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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누룽지’ 논란, 소비자 고발에도 판매 지속

 


아이들도 즐겨먹는 누룽지 제품에서 구더기가 나왔다. 소비자 고발 후에도 해당 제품이 e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 버젓이 유통돼 안전 먹거리에 대한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난달 27일 B사에서 제조한 1kg 대용량 ‘가마솥맛 누룽지’를 쿠팡에서 주문해 이튿날 받았다. 부부와 아이 그리고 친정어머니는 문제가 된 제품을 아침 대용으로 3번이나 먹었다. 지난 5일 누룽지를 먹기 위해 불리는 과정에서 친정어머니가 물 위에 떠있는 이물질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유충으로 보이는 흰 벌레가 꿈틀꿈틀거렸기 때문이다.  
 



구더기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해당 제품을 모두 부어보니 또 다른 구더기가 발견돼 A씨 가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더기뿐 아니라 유충이 벗고 나온 허물 등이 함께 목격돼 더욱 충격이었다. A씨는 구더기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뒤 제품을 구입한 쿠팡에 즉각 항의했다.
 
A씨는 쿠팡 측의 안이한 대응에 또 다시 분노했다. 그는 쿠팡에서 제시한 매뉴얼대로 고객센터의 1대1 채팅을 통해 “누룽지에서 구더기가 나왔는데 대체 사람 먹는 음식에서 이게 무슨 일이냐”라며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벌레가 나온 사진도 함께 올리며 심각성을 알렸다. 채팅 상담은 5일 오후 1시45분에 시작됐지만 쿠팡에서 답변이 온 시각은 오후 5시20분. 그 사이에도 A씨는 “답변이 왜 없느냐”라고 재촉했지만 3시간35분이 지난 뒤에야 처음으로 “문의가 많아 답변이 늦어진 점 너무나도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을 듣게 됐다.  
 
고발 이후 쿠팡과 해당 상품의 유통전문판매원 C사의 이해할 수 없는 대처 방식이 A씨를 더욱 화나게 했다. 쿠팡은 “상품의 불량이 발생한 경우 배송비 발생 없이 교환이나 반품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며 A씨에게 자사 사이트 내에서의 반품 처리 방법을 안내했다. 소비자가 직접 반품 처리를 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답답했던 A씨는 해당 제품 제조사에 대한 연락처를 요구했지만 이조차 받지 못했다. 결국 A씨는 B사의 유통 대행을 맡은 C사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 항의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뒤 한참 후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지만 답변이 황당했다. 영업 담당 D씨는 “환불 처리를 해드릴 수 있고, 저희가 팔고 있는 다른 제품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고 응했다. C사는 사고가 일어난 제품 수거에 대해 일체 언급 없이 당장의 사태 모면에 급급한 태도를 취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벌레가 나온 해당 제품에 대한 항의를 한 건 A씨만이 아니었다. 사건 당일까지 B사의 다른 제품에도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3건의 항의가 C사에 접수됐다. 식약처에 불량식품 신고를 한 소비자도 있었다. 유통 대행 C사는 해당 제품에서 비닐과 휴지, 벌레가 나왔음을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쿠팡의 해당 제품 구매평에도 위생의 심각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9월 5일 한 고객은 “어머니가 구매했는데 나방 두 마리가 나왔다고 합니다”라고 구매평을 올렸다.
 


늑장 대처, 판매 회수 지연에 소비자 분통
 
유통 최전선에 있는 쿠팡과 C사의 늑장 대처로 이후에도 ‘구더기 누룽지’는 소비자에게 계속 판매됐다. 대용량 ‘가마솥 누룽지’는 가성비가 좋아 해당 상품군에서 파워랭킹 1위에 올라있었다. 이로 인해 쉽게 검색됐고, 소비자들은 영문도 알지 못한 채 계속해서 온라인을 통해 구매했다.  
 
소비자 고발 다음 날인 6일에야 C사는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 해당 제품 회수 조치를 취했다. 오프라인 쇼핑몰은 늦게나마 조치가 이뤄졌지만 쿠팡과 옥션 등 e커머스 시장에선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9일 오전까지도 문제의 제품이 계속해서 판매됐다. C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해당 제품을 ‘품절’로 표시했지만 정작 온라인 유통판매 업체들에 중단 조치를 하지 않아,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C사의 영업 팀장은 몰상식적인 ‘엇박 조치’ 대해 “온라인 담당자가 지난 목요일까지 휴가여서 결원으로 인해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다”며 “업체마다 처리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C사의 온라인 담당자는 “지난 6일 구두로 쿠팡 측에 문제점을 전달했다”며 설명했다. 하지만 쿠팡에 확인한 결과 C사는 9일 오전에야 제품에 대한 ‘일시품절’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사인 B사는 자사의 잘못을 인정했다. B사 대표는 “22일 제조한 제품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공장 밖에서 공사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직원들이 문을 여닫을 때 벌레들이 들어온 것 같다”며 “택배로 전량 반품 처리를 받고 있다. 식약처에도 자진신고 하겠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심각한 문제는 이미 판매된 ‘구더기 누룽지’ 제품이 아직까지 회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에까지 신고 된 불량식품이라면 해당 기간 판매분에 대해 회수 절차를 밟는 게 정상적인 조치다. 하지만 유통 C사와 쿠팡은 ‘나 몰라라’는 식이다. 쿠팡 관계자는 “일시품절 요구만 받았지 이외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며 책임을 C사에 떠넘겼다. C사도 판매된 제품이 아닌 재고품에 대한 회수만 처리하고 있다. C사는 2018년 기준으로 직원이 275명이 되는 강소기업이다.
 
A씨는 “세 살, 다섯 살 아이들이 당시에 수족구에 걸려서 밥 대신 먹이려고 누룽지를 사서 끓여준 것이다”라며 “이것이 앞으로 아이에게 유해할지 무해할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먹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찝찝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C사와 쿠팡의 늑장 대처로 인해 아이들과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구더기가 나온 누룽지를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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