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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은 열강의 신냉전터…21세기 자원ㆍ물류의 새로운 장 될 것”

북극 전문가 해양수산개발연구원(KMI) 김종덕 박사가 9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북극 전문가 해양수산개발연구원(KMI) 김종덕 박사가 9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구 온난화의 상징으로 떠오른 북극이 열강들의 신냉전(冷戰) 터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열외가 아닙니다.”

그는 국내 최고의 북극 전문가다. 그렇다고 탐험가는 아니다. 지난 10여년간 그린란드ㆍ알래스카ㆍ시베리아 등 북극권을 30여 차례나 누빈 정책 전문가다. 김종덕(54)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정책동향연구본부장 얘기다. 그는 한때 에스키모로 불렸던 원주민 이누이트 공동체를 만났고, 러시아ㆍ덴마크ㆍ캐나다ㆍ미국 등 북극 열강들의 회의장을 찾아다녔다. 북극은 요즘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다. 그린란드에서만 하루 100억t의 얼음이 녹아내렸다. 중앙일보가 9일 김 본부장을 만나 북극 소식을 들었다. 그는 앞으로 6개월간 ‘김종덕의 북극비사(秘事)’란 제목의 디지털 연재를 통해 중앙일보 독자들을 만난다.  

북극 전문가 김종덕 KMI 본부장 인터뷰
지난 10년간 30여차례 북극권 다녀와
"북극의 변화는 폐해와 축복 양면성"

 
북극, 북극권에 대해 정의부터 해달라.
“북극점은 북위 90도에 해당하는 지점으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지만, 북극권은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1959년 서명된 남극조약을 참조하자면 같은 위도인 북위 60도 이상을 얘기할 수 있다. 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나 밤만 계속되는  극야가 나타나는 북위 66.5도 이북을 말할 수도 있다. 북극 국가라면 북극 바다를 접한 국가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북극권의 범위는 나라마다 다르다.”  
 
왜 이렇게 북극권을 많이 다녔나. 왜 북극이 중요한가.  
“개인적으로 북극 연구에 관여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의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때다. 한국으로서는 북극에 인접한 국가의 모임인 북극이사회의 옵서버 가입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해 애태우던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일이 북극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었다. 2011년 한국이 주도하는 북태평양북극컨퍼런스가 창설되면서 본격적인 논의에 참여하게 됐다. 그 후 2013년 한국의 정식 옵서버 가입이 승인되면서 국내 정책개발, 협력사업 추진, 국제 네트워크 구축 등에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0년간 북극을 30차례 이상 다니게 됐다.”
 
그간 다녀온 북극권은 어디 어디인가
“미국ㆍ캐나다ㆍ러시아ㆍ덴마크ㆍ노르웨이ㆍ스웨덴ㆍ핀란드ㆍ아이슬란드 등 북극이사회에 속한 8개국은 모두 가봤다. 처음으로 가본 곳은 북위 70도에 있는 노르웨이 트롬소였다. 북극권의 파리라고 불리는 곳인데, 태양이 한 달 이상 뜨지 않는 시기인 한 겨울에도 해류의 영향으로 바다가 얼지 않아 노르웨이의 북극 진출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트롬소는 새해 첫 해가 1월20일 전후에 정오쯤 뜬다. 매년 그 시일에 맞춰 '북극프론티어'(Arctic Frontiers)라는 국제콘퍼런스가 열리는데, 회의 도중 새해 첫해를 축하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물 위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물 위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

어디가 가장 인상적이었나.  
“각각이 다 나름의 특색이 있지만, 그린란드에서 목격한 만년설이 녹아 바다로 쏟아지던 폭포를 잊을 수 없다.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거점인 야말과, 한국인과 너무 닮은 사람들이 사는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도 인상적이었다. 중앙일보 연재를 통해서 내가 봤던 북극의 모습, 숨은 이야기,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 싶다.”
 
 
세계 주요국들의 움직임이 궁금하다.
“세계열강들이 북극을 주목한 지는 오래됐다. 북극이사회 8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각자 북극 전략을 수립해 대응기반을 만들고 있다. 북극에 접하지 않은 국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이 2013년 비 북극권 국가 중 가장 먼저 5년 단위의 북극계획을 수립했다. 중국은 최근 들어 가장 공격적으로 북극 진출에 나서고 있다. 아마도 특정 공간에 대해 강대국을 비롯해 이렇게 많은 국가별 대응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5월 핀란드에서 열린 북극이사회에서 티모 소이니 핀란드 외무장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핀란드에서 열린 북극이사회에서 티모 소이니 핀란드 외무장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도 북극권 국가도 아닌데.
“중국은 우리처럼 북극 국가가 아니지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스스로 ‘근(近) 북극국가’로 규정하고 기후와 경제, 그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북극의 이해 관계자임을 명시하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에 북극항로를 집어넣어, 국가의 최고 전략에 북극에 대한 투자기반을 만들었다. 러시아의 야말 LNG사업 등에 최대 해외투자자로서 참여도 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내가 알고 있는 그린란드 친구들은 놀라워하면서도 굴욕적인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덴마크령이긴 하지만 독자적인 정부체계와 자치권을 가진 그린란드를 그렇게 통째로 사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을 거다. 하지만 결코 단순 해프닝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논란 직후 미국은 그린란드에 외교관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린란드에 대한 투자에 공을 들여온 중국과, 군사 전략상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주기 때문이다.. 향후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어떻게 확대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 3월 동시 명명한 '쇄빙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4척. 이날 명명식을 가진 쇄빙LNG선 4척에는 니콜라이 예브게노프(러시아 북극탐험가), 블라디미르 보로닌(러시아 첫 북극항로 운항 쇄빙선 선장), 기요르기 우샤코프(러시아 북극탐험가), 야코프 가?(북극 수심지도 최초 작성자) 등 4명의 러시아 북극 탐험가 및 학자 이름이 붙었다. 쇄빙 능력을 갖춘 LNG선은 대우조선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선박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야말지역에서 생산한 LNG를 수출하기 위해 계획된 '야말 LNG 프로젝트'를 위해 발주된 쇄빙LNG선 15척(48억 달러, 한화 약 5조원)을 모두 수주했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올 3월 동시 명명한 '쇄빙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4척. 이날 명명식을 가진 쇄빙LNG선 4척에는 니콜라이 예브게노프(러시아 북극탐험가), 블라디미르 보로닌(러시아 첫 북극항로 운항 쇄빙선 선장), 기요르기 우샤코프(러시아 북극탐험가), 야코프 가?(북극 수심지도 최초 작성자) 등 4명의 러시아 북극 탐험가 및 학자 이름이 붙었다. 쇄빙 능력을 갖춘 LNG선은 대우조선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선박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야말지역에서 생산한 LNG를 수출하기 위해 계획된 '야말 LNG 프로젝트'를 위해 발주된 쇄빙LNG선 15척(48억 달러, 한화 약 5조원)을 모두 수주했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북극해가 녹으면 유럽으로 가는 최단 노선인 북극 노선이 열리는 장점이 있지만, 달리 말하면 그건 곧 환경재앙 아닌가.
“북극항로는 경제적 잠재력이 큰 이슈다. 특히 한국과 중국ㆍ일본은 북극항로를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에너지 수급이 안보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3개국의 공통점이다. 러시아에는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가 있다. 현실적으로 그 가스를 옮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대형선박이다. 북극항로의 또 다른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으론 환경재앙도 걱정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다 보면 선박사고와 유류 유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북극 바다에서의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재앙을 낳을 수 있다.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린란드도 자원개발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폐해가 동시에 염려되는데.
“그린란드의 빙상이 녹아내리면 해수면 상승뿐만 아니라 지구의 해류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이미 제시되고 있다. 특정 국가나특정 지역 차원의 문제는 아니며, 지구촌 전체의 합의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린란드 개발은 대규모 투자가 한꺼번에 일어나가 보다는 환경변화에 어느 정도 발맞추어 할 수 있는 관광이나 수자원ㆍ희귀광물ㆍ수산자원 개발이 우선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런 개발은 그린란드 사람들에게는 축복일수도 폐해일 수도 있다.”
 
한국은 북극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북극권과 기후영향을 직접 주고받는 중위도에 있다. 북극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현재 안전과 미래위협을 안다는 뜻이다. 또 화석에너지 자원을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여건에서 수입선 다변화로 인한 비용 저감은 필요하다. 북극 자원에 관해 관심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북극권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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