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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만에 복원되는 거북선, 용머리·철갑 이런 것 없다

해군이 임진왜란 당시 투입된 거북선의 원형 그대로를 복원하기로 하고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철갑구조, 용머리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기존의 재현 거북선이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이번 기회에 최대한 실물에 가까운 모습을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재현 거북선의 철갑구조, 용머리는 임진왜란 후 산물
임진왜란 거북선은 크기도 지금 재현 거북선보다 작아

1999년 해군이 복원한 거북선 모습. 이번에 새로 복원되는 거북선의 용머리 부분은 위 사진 속 잠망경 형태에서 자라목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1999년 해군이 복원한 거북선 모습. 이번에 새로 복원되는 거북선의 용머리 부분은 위 사진 속 잠망경 형태에서 자라목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9일 해군에 따르면 해군사관학교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3차 거북선 건조 사업’의 설계 용역이 오는 10일부터 입찰 공고에 들어간다. 지난달 공고에서 기준에 맞는 업체를 찾을 수 없어 재입찰에 나선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설계 업체가 선발되면 거북선 복원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설계를 끝내고 하반기 거북선 건조 공사를 시작해 2022년까지 거북선을 인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3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해군의 3번째 거북선 복원 시도로 15~20년인 목선 수명을 감안해 계획됐다. 앞서 해사는 1979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거북선 2척을 복원했다.
 
해군은 이번 사업을 위해 고증 작업부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광화문광장의 거북선 등 현재 알려진 거북선 모습이 임진왜란 때 투입된 것과 차이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해군이 과거 복원 작업에서 주로 참고한 ‘이충무공 전서’ 속 거북선 그림부터가 변형된 거북선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사 관계자는 “앞서 복원한 2척의 거북선은 전서에 기록된 전라좌수영 거북선을 주모델로 삼고, 통제영 거북선의 특징을 일부 가미한 ‘혼합형 거북선’”이라며 “임진왜란이 1592년 발발했고, 전서가 1795년에 발간된 점을 감안하면 200년의 시차를 두고 거북선의 모습에 변화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거북선. [중앙포토]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거북선. [중앙포토]

 
해군 측은 이번 복원 사업을 위해 거북선 기록의 ‘조각 맞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의 구조나 모양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남겨져있지 않아 거북선이 언급된 조선시대 문헌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해사는 현재 재현 거북선과 1592년형 거북선의 몇 가지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했다고 한다.
 
크기가 대표적이다. 해사는 임진왜란에 투입된 거북선이 현재 복원돼있는 거북선보다 더 작았다고 보고 있다. 인조 때 작성된 ‘비변사등록’의 거북선 서술 대목이 그 근거다. 여기엔 가장 작은 크기의 판옥선을 기반으로 제작된 거북선이 원래 모습보다 점점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민웅 해사 교수는 “비변사등록에 나온 서술대로라면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의 저판(배의 가장 아래 기초 부분) 길이는 50척(1척=31㎝)”이라며 “현재 복원된 거북선 저판 길이 65척보다 작다. 작은 크기로 기동성을 살려 돌격함의 역할을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학계에선 임진왜란 이후 건조된 거북선이 덩치를 키우게 된 건 해상 실전 전투가 벌어지지 않은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거북선이 전투적 실용성보다 외형의 화려함을 좇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포 탑재에 치중해 크기가 커졌다는 추론도 나온다.
 
새로 복원되는 거북선의 용머리 부분 역시 잠망경에서 자라목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용의 입에서 포가 뿜어져나왔다”는 당시 전투 기록에 기반하고 있다. 용머리가 위로 솟구쳐있는 잠망경 구조에선 포를 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사는 또 문헌 고증과 전문가들 자문을 거쳐 거북선을 상징하는 철갑 구조도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판옥선에 뚜껑을 덮은 뒤 여러 도추(송곳날)를 고정하면서 일부 철판 재질이 사용됐지만 기본적으로 거북선 갑판은 나무 재질로 이뤄져있다는 설명이다. 학계에선 일본이 적군의 착지를 막는 도추의 위력을 과장해 표현한 데서 거북선의 철갑 구조설이 기인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거북선 복원 논쟁의 단골 소재인 2·3층설의 경우 전체적인 3층 구조에 일부 2층 구조가 섞여있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동안 역사학계에선 사료를 통해 3층설을 유력하게 본 반면, 공학계에선 포 사격 뒤 복원력을 들어 2층설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3층 구조이지만 일부 공간에선 2, 3층이 연결돼있었다고 본다”며 “지난 두 차례 복원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대목”이라고 말했다. 
해사는 거북선 1층엔 격납고, 2층엔 노를 젓는 격군과 포 사격 병력, 3층엔 불화살을 쏘는 병력이 각각 자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군은 이번 복원 사업에 들어가는 목재를 모두 국내산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1999년 거북선 복원에선 일본산 삼나무가 사용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해사 관계자는 “조선시대 목선 건조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동해안 소나무로 새 거북선을 만들 계획”이라며 “원형에 가까운 거북선을 만드는 데 여러 기관과 다양한 전문가들로부터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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