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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일찍 온 추석, 대목 앞둔 '대추고을'에 풋대추만 주렁

김태영씨가 지난 9일 오전 자신의 대추농장에서 덜 익은 대추를 보여주고 있다. 최종권 기자

김태영씨가 지난 9일 오전 자신의 대추농장에서 덜 익은 대추를 보여주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9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족리. 대추 주산지인 이 마을에 들어서자 도로 양쪽으로 대추밭이 보였다. 보은군은 1990년대부터 고소득 작물 육성사업의 하나로 성족리 등 관내 곳곳에 대추나무를 심었다. 추석 명절엔 농민들이 농장 앞에서 직접 좌판을 깔고 생대추를 팔았다. 일부 농가는 주문을 받아 쓸만한 풋대추를 소규모로 판매하기도 했다.

대추 산지 보은대추 농가 "열흘은 더 있어야 수확"
알 굵은 푸른빛 대추…"제사상에 풋대추 올려야"
사과 산지 충남 예산 강풍 피해 입은 농가들 울상

 
올해는 이런 광경을 보기 어렵다. 추석이 대추가 익는 시기보다 빨라 수확에 나선 농가가 없기 때문이다. 보은 대추는 대부분 9월 말에 수확을 시작해 10월 중순까지 판매한다.
 
이곳에서 만난 농장주 김태영(49)씨는 “대추가 익으려면 최소 열흘은 더 지나야 하는데,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이르다 보니 제수용 생대추조차 납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밭에 가보니 650그루에 알이 굵은 대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9일 오전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족리의 한 농장의 대추가 푸른빛을 띠고 있다. 최종권 기자

9일 오전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족리의 한 농장의 대추가 푸른빛을 띠고 있다. 최종권 기자

 
그러나 붉은빛 대추는 거의 없었다. 김씨는 “일부 붉은빛이 도는 대추는 알이 굵긴 하지만, 아직 단맛이 나지 않아 명절에 납품하지 않기로 했다”며 “비가림 시설이나 비닐하우스로 생육을 앞당겨 키운 대추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약 1650㎡(500평) 규모의 대추 농장을 운영하는 김영태(63)씨도 추석 전에 생대추 판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김씨는 “추석이 9월 말이나 10월 초만 돼도 생대추 생산량의 60~70%를 팔 수 있다”며 “올해는 집안 차례상에도 풋대추를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통가에서도 햇대추가 귀하다. 농협 충북유통 청주매장은 보은과 함께 국내 최대 대추 산지인 경북 경산에서 대추를 공수해 왔다. 충북유통 관계자는 “보은 대추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라 수확이 좀 더 빠른 경산 생대추를 판매하고 있다”며 “보은 대추는 아무리 일러도 9월 말은 돼야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산 생대추 가격은 300g에 3900원에 판매한다.
제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수확을 앞둔 충남 예산군 오가면의 한 사과 농장에 큰 피해를 입혔다. 프리랜서 김성태

제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수확을 앞둔 충남 예산군 오가면의 한 사과 농장에 큰 피해를 입혔다. 프리랜서 김성태

 
보은 대추 농가들은 생대추 가격을 평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름 24㎜의 생대추는 1㎏당 1만3000원, 26㎜는 1만8000원, 28㎜는 2만원, 32㎜ 이상은 2만5000원 이상에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의 대추 생산량은 평년보다 3.3% 많은 1만2000여t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보은에는 1450여 농가가 735㏊에서 국내 유통량의 10%에 해당하는 2200t의 대추를 매년 생산한다. 이 중 3분의 2가량이 생대추 상태로 유통된다. 보은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보은 대추 농가의 80~90%는 비 가림 시설이 돼 있어 태풍 피해는 크지 않았다”며 “수확기 전후 비가 오지 않고 일교차가 커지면 당도 높은 대추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수확을 앞두고 큰 피해를 입은 충남 예산군 오가면 사과 농장주 박용식(84)씨가 지난 8일 떨어진 사과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제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수확을 앞두고 큰 피해를 입은 충남 예산군 오가면 사과 농장주 박용식(84)씨가 지난 8일 떨어진 사과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사과 주산지인 충남 예산 농가들도 추석 대목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아직 사과가 익지 않은 데다 지난 7일 태풍 ‘링링’으로 낙과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농민 장규철(60)씨는 “추석에 내다 파는 홍로 품종은 9월 25일 전후가 수확 시기인데 명절이 이르다 보니 절반밖에 팔지 못했다”며 “나머지 물량은 추석 이후에 팔려고 수확을 늦췄는데 태풍이 오는 바람에 낙과 피해를 보았다”고 하소연했다. 예산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사과 80.5㏊, 배 88.2㏊가 낙과 피해를 봤다. 낙과율은 사과 10%, 배는 30∼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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