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내 자식은 앞세웠지만 … 한강 다리에 선 젊은이들 붙잡은 목소리

서울 하월곡동에 있는 한국생명의전화 사무실에서 만난 박인순 상담원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자살자 유가족 자조 모임에서 큰 힘을 받고 상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김나현 기자

서울 하월곡동에 있는 한국생명의전화 사무실에서 만난 박인순 상담원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자살자 유가족 자조 모임에서 큰 힘을 받고 상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김나현 기자

벌써 10년이다.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의 박인순(65) 상담원의 아들이 스스로 삶을 저버린 건 2009년 8월이었다. 당시 스물셋이었다. 박씨는 “우리 아들이 살았으면 꼭 기자분 나이일 텐데… 젊은 사람 보면 더 생각난다”며 운을 뗐다. 9월 10일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만난 박씨는 자기 상처를 딛고 자살 예방에 앞장서는 상담사다. 유가족 출신으로 자살 전문 상담원이 된 이는 그가 처음이다. 
 

박인순 한국생명의전화 상담원
2009년 홀로 키운 외아들 투신 후
한국생명의전화 자살자 유가족 모임 나가
이곳서 상담 교육 받고 전문 상담원 활동
"잘 자란 청춘, 못한다 타박 말고 감싸야"

박씨는 아들이 9살 때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다. 독하게 일해 홀로 아들을 키우며 밤엔 공부도 했다. 공부를 한 건 상처 난 자기 마음을 달래기 위한 일이었지만 그동안 아들은 빈집을 지켜야 했다. 중2 때 생긴 아들의 우울증은 고1 때 자살 기도로 이어졌다. 대학 진학 후 나아질 거라 믿었지만, 우울증약을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극은 찾아오고 말았다.  
 
그 뒤 박씨는 10개월간 밖을 헤맸다. 아들이 몸을 던진 집에 있을 수 없어 공원 등을 종일 돌아다녔다. 그러다 2010년 6월 한국생명의전화에서 운영하는 자살자 유가족 자조 모임에 나갔다. 누구에게도 쉽게 공감받을 수 없던 고통을 그곳에서 위로받았다. 박씨는 2011년부터 이곳에서 상담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 상담 봉사자로 활동하다 2015년부터 유급 전문 상담원이 됐다. 
 
박씨는 주 2~3회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마포대교 등 한강 교량에 있는 SOS 생명의 전화와 전국 상담 전화(1588-9191)를 받는다. 주로 20~30대 전화가 많다. 가장 기억에 남은 내담자는 경북의 27살 청년이었다. 대학 학자금 대출을 내 힘겹게 졸업했지만, 취직이 안 되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대출 이자로 나가 몇 주째 저녁을 못 먹었다고 했다.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담뱃불을 붙이고 싶다고. “일단은 ‘애썼다, 고생 많았다’ 하며 달랬죠. 상담하면서 경찰에 신고하는데, 그날따라 경찰이 근처까지 갔는데 그를 못 찾았어요. 그래서 제가 ‘분풀이할 겸 큰 소리로 욕을 해보라’고 했죠. 소리로 위치를 찾을 수 있게요.”  
한국생명의전화에 있는 박씨의 자리. 주 2~3회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9시까지 SOS 생명의 전화, 전국 상담전화를 받는다. [사진 한국생명의전화]

한국생명의전화에 있는 박씨의 자리. 주 2~3회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9시까지 SOS 생명의 전화, 전국 상담전화를 받는다. [사진 한국생명의전화]

박씨는 이렇게 4년간 많은 젊은이들의 자살을 막았다. 그는 “자기 자식은 앞세우고 남의 자식 죽음은 말리고 있는 나 자신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종종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죠. 하지만 제 소는 잃었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고, 누군가는 종을 쳐야 한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요." 박씨는 “자살자 대부분이 우울증 환자”라며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암 같은 질병”임을 강조했다. 
 
“1년에 1만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저출산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치열하고 각박한 경쟁에서도 잘 자라준 청춘 한 명 한 명을 감싸야 해요. 당장 성과를 못 냈다고 타박하지 말고 기다려줘야죠. 또 하나, 청춘들이 삶의 의미를 공부나 일의 성과에서 찾지 않았으면 해요. 당신 존재 자체가 부모와 형제에겐 행복이란 걸 꼭 말하고 싶어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좀 더 해맑게 살아도 된다고요.”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