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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탈북자···굶어죽은 모자 이어, 추석행사도 돈없어 취소

지난 1월 1일 양력 설날을 맞아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명절 행사를 열었다. 매년 200~500명정도의 탈북자가 모여 함께 음식도 먹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탈북난민인권연합 제공]

지난 1월 1일 양력 설날을 맞아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명절 행사를 열었다. 매년 200~500명정도의 탈북자가 모여 함께 음식도 먹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탈북난민인권연합 제공]

“지난 설날에는 같이 밥도 먹고 상품도 받아갔는데 안타깝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8월 숨진 채 발견된 한성옥(42) 씨와 아들 김동진(6) 군을 떠올리며 말했다. 김 회장은 “명절마다 소외된 탈북자들 모아서 함께 보냈는데 살아 있을 때 더 못 챙겨준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한 씨 모자(母子)가 서울 봉천동의 13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당시 냉장고에는 물이나 쌀 같은 먹을거리라고는 하나도 없고 고춧가루만 있었다고 한다. 수도요금이 밀려 물도 끊겼다. 잔고가 0원인 통장도 발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현장에서 타살과 자살 정황 둘 다 없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12일 언론 보도를 통해 '굶어 죽은 탈북 모자 아사(餓死)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탈북자들은 한씨 모자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의지할 곳이 없으니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결국 삶의 의욕을 잃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여겼다.
 
한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누군가 ‘굶은 채로 숨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탈북자는 활동력이 없으면 누가 거들떠 봐주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 마련된 탈북자 한모씨 모자의 추모 분향소 [뉴스1]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 마련된 탈북자 한모씨 모자의 추모 분향소 [뉴스1]

7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한 씨 모자의 시민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위원회는 이날 몇몇 언론에 부음 공고를 보내며 “먹을 거라곤 고춧가루 몇 그램만 남긴 채 서울 한복판에서 굶어 죽었다는 고인의 핍진한 고통이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 땅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탈북민과 시민사회단체가 하나 되어 고인의 마지막 길이나마 편히 모시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장례식에서 운영위원회 일을 도왔다. 그는 “지금도 한 씨처럼 어려운 탈북자들이 많은데 어디다 얘기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처음 명절 행사도 못 열어 

 
탈북난민인권연합은 2009년부터 ‘남북이 하나 되어’라는 행사를 기획해 양력 설날과 추석에 소외된 탈북자를 모아 함께 보냈다. 200~500명의 탈북자가 모여 함께 뷔페 음식도 먹고 노래자랑 등 장기자랑도 즐기며 고향과 남겨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지난 1월 1일 양력 설날을 맞아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명절 행사를 열었다. 매년 200~500명정도의 탈북자가 모여 함께 음식도 먹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추석 때는 후원이 줄어 10년말에 명절 행사를 열지 못했다고 한다. [탈북난민인권연합 제공]

지난 1월 1일 양력 설날을 맞아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명절 행사를 열었다. 매년 200~500명정도의 탈북자가 모여 함께 음식도 먹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추석 때는 후원이 줄어 10년말에 명절 행사를 열지 못했다고 한다. [탈북난민인권연합 제공]

지난 설날에는 4kg 쌀 470포대와 콩기름, 라면, 두부 5000모 등을 후원받아 생활이 어려운 탈북자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장기자랑을 통해 자전거·신발 등 상품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김 회장은 “한 씨의 사정을 먼저 알았다면 도와줬을 텐데 미안하다”고 말했다.  
 
평소 외부와 교류가 적은 탈북자 중에는 명절 행사 때 뜻밖에 고향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탈북난민인권연합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추석 당일 하루 쉬지만 그래도 큰 명절이다”며 “조상에게 성묘도 가고 송편도 먹고 남한 사람들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북난민인권단체는 이번 추석 때 10년 만에 처음으로 명절 행사를 열지 못했다. 김 회장은 “후원금과 물품이 명절이면 보통 2000만원 정도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없다”며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명절만이라도 탈북자라고 소외당하지 않고 함께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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