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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공원식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내 편, 네 편 가르지 말고 ‘국민’ 편에 서라”

■ 당국은 지진 원인 밝혀놓고도 수습책 대신 “소송해라”며 사실상 손 놔
■ 특별법안 처리 5개월째 미룬 국회는 주민 볼모 삼아 정쟁만 일삼아

포항 지진 특별기획 - 직격 인터뷰

■ 정권의 책임 아닌 국가의 책임, 시민의 목소리 귀기울여주길
 
 
7월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 지진 특별법과 피해배상을 위한 포럼에 참여한 공원식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7월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 지진 특별법과 피해배상을 위한 포럼에 참여한 공원식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포항시민들의 분노가 정치권 전반을 향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국회와 청와대다. 정부는 주민들의 피해 보상 대책에 손을 놓은 지 오래고, 국회는 정쟁에 빠져 포항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피해 규모나 수습책은 지방자치단체의 능력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결국 주민들이 직접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 중심에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있다. 지난 3월 23일에 공식 출범했다. 3월 20일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 지진을 지열발전소의 무리한 운영으로 인한 유발(촉발)지진이라고 발표한 직후다. 공원식 전 경상북도 정무부지사가 공동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공 위원장은 서울과 포항을 오가며 특별법 제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8월 1일 오후 포항에서 공 위원장을 만났다. 포항지역 언론인 출신인인 임성남 범대위 실무지원단장이 자리에 함께했다.
 
어제도 국회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을 만나고 왔다. 지역 여론을 전달하고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
 
피해 지역을 돌아보니 참담한 광경이었다. 흥해체육관 임시구호소는 난민촌을 방불케 한다. 지칠 대로 지친 주민들 분노가 피부로 느껴진다.
 
“그럴 거다. 처음에는 자연재해로 보고 일반적인 재난 기준에 따라 이재민 주거대책이 마련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정부 조사에서 인재로 밝혀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해자가 있으니 피해 규모와 보상 기준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건데,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
 
그런데 왜 불만이 커진 건가?
 
“시로선 나름의 입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포항시가 피해자 전체가 아닌 일부의 재산 손실만 다시 평가하는 건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정부 책임이 크다. 국책사업인데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면이 있다. 그런데 주민들 요구에 행정안전부는 시에서 알아서 판단하라고 책임을 넘겨 지역에서 분란을 만든 형국이 됐다.”
 
이재민들을 수용할 임대주택이 부족한가?
 
“그보단 정서상 문제가 크다. 임시거처로 마련한 임대주택이 마을에서 20~30㎞ 떨어져 있다. 고향 떠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주민들이 본래 삶의 터전에서 다시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다. 처음에 일반 재난 기준으로 지급한 지원금이 턱없이 작았던 것도 불씨가 됐다.”
 
주민들이 받은 지원금이 얼마나 되나?
 
“지진 발생 초기 받은 재난지원금은 1000만원이 채 안 된다. 전파는 900만원, 반파 450만원, 소파 100만원이다. 이 돈으로는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지을 수도, 시내에 집 한 칸 얻을 수도 없다. 처음에는 철거비를 지원해준다고 하니 철거해버린 사람들도 있다. 원래 살던 집 정도를 구하려면 1억원은 족히든다. 자기 집을 새로 지으려면 그 배가 든다. 가해자가 있는 사고인데 원래 살던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집 무너졌는데 초기에 받은 지원금 고작 900만원

3월 20일 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 발표장에서 한 포항 시민이 조사단 관계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3월 20일 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 발표장에서 한 포항 시민이 조사단 관계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텐데.
 
“인재로 밝혀지기 전 재난 관련법에 따라 주택 피해만 집계한 게 8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상가·공장·교육·종교 시설 피해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 것, 시민들의 정신적 피해까지 어림잡아 5조원은 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시에선 정밀조사가 안 됐으니 이렇게 말 못한다. 정부에서 업체 잘못이지, 우리 잘못이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국책사업이니 국가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닌가. 그게 아니더라도 우선 국가가 나서서 피해를 보상해주고 업체에 책임을 묻는 대위변제를 해달라는 게 시민들 요구다. 그런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세월호 참사 말인가.
 
“그렇다. 세월호 참사도 유병언 개인의 잘못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유병언 재산을 압류하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보상을 해주지 않았나. 오죽하면 우리는 국민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겠나.”
 
포항시민들은 수차례 여의도 국회로, 청와대 앞으로 찾아다니며 조속한 사태 수습을 촉구했다.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접수 후 한 달 만에 21만2000여 명이 동의할 정도였다. 하지만 청와대 답변은 원론에 그쳤다. “국회에서 법 제정을 추진하면 협력하겠다”는 답변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더불어민주당도 특별법안을 마련했다. 국회에는 앞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발의한 것까지 3~4건의 특별법안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첫 법안이 올라온 지 5개월째 되도록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위 구성 문제로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위를 구성해 처리하자는 입장이고, 한국당은 특별법만 다룰 ‘소(小)소위(법안심사소위 내에서 특별법만 다루는 한시적 심의기구)’ 구성을 고수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해양위에서 하는 걸로 특별법이 통과됐다. 바다로 제한돼 있었으니 가능했다. 그런데 포항 지진은 주택은 국토부, 보상은 기재부, 원인 규명은 산자부 등 여러 부처로 나눠진다. 그래서 특위를 만드는 게 속도감 있게 처리할 수 있다는 민주당 주장이 어찌 보면 논리에 맞다.”
 
한국당이 양보하면 풀릴 문제 아닌가.
 
“문제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거다. 안 해줄 핑곗거리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양당이 서로 만나서 설득하고 양보해야지, 주민들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면 일이 되겠나. 그러다 민심이 폭발한다.”
 

“정권의 문제 아닌 국민에 대한 국가의 책임”

한국당은 이전 정권의 정치적 책임으로 몰아갈까 봐 경계하는 것 아닌가.
 
“그건 의미 없는 얘기다. 시작은 노무현 정부 때였고, 이명박 정부 때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누가 지진 날 거라고 생각하고 추진했겠나.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위험 가능성을 다각도로 연구해서 안전대책을 만들도록 감독했어야 한다. 이건 누구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
 
임성남 공대위 실무지원단장은 “특별법안은 크게 피해 구제(배상 및 보상)와 원인 규명의 두 줄기로 되어 있다. 이건 산자위든 특위든 상관없는 문제다”라고 부연했다.
 
사업에 관여했던 학자들의 윤리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물을 투입하고부터 미소지진이 났는데 지방정부에는 알려주지도 않았다. 2.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통보하게 되어 있는 신호등 체계 기준을 2.5로 올려버렸다. 이것만 해도 고의성이 인정되면 형사처분 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5.6지진이 발생했다. 돈이 떨어지니까 빨리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 때문에 오히려 물 투입 시기를 서두르다 일이 벌어졌다. 비양심적인 학자들은 위험성을 경고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거들었다.”
 
관련된 학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나.
 
“장소 선정과 굴착 과정, 신호등 체계 변경 등 곳곳에 문제가 있었다. 지금 감사원에서 감사를 벌이고 있으니 다 밝혀져야 한다. 형사처분을 피할 수 없을 거다. 책임 추궁이 뒤따를 테니 스스로 인정하긴 어려울 거다. 하지만 세계적인 학자들이 참여해서 다 드러난 건데 저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거다.”
 
수습 방안을 장·단기 과제로 나눈다면 어떻게 정리가 될까.
 
“단기적으로는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원인이니까 이걸 안전하게 처리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아직도 이미 투입한 수만 t의 물이 지하에 있는데 처리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다. 스위스 바젤의 경우 10년 넘게 관리를 했다. 한꺼번에 뺄 건지, 천천히 뺄 건지 바람직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안정화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서 연구를 시작했으니 곧 방안이 나오리라 본다. 세계적으로도 포항 지진을 ‘포항 레슨’, 즉 지열발전사업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부지 선정 과정부터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문제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지진 이후 포항 지역 상권이 상당한 침체를 겪고 있다. 이걸 평가해서 보상하고 회복하는 게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또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과 주택 재건, 주거 대책도 마찬가지다. 특별법 안에 원인 규명, 배·보상 심의와 감정·지급 절차 등의 내용이 다 담긴다.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나머지 수습 절차들이 진행될 수 있다.”
 
 

“시민을 편 가르기의 도구 삼지 말라”

8월 1일 포항에서 만난 공원식 공동위원장(오른쪽)과 임성남 범시민대책위 실무지원단장.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여·야가 더 이상 시민을 편 갈라 정쟁의 볼모로 삼지 말라“고 강조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8월 1일 포항에서 만난 공원식 공동위원장(오른쪽)과 임성남 범시민대책위 실무지원단장.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여·야가 더 이상 시민을 편 갈라 정쟁의 볼모로 삼지 말라“고 강조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포항지진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하는 공동 소송단 규모는 3만 명에 육박한다. 지역에서는 소송과 특별법 제정 운동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에 대해 시민의 여론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송을 이끄는 공봉학 변호사는 7월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항시 주최로 열린 포항지진 특별법과 피해배상을 위한 포럼에서 “소송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별법이 제정되고 구제방법이 정해지면 소를 취하하기로 처음부터 위임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특별법 제정과 주민 소송은 별개로 진행되는 게 좋지 않을까.
 
“지금 진행하는 소송은 물적 피해가 아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소송이다. 지금까지 이런 사례가 없으니 판사들이 올바른 판결을 내리려면 법이든 뭐든 근거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이 소송이 3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특별법을 통해 판단의 근거를 만들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 정부조사단 발표 후 정부 기본 입장은 피해 주민의 재산·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재판을 통해 해결하라는 것이다. 물질적 피해 산정은 어떻게 할 것이며,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또 누가 부담할 건가. 이건 정말 부당한 처사다.”
 
물적 피해를 다시 산정하는 건 비용이나 시간상으로 주민 부담이 상당할 텐데 가능할까.
 
“국무총리 산하에 보상심의위원회가 담당하면 된다. 활동 기간은 기본 6개월에 6개월 연장 가능한 걸로 되어 있다. 심의위에서 피해 사실 조사를 한 뒤 당사자와 합의가 되면 보상금을 지급하면 된다. 소송은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지만, 이건 정부가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의 비용 부담이 없다. 하늘과 땅 차이다.”
 
인터뷰 이후 여야는 추경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포항지진 관련 예산 1743억원이 편성됐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아직 특별법 제정에 관해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공 위원장의 경고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귀담아들어야 할 여론이다.
 
“한국당이라고 막연히 지지하고, 민주당이라고 배척하고 그러지 않는다. 시민들이 바라는 건 우리를 편 가르기의 도구로 삼으려 하지 말고 정말 포항시민들을 위한 게 무엇인지 서로 머리를 맞대서 고민해달라는 거다. 서로 민심을 위한다면서 상대를 불신하고 양보를 받으려고만 해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줬으면 좋겠다.”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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