 문화 정체성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 기로에 박 대표는 “특히 젊은층의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며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레 한복 다시 보기 현상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30여년간 생활한복 브랜드 ‘돌실나이’를 전개해온 김남희 대표는 “쓰임과 수요가 많아야 좋은 디자인의 옷이 많이 나오고, 재고 부담이 적어지는 등 산업이 굴러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한복도 일상에서 쉽게, 패셔너블하게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돌실나이'의 세컨 브랜드 '꼬마크'의 남성복은 젊은 감각의 우리옷을 선보인다. [사진 꼬마크]

'돌실나이'의 세컨 브랜드 '꼬마크'의 남성복은 젊은 감각의 우리옷을 선보인다. [사진 꼬마크]

 
패션 전문가들은 남자 한복을 일상에서 쉽게 입을 수 있는 방법으로 ‘믹스매치’를 권한다. 청바지에 넉넉한 사이즈의 신한복 셔츠 또는 재킷을 입거나, 로브 스타일로 한복 두루마기를 걸치는 방식이다. 초보라면 티셔츠에 무채색 계열의 한복 바지를 입고 슬립온을 신어보는 것도 좋다. 무채색 계열의 한복에 튀는 컬러의 운동화나 어글리 슈즈로 멋을 내면 한층 스타일리시하게 한복을 입을 수 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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