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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채용비리' 그 후…

[지난달 27일 열린 `2019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현장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일부 은행에서는 우수면접자에게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주기도 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열린 `2019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현장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일부 은행에서는 우수면접자에게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주기도 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은 다양한 사람을 채용하려는 것 같았다. 경제 외 상식을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어떤 고객이 와도 대화를 해야 하니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보려고 하는 것이라더라.”(우리은행 면접자 후기)

  “필기만 합격하면 면접에서는 ‘제로베이스’인 것 같았다. 최종 면접에서도 아니겠지 했는데, 마찬가지로 ‘0’에서 보는 면접이었다.”(기업은행 면접자 후기)

은행권의 ‘채용비리 사태’가 불거진지 1년 반여 시간이 지났다. 은행 인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은행권에서는 채용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분히 노력하는 모습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은행(신한·국민·우리·KEB하나 등)은 올 하반기 채용 준비에 들어갔다. 대부분 채용규모와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통상 진행했던 것처럼 9월 하반기 공채 시즌에 맞춰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채용규모는 2150명 가량으로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하반기에 신입행원 410여 명, 경력직 140여 명을 더해 모두 550여 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확정했고, 우리은행은 35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정규직 공개채용으로 200명, ‘본부 전문직 수시채용’으로 200명 등 총 400명을 채용할 예정이며, 신한은행도 이르면 이달 채용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공정성 높여라100% 블라인드 면접·외부 인사 참여
 
하반기 은행들은 100%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등 채용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채용비리 이슈로 몸살을 겪었던 탓이다.

지난해 시중은행 대부분에서 부정청탁 정황이 드러나 청년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진행된 2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행장과 같이 기소된 4명의 임원들은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은 고위공직자나 주요 거래처 및 은행 임직원 등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아 이들의 명단을 관리하면서 30여 명을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로 지난해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자를 합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IBK투자증권 김모 전 부사장과 임직원 모두 집행유예 등 유죄를 선고받았다.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재판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가장 먼저 은행들이 채용비리 이후 강조하고 나선 블라인드 채용이란 입사지원서에 선입견이나 차별적 요소를 배제하고 채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외적으로 디지털 부문 지원자는 자격증을 기입해야 하지만 그 외 다른 요소들은 없애고 오직 자기소개서로 지원의사를 판단하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류전형부터 필기시험, 1차면접, 최종면접인 임원면접까지 전 과정 블라인드다”라며 “공정한 채용을 위한 7중 안정장치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채용비리 방지를 위해 만든 안전장치는 ‘채용 프로세스 전과정 외부 전문업체 위탁’과 ‘채용자문 위원회 신설해 채용 가이드라인 수립’,  ‘필기 시험 도입’이 있다. 또 ‘1차 면접(실무자) 위원 중 외부전문가 50% 투입’ ‘2차 면접(임원급) 위원 중 외부전문가 50% 투입’ ‘합격자 전원 대상 채용 적정 여부 사후 전수 조사’ ‘채용 청탁 등 부정행위자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등이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방식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자사에 부합한 인재를 뽑기 어려워졌다는 불평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에 오래 몸담은 실무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눈썰미도 무시할 수 없는데, 외부업체에 채용과정을 모두 맡기면 이런 점이 간과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은행들은 입사 지원자들에게 청탁 등 부정행위에 관여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리고, 서약하도록 했다. 이는 채용비리 후 은행연합회에서 제정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32조에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 채용비리가 터진 후부터 입사지원서에 서약서 내용을 추가해 동의를 받고 있다”며 “모범규준이라 의무는 아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이 조항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 입사지원서에 ‘학력’, ‘학교명’ 등의 구분 요소를 기입할 수 있는 항목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처럼 ‘입사지원서 내에 본인의 학력, 또는 학교명을 알 수 있는 정보는 기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교육사항, 자기소개서 등)’라고 명시해 놓은 곳도 있다. 
 
 
은행권 인재 키워드는 ‘디지털’
 
 ‘디지털 인재 찾기’도 눈에 띈다. 올해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채용과정에도 그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9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행사장은 현장 사전면접을 신청한 2500여 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각 은행의 채용 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디지털 역량’을 강조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부터 ‘디지털·ICT 신한인 채용위크’를 신설해 디지털 인재 채용에 공을 들이고 있고, KEB하나은행도 최근 하반기 대규모 공채에 앞서 수시채용으로 신입직원을 뽑고 있다. 데이터 분석과 투자금융 업무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빅데이터 분석이나 블록체인 기획, 이용자환경(UI·UX) 설계 등 앞으로 은행의 디지털 변환을 이끌어갈 인재를 채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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