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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좌고우면의 역설

김승현 논설위원

김승현 논설위원

‘왼쪽(左)을 돌아보고(顧) 오른쪽을(右) 곁눈질한다(眄)’는 ‘좌고우면’은 중국 위나라에서 유래한 말이다. 당대 문인으로 평가받는 조조의 아들 조식이 공을 세운 장군(오질)을 찬양하며 쓴 편지에 나온다. “(전략)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살펴보아도 마치 앞에 사람이 없는 듯이 한다(左顧右眄, 謂若無人)”고 추켜세웠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심경과 비슷했던 것 같다.
 
이 사자성어는 세월을 거치며 부정적인 의미로 변천했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면서 결정을 못 내리는 태도’를 비유할 때 주로 쓰인다. 큰 힘과 책임을 갖게 된 정치인·공직자들이 각오나 소신을 피력하면서 “멀리하겠다”고 다짐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 26일 청와대 민정수석 퇴임사에서 “‘촛불 명예혁명’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법과 원칙을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조 장관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연일 정치권으로부터 ‘좌고우면 금지’를 주문받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에게 물으니 “윤 총장은 좌고우면이 아니라, ‘좌우’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 기세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장관 후보자의 부인을 기소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현직 장관을 직접 상대해야 할 처지가 됐다. 청와대 참모로부터 ‘미쳐 날뛰는 늑대’라는 비판까지 받은 야성이 계속 발휘될지 지켜봐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을 관장하는 문 대통령의 선택에도 좌고우면은 없었다. 그 결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직진 선상에서 마주 보는 백척간두의 위기를 자초했다.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시국을 고려하면 대통령만이라도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살폈어야 했던 건 아닐까.
 
김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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