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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선고 뒤 “큰길 가자”던 이재명…2심에선 웃지 못한 이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걱정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도 예상 못 했다.” 
1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서일까. 지난 6일 2심 재판부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뒤 경기도 측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이 지사의 혐의는 네 가지다. 고(故) 이재선씨(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절차 지시에 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그리고 검사 사칭과 분당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다. 
 
2심 재판부는 이 지사의 이씨 강제입원 시도와 관련해 이 지사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은 인정되지만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강제입원 절차 관여에 대한 발언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5월 29일 열린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서 김영환 후보의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 그거는 어머니를 때리고 어머니한테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폭언도 하고 이상한 행동도 많이 했고 실제로 정신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머니, 저희 큰형님, 저희 누님, 저희 형님, 제 여동생, 제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불법 떠나 강제입원 시도 자체가 정보”  

같은 해 6월 5일 방송 토론회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형님의 부인 그러니까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다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을 해 보자고 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습니다. 그 권한은 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머니한테 설득을 해서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 못하게 막아서 결국은 안 됐다는 말씀을 또 드립니다.” 
 
이 발언에 관해 2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이씨의 강제입원 절차 진행을 지시해 일부 진행됐음에도 이를 숨긴 채 발언함으로써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지사의 변호인 측은 “이 발언은 의도를 나타낸 내용일 뿐이며 상대 후보자의 악의적 질문을 단순 부인한 것에 불과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구성요건인 ‘행위’ ‘당선될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4개 혐의별 항소심 판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재명 경기도지사 4개 혐의별 항소심 판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심에서는 이 부분에 관해 당시 TV 토론회에서의 질문과 답변 의도, 발언의 다의성, 합동토론회의 특성 등을 보면 피고인의 발언이 구체적 행위가 있었음을 알 수 없는 불분명한 발언인 데다 그 발언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만큼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TV 합동 토론회의 즉흥성으로 발언의 표현이 불명확할 수 있다 해도 이 지사의 과거 언론 인터뷰 등에서의 이와 관련한 해명 내용을 보면 선거인들이 받는 인상을 정확하게 고려하지 않고 발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반 선거인들은 불법 여부를 떠나 이 지사가 강제 입원 시도를 한 적 있는지 자체를 도덕성에 관한 중요한 정보로 여겼을 거라는 점, 이 지사가 ‘불법적으로’ 강제입원을 시도한 적이 없다는 뜻을 나타내려 했다면 오히려 이 절차가 적법했다고 강조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점에서도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왜 벌금 300만원인가 “반성 없어”

 
이 지사 측 일부 인사는 유죄 판결을 인정하더라도 벌금 300만원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20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자 중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된 이들 중 누구도 90만원 이상의 형을 받은 이가 없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공직선거법은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혹은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한다. 
 
양형 이유에 관해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시로 강제입원 절차가 일부 진행됐지만 직접 강제력을 행사하는 절차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친형 정신병원 입원 시도’가 부풀려진 면이 있다. 이씨를 실제 강제입원시킨 것은 이씨의 처와 딸이라는 점, 이씨에 대해 이뤄진 절차에 위법성은 없다는 점은 허위 내용이 아니다”라며 “이 내용이 복잡해 제한된 시간 안에 토론회에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고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다”며 이 지사의 유리한 면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 방송에서 이뤄졌으며 이 지사가 친형인 이씨의 치료를 위해 지시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사적 이익이 전혀 없지 않은 이상 개인적 이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하려 한 도덕적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이 지사에게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 범행에 대해 이 지사가 반성하지 않는 점, 아직도 경기도민과 국민에게 명확하게 해명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밝혔다. 
 
이 지사가 지난 9일 오후 광명전통시장을 찾아 경기지역화폐를 홍보했다. [사진 경기도청]

이 지사가 지난 9일 오후 광명전통시장을 찾아 경기지역화폐를 홍보했다. [사진 경기도청]

 

12월쯤 당선 무효 여부 결정

 
공직선거법에서 3심 판결을 전심 판결의 선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안에 해야 한다고 정함에 따라 이 지사는 12월쯤 대법원 최종 선고를 받을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재판은 사실관계를 따지기보다 법리해석으로 판결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에서 당선 무효형 선고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이 지사 측 변호인인 나승철 변호사(법률사무소 리만)는 “이번 주 안에 상고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서 상고를 기각해 벌금 300만원 형이 확정되면 이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는다. 항소심 파기 판결을 받으면 다시 파기 환송심 재판을 받게 된다. 
 
지난 5월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지금까지 먼길 함께 해주신 지지자들, 큰길로 계속 함께 가기를 기대한다”고 미소를 보이던 이 지사는 항소심이 있은 지난 6일 어두운 얼굴로 말 없이 법원을 떠났다. 이후 태풍 ‘링링’ 대응 영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9일 신안산선 착공식, 광명전통시장 상인과의 간담회 등에 모습을 보였다. SNS에 세금 체납 공무원 적발, 경기지역 화폐 홍보, 학교실내체육관 건립 지원 사업에 관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선고 직후 이 지사 본인은 물론 직원들 역시 당황하며 일부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묵묵히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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