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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조직 신뢰 어렵다" 떠나는 날 검찰 때린 박상기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 [뉴시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 [뉴시스]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인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67)이 9일 2년여간의 임기를 끝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檢수사기관 아닌 공소기관 재정립..피의사실 공표 개선돼야"

박 전 장관은 이날 이임사에서 자신의 후임자인 조국(54) 법무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듯 조 장관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날선 발언으로 해석될 말들을 쏟아냈다. 
 
박 전 장관의 이임식엔 현재 조 후보자 관련 수사를 지휘 중인 배성범 중앙지검장과 강남일 대검차장,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참석했다. 배 검사장과 강 차장은 조 후보자의 취임식엔 참석하지 않는다. 
 

박상기 "오만한 정부조직 국민신뢰 못받아" 

박 전 장관은 이날 이임사에서 "법무 검찰은 국민을 위한 정부조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국민을 지도하고 명령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오만한 정부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박 전 장관의 주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 후보자 관련 수사를 개시한 검찰에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 권한을 침해했다"는 여당 의원들과 청와대 관계자들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장관 등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과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장관 등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과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檢 수사권 내려놓고 공소권 기관 재정립 필요"

박 전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공정한 공소권 행사기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수사권과 공소권의 중첩은 무리한 기소를 심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무리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권 폐지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박 전 장관의 이날 발언은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보다 한층 더 개혁적인 발언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9일 오전 국회를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와 조국 후보자 대책을 논의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9일 오전 국회를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와 조국 후보자 대책을 논의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추진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에 대한 폐지가 아닌 일부 축소만이 언급돼 있을 뿐이다.
 
박 전 장관뿐 아니라 조 장관도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특수부 대폭 축소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이와 함께 현재 여권에서 조 후보자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비판하는 '피의사실 공표'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檢 피의사실 공표 비판도

박 전 장관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설정, 심야조사 등의 문제점은 인권의 관점에서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며 "제도나 직무수행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임기 내 피의사실 공표와 포토라인 폐지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 후보자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정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법무부를 떠나게 됐다.
 
조 후보자 역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이 임명 초기 박 장관이 언급한 문제에 대해 강력한 제도 개혁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법조기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과거사 진상 조사 활동 종료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이 질의응답을 거부하자 법조 기자들도 기자회견 참석을 거부했다. [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법조기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과거사 진상 조사 활동 종료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이 질의응답을 거부하자 법조 기자들도 기자회견 참석을 거부했다. [연합뉴스]

박 전 장관은 이와함께 자신의 지난 2년여 임기의 성과로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검경 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 상정을 꼽았다. 
 
박 전 장관은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법무부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유사 사례의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6월 과거사위원회 업무 종료 후 장관 입장을 발표할 때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하여 이를 거부한 기자들이 참여하지 않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조국 할 수 없는 말 박상기가 했다" 

검찰 내부에선 이날 박 전 장관의 이임사에 대해 "현재 가족이 수사 대상자인 조 장관이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해준 것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 전 장관이 언급한 검찰 개혁의 과제들이 향후 조 장관과 청와대가 추진할 검찰 개혁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 장관의 이런 발언들이 지난 정권을 겨냥한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 때도 나왔다면 진정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검찰 수사에 대한 정권의 불쾌감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태인·정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박상기 법무부 장관 이임사

사랑하는 법무가족 여러분 !  

 
저는 오늘 여러분과 동고동락한 법무부를 떠납니다.  
 
그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저와 함께 묵묵히 같이 걸어 온  
법무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난 2년여의 기간 동안 법무행정의 책임자로서,법무 ·검찰 개혁을 실현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 ’를 구현하기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몇 몇 성과는 있었으나, 검찰개혁이라는 목표는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습니다.  
 
법무가족 여러분 !  
 
취임 당시 저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법무부의 존재근거인 국민의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하기 위해,‘법무 ·검찰의 변화 ’를 당부하였습니다.  
 
법무·검찰의 환골탈태(換骨奪胎  
)를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여, 모든 것을 국민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법무·검찰의 변화를 강조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새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권력기관 개혁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자 하였습니다.  
 
검찰에 집중된 권한은 검찰권의 남용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권한분산 차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 설치를 위한 법무부안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사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 과잉수사와 이중수사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검·경수사권조정 합의안 ’을 마련하여, 모두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습니다.  
 
또한 법무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하여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하였습니다 .  
 
사랑하는 법무가족 여러분 !  
 
법무행정의 변화는 검찰청의 일반 형사사건 처리 현장, 교정기관, 범죄예방을 위한 구체적 노력,  
출입국과 외국인 정책 현장에서 체감합니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 포토라인 설정. 심야조사 등의 문제점은 인권의 관점에서  
하루 속히 개선되어야 할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건관계인의 인권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기존의 관행을 전면 재검토해야만 합니다.  
 
제도나 직무수행의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를  
느낄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법무가족 여러분 !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법무·검찰은 역사상 처음으로  
과거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었던  
사건들을 조사하고, 국민 앞에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유사사례의 재발방지 등을 약속하였습니다.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였습니다.  
국가기관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국민을 향해 법의 존중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이 법무·검찰이 진정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법무가족 여러분 !  
 
국민의 법무·검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여러분께서 이루어야할 과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법무 ·검찰은 국민을 위한  
정부조직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명심하는 것입니다.  
 
국민을 지도하고 명령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겸손한 자세가 중요합니다.  
오만한 정부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공정한 공소권  
행사기관으로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수사권과 공소권의 중첩은 무리한 기소를  
심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  
 
사랑하는 법무가족 여러분 !  
 
그 동안 제가 가는 길에 뜻을 같이 하여,  
열심히 동참해 주시고,  
제가 맡은 바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법집행은 불편부당함과 함께  
균형감과 형평성이 유지되어야 함을 당부드립니다.
 
그간 여러분과 함께 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9. 9. 9.  
 
법무부장관 박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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