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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능력 판정 때 아들·딸 차별 20년만에 사라진다

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한 할머니가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복지부가 내년에 제도를 개선하면 9만여명의 극빈층이 월 평균 30만원의 생계비를 받게 된다. [중앙포토]

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한 할머니가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복지부가 내년에 제도를 개선하면 9만여명의 극빈층이 월 평균 30만원의 생계비를 받게 된다. [중앙포토]

자녀의 부양 능력을 판정할 때 아들·딸 차별이 사라진다. 차별 폐지는 기초생활보장제를 시행한 지 20년 만이다. 또 자녀의 부양능력을 판정할 때 재산 기준을 대폭 완화해 부양 부담을 줄인다. 기초수급자 소득을 따질 때 근로소득에서 30% 빼준다. 생계비 지원금을 늘리고 기초수급자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다.  
 

복지부, 기초생활보장제 내년 개선
아들 중심의 부양제 바꿔 남녀 평등으로

보건복지부는 이런 식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고쳐서 내년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자녀의 부양 능력 판정 관련 제도를 많이 손본다. 부모가 기초수급자가 되려면 자녀의 소득·재산을 따진다. 서울에 사는 A씨 부부(남편 67세, 아내 55세)에게 월 270만원을 버는 아들이 있다. 아들의 소득이 171만원이 안 되면 무조건 A씨 부부가 기초수급자가 된다. 287만원이 넘으면 탈락한다. 아들 소득은 171만원과 287만원 사이에 있다.
 이럴 때는 99만원(270만원-171만원)의 30%를 부모 부양비용으로 간주한다. 아들이 부양능력이 조금 있으니 이만큼(약 30만원)은 A씨에게 생활비로 제공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정부는 A씨 부부에게 지급할 생계비에서 30만원을 제하고 57만원가량을 매달 지원한다. 만약 아들이 아니라 결혼한 딸이라면 99만원의 15%(약 15만원)만 부모 부양비용으로 간주한다.생계비 지원금은 72만원이다. 
 이처럼 딸의 부모 부양 부담을 아들의 절반으로 잡는다. 아들이 부모를 더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이 반영됐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하면서 이렇게 남녀 차별을 해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아들·딸 구분 없이 부양비 부담을 10%로 낮춘다. 이럴 경우 A씨의 생계비 지원금은 57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오른다. 배병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 부양은 모든 자식이 하되 자식 중 능력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고, 종전의 장남이 해야 한다는 비율은 줄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자녀의 부양 부담을 덜기 위해 재산 기준을 낮춘다. 자녀의 부동산·금융재산·자동차를 소득으로 환산할 때 가액의 4.17%를 월 소득으로 잡는데, 앞으로는 2.08%로 낮춘다. 부산의 85세 노인은 57세 아들(5인가구)의 집·금융재산 등 때문에 생계비를 받지 못하지만, 내년에는 23만원을 받게 된다. 
 
 중증 장애인이라도 부모의 소득·재산 때문에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경우에는 부모가 부양의무자가 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중증 장애인에게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또 기초수급자의 소득을 따지거나 신규 수급자가 되려는 사람(25~64세)의 소득을 따질 때 근로소득에서 30%를 빼고 계산한다. 기초수급자인 B(40)씨는 노동일을 해서 월 80만원을 번다. 근로소득을 다 반영해서 월 생계비 지원금으로 33만원을 받는데, 내년에 근로소득 공제가 시행되면 60만원으로 늘어난다. 배병준 실장은 "근로소득 공제는 20년 만에 도입했다. 이게 시행되면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는 '탈(脫) 수급'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밖에 기초수급자의 재산 공제 폭을 10년 만에 대폭 확대했다. 가령 대도시는 5400만원에서 6900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주거용 재산 인정한도액이 확대돼 대도시는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이 늘어난다. 
복지부는 이런 조치를 시행하면 내년에 7만 가구가 새로 기초수급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부양의무자 제도 때문에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극빈층이 93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기초수급자보다 더 가난한 데도 국가 지원을 못 받는다"며 "내년에 제도를 개선하면 극빈층 9만명이 매달 평균 30만원의 생계비를 새로 받게 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국민기초생활법 제정 20년 만에 근로소득 공제를 전면적으로 적용한다. 내년에 제도를 개선하게 되면 기초생보제의 완결성을 높이고 국민의 기본생활을 한층 더 보장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생활을 온전히 보장하는 포용적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기초수급자 선정 기준을 과감하게 완화는 방안(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을 개선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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