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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동네의 '세상 멋진'도서관, 아이들이 달라졌다

베트남, '에코 발코니' 프로젝트로 새로운 활기를 얻은 공간.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베트남, '에코 발코니' 프로젝트로 새로운 활기를 얻은 공간.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오랫동안 '죽은 공간'으로 방치됐던 발코니에 활기를 불어넣은 '에코 발코니'.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오랫동안 '죽은 공간'으로 방치됐던 발코니에 활기를 불어넣은 '에코 발코니'.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타이머를 이용한 펌프 시스템으로 텃밭처럼 식물을 키울 수 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타이머를 이용한 펌프 시스템으로 텃밭처럼 식물을 키울 수 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죽었던 발코니를 깨웠다  

#1. 베트남 하노이. 소음과 먼지에 휩싸인 이 도시엔 낡은 건물이 수두룩하다. 2016년 이탈리아에서 건축 공부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건축가 안 비엣 덩(33·Farming Architects)은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도시를 둘러보다가 하노이에선 발코니가 '죽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야심차게도 그는 '죽은' 발코니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저기 방치된 발코니를 우리가 살려내면 어떨까?'
 

제1회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 모색
공공적 가치, 미래 비전에 무게
최종 심사 거쳐 26일 시상식

이 생각은 바로 실천에 옮겨졌다. 2년간  그는 동료들과 함께 일부러 발코니가 있는 도심의 집을 빌려 발코니를 '깨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른바 '에코 발코니(Eco Balcony)' 프로젝트다. 발코니 외부에 물을 순환시킬 수 있는 철로 만든 구조물(the steel girder-tree system)을 설치해 수경 식물을 기르게 한 것. 이 구조물은 후에 타이머로 물을 효과적으로 순환시키는 펌프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발코니의 식물들은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건물 내부의 열을 식혀주고 공기도 정화해주니 그 효과가 1석 3조였다. 이들은 지난 2년간 하노이에서 버려진 발코니 100여 개를 깨웠고, 에코 발코니는 삭막했던 도시 풍경과 삶의 질을 크게 바꾼 사례로 주목받았다.
 

도서관 그 이상의 도서관

#2.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두눈. 수도인 케이프타운에서 20㎞ 떨어진 이 지역은 1995년만 해도 3000가구 정도가 살았던 마을이다. 하지만 현재는 16000가구가 거주하는 이 곳은  도시의 제반 시설이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주민들의 삶이 피폐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2013년부터 이 지역에 독특한 프로젝트가 도입됐다. '두눈 배움과 혁신 프로젝트(Dunoon Learning and Innovation Project)'. 도시 한가운데 퀄리티가 뛰어난 체육시설과 도서관을 지어 두 곳을 지역 활성화의 거점으로 삼자는 내용이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두눈 지역의 도서관. 지역 활성화의 핵심 거점이 되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남아공 케이프타운 두눈 지역의 도서관. 지역 활성화의 핵심 거점이 되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지어진 지역 체육관. 딱히 시간을 보낼 곳이 부족했던 지역 아이들의 삶이 풍요로워졌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두눈 교육 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지어진 지역 체육관. 딱히 시간을 보낼 곳이 부족했던 지역 아이들의 삶이 풍요로워졌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그들이 염두에 둔 도서관은 '도서관 그 이상'이었다. 그들은 주변에 변변한 공공시설이 없는 주민들에게 도서관이 주민들의 공동 거실이자 사무실, 그리고 집의 확장된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은 주민들이 배우고, 휴식하고, 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중심 공간'으로 설정됐다. 짓는 과정도 남달랐다. 
 
체육관을 지을 땐 중고 컨테이너를 활용하며 공간의 유연성을 최대한 살렸고, 옥상엔 여느 상업시설이 부럽잖을 정도의 루프탑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외부엔 아이들이 물놀이할 수 있는 스프레이 공원(분수 놀이터)도 만들었다. 그 결과 두눈 사람들의 생활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디자인적인 사고와 시스템이 사회를 바꾼 것이다. 
 

제1회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올해 처음으로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를 선정한다. 26일 대상 발표를 앞두고 서울디자인재단은 6일 12개의 최종 수상 후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에코 발코니'와 남아공의 '두눈 교육·혁신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디자인 프로젝트(디자이너 또는 단체)에 주는 상이다. 무엇보다 디자인의 공공적 가치에 무게를 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18년 '휴먼시티 디자인 서울 선언'후 준비  

서울시는 시민참여를 통한 도심재생으로 지난해 7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했다. 리콴유 세계도시상은 살기 좋은 도시, 활기찬 도시에 주는 상으로, 서울에 앞서 스페인의 빌바오, 미국 뉴욕, 중국 수저우, 콜롬비아 메데인 등이 받았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9월 ‘2018 서울디자인위크’에서 ‘휴먼시티 디자인 서울’을 선언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도시들과 협력해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디자인재단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WDO), 휴먼시티 네트워크, 뀨물러스,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kdfa) 등과 머리를 맞대고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의 방향과 틀을 잡았다. 
 
어워드는 지난 6월 공고가 나간 뒤 전 세계 25개국에서 총 75개 프로젝트가 몰렸다. 그중 12개로 추려진 수상 후보 프로젝트는 모두 흥미진진하다. 각 도시의 현실은 조금씩 달라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생태·환경·빈곤·주민 갈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사례가 넘쳤다. 더 나은 삶을 '디자인'하는 힘을 보여준 세계 현장 보고서 그 자체다.
 
남아공의 '더 베터 리빙 챌린지 디자인' 프로젝트 현장 모습. 저소득층의 주택 문제 해결에 앞장 섰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남아공의 '더 베터 리빙 챌린지 디자인' 프로젝트 현장 모습. 저소득층의 주택 문제 해결에 앞장 섰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예를 들면 학교를 아예 '서비스'의 개념으로 발상을 전환한 핀란드의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아예 타이틀이 '서비스로서의 학교( School as a service)'인 이 프로젝트는 핀란드의 에스포 시와 알토 대학 건축학과 영국 왕립예술학교 등이 협업해 시설을 인근의 초·중등학교와 공유하는 것을 시험한 케이스다.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교육 과정을 서비스로 여기며 공유의 대상으로 삼은 점이 획기적이다.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공공시설로 무슬림-기독교 주민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지역의 관광을 활성화하자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플로팅 살라와쿠(Floating Salawaku)다. 1999~2003년 분쟁을 겪은 인도네시아 암본은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 정착촌이 이웃한 곳. 자연적으론 매우 아름다운 해변을 공유하고 있지만 분쟁 이후 두 지역의 교류는 뚝 끊긴 상태다. 
 

주민 갈등을 푸는 디자인  

 인도네시아 암본의 '플로팅 살라와쿠' 프로젝트. 무슬림-기독교 주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디자인한 공공 시설이다. [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인도네시아 암본의 '플로팅 살라와쿠' 프로젝트. 무슬림-기독교 주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디자인한 공공 시설이다. [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이슬람대 출신의 건축가가 두 종교 공동체를 하나로 엮기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는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만드는 것. 전통시장, 어린이 놀이 공간, 문화 공간을 한 공간에 만들어 통해 무슬림과 기독교 주민들이 함께 만나고, 일하고, 교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로 제출된 상태다. 건축가는 "살라와쿠는 암본 말로 '방패'라는 뜻"이라며 "이 디자인이 생태학적·사회적 위협으로부터 두 지역 사회를 위한 방패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지역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 서비스를 통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민관 합작 투자 사업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 이탈리아, 'URBinclusion')과 적정한 가격의 공공주택을 위한 공동체 스타트업 프로세스 모델을 제시해온(이탈리아,'Community Start-Up Process') 도 있었다.
이탈리아 URBinclusion의 현장 회의 모습. 지역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해 민관 합작 투자 사업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다. [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이탈리아 URBinclusion의 현장 회의 모습. 지역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해 민관 합작 투자 사업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다. [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홍콩의 4063개 길거리 노점의 디자인을 바꾸어  화재 방지, 전기 안전, 사용자 친화 측면에서 개선한 (중국,Hawker Reload) 프로젝트, 병원과 지역 복지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하나의 센터 설립의 사례를 보여준 '웰니스 캄풍(싱가포르,Wellness Kampung)병원 등도 눈에 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이 어워드의 심사는 찰스 랜드리(코메디아 설립자), 에치오 만치니(밀라노 폴리테크닉대학 디자인 명예교수), 마리아나 아마츌로(뀨물러스 회장), 루 용키(상하이 퉁지대학 디자인&혁신 학장), 유현준(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등이 맡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의 찰스 랜드리는 『창조도시』의 저자로서 도시 혁신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유럽 도시 전문가들의 컨설팅 네트워크인 코메디아(Comedia)를 설립해 45개국에서 도시 전략 컨설팅을 해왔다. 
 
랜드리 심사위원장은 “각 프로젝트가 반드시 지속 가능한 원칙을 담고 있는지, 사람을 한데 모으고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며 "특히 참여적 접근법을 가진 프로젝트가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밝혔다.

 
휴먼시티 어워드를 주관한 서울디자인재단의 최경란 대표는 "시민의 삶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방향성과 실천 과정 모두가 중요하다"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람과 자연 간의 관계 형성이 가장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최고의 디자인 프로젝트에 상을 수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종 운영위원장은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를 통해 디자인의 사회적 문제 해결과 치유 기능을 전 세계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휴먼시티 디자인 어워드는 현재 마지막 관문인 현장 확인과 최종 심사를 남겨두고 있으며, 오는 9월 26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대상을 발표하고 상금 1억 원(8만 5000달러)과 트로피를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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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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