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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컨테이너가 멋진 체육관으로…아이들이 달라졌다

남아공 두눈 마을에 지어진 체육시설. 중고 컨테이너로 지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남아공 두눈 마을에 지어진 체육시설. 중고 컨테이너로 지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1. 베트남 하노이. 소음과 먼지에 휩싸인 이 도시엔 낡은 건물이 수두룩하다. 2016년 이탈리아에서 건축 공부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건축가 안 비엣 덩(33)은 동료들과 사무실을 구하던 중 하노이에선 발코니가 ‘죽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야심차게도 그는 ‘죽은’ 발코니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저기 방치된 발코니를 우리가 살려내면 어떨까?’

제1회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
전세계 도시 바꾸는 혁신적 시도
공공적 가치와 미래 비전 부각
서울시, 26일 대상 수상작 발표

 
이 생각은 바로 실천에 옮겨졌다. 이른바 ‘에코 발코니(Eco Balcony)’ 프로젝트다. 발코니 외부에 물을 순환시킬 수 있는 철 구조물(the steel girder-tree system)을 설치해 수경 식물을 기르게 한 것. 이들은 지난 2년간 하노이에서 버려진 발코니 100여 개를 깨웠고, 에코 발코니는 삭막했던 도시 풍경과 삶의 질을 크게 바꾼 사례로 주목받았다.
 
중고 컨테이너로 지은 남아공 두눈 마을의 체육관.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중고 컨테이너로 지은 남아공 두눈 마을의 체육관.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2.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두눈. 수도인 케이프타운에서 20㎞ 떨어진 이 지역은 지난 20여년간 인구가 다섯 배 이상 팽창했지만 제반 시설은 변화가 없어 주민들의 삶이 피폐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2013년부터 이 지역에 독특한 프로젝트가 도입됐다. ‘두눈 배움과 혁신 프로젝트(Dunoon Learning and Innovation Project)’. 도시 한가운데 퀄리티가 뛰어난 체육시설과 도서관을 지어 두 곳을 지역 활성화의 거점으로 삼자는 내용이었다.
 
주민들의 ‘핵심 공간’이 된 도서관. 잘 지은 공공시설은 주민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선사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주민들의 ‘핵심 공간’이 된 도서관. 잘 지은 공공시설은 주민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선사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그들이 염두에 둔 도서관은 ‘도서관 그 이상’이었다. 그들은 주변에 변변한 공공시설이 없는 주민들에게 도서관이 주민들의 공동 거실이자 사무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짓는 과정도 남달랐다. 체육관을 지을 땐 중고 컨테이너를 활용하며 공간의 유연성을 최대한 살렸고, 옥상엔 여느 상업시설이 부럽잖을 정도의 루프탑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마당엔 아이들이 물놀이할 수 있는 분수 놀이터도 만들었다. 그 결과 지역 아이들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올해 처음으로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를 선정한다. 26일 대상 발표를 앞두고 서울디자인재단은 6일 12개의 최종 후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에코 발코니’와 ‘두눈 혁신’도 그중 하나다.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디자인 프로젝트(디자이너 또는 단체)에 주는 상으로, 무엇보다 디자인의 공공적 가치에 무게를 둔 것이 특징이다.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활력을 얻은 베트남 하노이의 에코 발코니.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활력을 얻은 베트남 하노이의 에코 발코니.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25개국 75개 프로젝트 경쟁=서울시는 시민참여를 통한 도심재생으로 지난해 7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9월 ‘2018 서울디자인위크’에서 ‘휴먼시티 디자인 서울’을 선언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도시들과 협력해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공고가 나간 뒤 어워드엔 전 세계 25개국에서 총 75개 프로젝트가 몰렸다. 그중 12개로 추려진 수상 후보 프로젝트는 더 나은 삶을 ‘디자인’하는 힘을 보여준 세계 현장 보고서 그 자체다.
 
예를 들면 학교를 아예 ‘서비스’의 개념으로 발상을 전환한 핀란드의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제목이 ‘서비스로서의 학교(School as a service)’인 이 프로젝트는 핀란드의 에스포 시와 알토 대학 등이 협업해 학교 시설과 교육 과정을 인근의 초·중등학교와 공유하는 것을 시험한 케이스다. 교육을 서비스로 여기며 공유의 대상으로 삼은 점이 획기적이다.
 
새로운 공공시설로 무슬림-기독교 주민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지역의 관광을 활성화하자는 프로젝트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플로팅 살라와쿠(Floating Salawaku)’다. 1999~2003년 분쟁을 겪은 뒤 서로 교류가 끊긴 두 종교 공동체를 위해 해변의 공원을 겸해 전통시장, 어린이 놀이 공간, 문화 공간을 한데 만들자는 아이디어다. 이밖에 지역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 서비스를 통합해 새로운 형태의 민관 합작 투자 사업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이탈리아, ‘URBinclusion’)와 병원과 지역 복지 프로그램을 한 공간 안에 묶은 ‘웰니스 캄풍(싱가포르, Wellness Kampung) 병원’ 등도 주목받았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어워드 심사는 찰스 랜드리(코메디아 설립자), 에치오 만치니(밀라노 폴리테크닉대 디자인 명예교수), 마리아나 아마츌로(뀨물러스 회장), 루 용키(상하이 퉁지대 디자인&혁신 학장), 유현준(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등이 맡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의 찰스 랜드리는 『창조도시』의 저자로서 도시 혁신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인물. 그는 “각 프로젝트가 반드시 지속 가능한 원칙을 담고 있는지, 사람을 한데 모으고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며 “특히 참여적 접근법을 가진 프로젝트에 좋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서울디자인재단의 최경란 대표는 “시민 삶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디자인의 방향성과 실천 과정 모두가 중요하다”며 “사람과 사회, 사람과 자연 간의 관계 형성이 가장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선보인 최고의 프로젝트에 상을 수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는 현재 마지막 관문인 현장 확인과 최종 심사를 남겨두고 있으며, 오는 26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대상을 발표하고 상금 1억 원(8만5000 달러)과 트로피를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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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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