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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행 피하려다 8층서 떨어져 사망한 부하, 상사는 왜 6년형을 받았나

[중앙포토, 연합뉴스]

[중앙포토, 연합뉴스]

부하직원이 만취한 틈을 타 추행한 이모(42)씨에게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추행을 당한 직원 A씨(당시 29세)는 이씨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추행을 피해 범행 현장을 빠져나가려다 아파트 8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추행과 사망은 서로 관계가 없으므로 징역 6년은 무겁다는 취지로 주장한 이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왜 상사 아파트에서 추락한 채 발견됐나

지난해 11월 7일 새벽. 강원도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A씨(당시 29세)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아파트는 A씨 직장상사 이모(42)씨가 사는 아파트였다. A씨가 속한 팀은 회식을 했고 동료들이 돌아간 뒤 A씨와 이씨는 둘이 남게 됐다. 이씨는 A씨의 지속된 만류에도 만취한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약 두시간여 뒤 A씨는 1층에 떨어진 채로 발견됐다.  
 
이씨는 A씨와 둘만 남은 술자리에서부터 술에 취한 A씨를 추행했다. 술집 CCTV에 이씨가 A씨 옆자리로 다가가 볼을 꼬집거나 A씨 목에 손을 둘러 얼굴을 가까이 대는 등 추근대는 모습이 담겼고 A씨는 취한 상태였지만 이를 피하려 했다.
 
술집에서 나온 뒤 A씨는 이씨가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고 반대 방향으로 걷거나 길거리에 서 있는 교통 안내판 봉을 붙잡고 버텼다. 작별인사를 하듯 손을 흔들기까지 했지만 이씨는 A씨의 손을 잡아끌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두 사람이 거실에 있을 때 이씨가 A씨를 안아 침실에 눕히면 A씨가 다시 거실로 나오는 일이 6~7차례나 반복됐다. 이후 이씨는 침실에서 A씨를 추행했다. 추행 이후에도 A씨는 두 차례 거실로 나왔지만 이씨는 다시 A씨를 침실로 데려갔다. 이씨는 A씨를 침실에 두고 화장실에 갔고, 돌아오니 A씨가 없었다. A씨는 거실로 나오지 않고 방에서 연결된 다용도실 창문을 넘어가 8층 베란다에서 추락했다.
 

준강제추행치사일까 준강제추행일까

A씨가 떨어진 뒤 30여분이 지나 119에 신고한 이씨는 처음 수사기관 조사에서 A씨 사망에 대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추궁에 이씨는 자신이 A씨를 추행했다고 자백했다.
 
이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씨에 대해 준강제추행치사가 아닌 준강제추행혐의를 적용했다. 이씨가 A씨를 추행한 사실과 A씨가 아파트에서 추락한 사실 사이에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준강제추행치사죄는 음주 등으로 항거불능 상태에 놓인 사람을 추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적용하는 범죄다. 이런 경우 법이 정한 형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다. 준강제추행죄는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당시 검찰에서는 “치사 혐의까지 기소하기 위해 상당히 연구하고 애를 썼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법률적으로 인정되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치사죄를 적용했다가 인과 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죄를 물을 수 없게 되는 위험성도 고려했다는 취지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 측의 기소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통상 판례에서 인정되는 강제추행치사의 경우 추행 당시 폭행ㆍ협박을 피하려다 넘어져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든지, 흉기를 든 가해자를 필사적으로 피하려다 사망에 이르는 등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영미 변호사는 “시민들이 느끼는 법감정과 실제 법이 적용되는 과정 사이 괴리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서 이를 법적으로 기소할 수는 없더라도 법원의 양형에서 일부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ㆍ2심 징역 6년 선고에 이씨, “형이 무겁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1심은 "피해자는 술에 취해서도 집에 가려고 했지만 이씨에게 제지당했고 추행 뒤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하게 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4년을 구형했고, 통상 양형기준에 따라 1년 6월에서 4년 6월형 사이 형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1심 법원은 이를 넘겨 6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1심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씨는 자신의 추행과 A씨 사망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법원이 이를 양형 조건으로 본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을 폈다.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은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A씨가 외벽을 바라본 상태로 벽에 달린 케이블 선 등을 잡으려다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은 A씨의 추락이 양형 조건 중 하나인 ‘범행 후의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이 기소되지 않은 치사죄를 적용해 형을 정한 것이 아니라 법원 재량에 따라 양형에 반영할 수 있는 범행 후 정황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취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해 추락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A씨가 그 침실에서 어떻게든 나오고 싶어 했던 것은 분명하다"며 "그런데도 이씨는 A씨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연락하거나 A씨를 데려다주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번번이 침실에 두었고, A씨는 다른 방법으로 침실에서 나오려다 추락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고 판결했다. 
 
또 법원은 “준강제추행치사죄의 양형 권고 범위는 징역 11년~15년으로 이씨가 받은 6년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에 기소도 안 된 치사죄로 처벌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씨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썼다. 대법원도 이를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수정 기자 lee.su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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