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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가 내 통장을 위협한다…‘링크드 투자’로 확산하는 ‘파생 포비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지난달 31일 중국 오성홍기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바탕에 노란 별로 나치 상징인 ‘스와스티카’ 문양을 만든 대형 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FP]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지난달 31일 중국 오성홍기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바탕에 노란 별로 나치 상징인 ‘스와스티카’ 문양을 만든 대형 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FP]

 
50대 직장인 김철규(가명)씨는 지난 4일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했다는 뉴스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홍콩 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2억원의 여유 자금을 투자해놓았는데,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될 때마다 홍콩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처럼 시위대와 홍콩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할 때면 PB센터 담당 직원에게 전화로 걱정을 털어놓았다. “손실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하려면 H지수가 10% 이상 더 떨어져야 한다”는 답을 듣긴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저금리 속 투자 몰리며 기초자산 다양
금융 불안속 금리와 유가 등 흔들리며
손실 위험 커지자 ELS·DLS 발행 감소
"파생상품은 머니게임, 규칙 알아야"

 
김 씨는 “송환법 철회가 공식화됐지만 일부 시위대가 행정장관 직선제 등 나머지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나서 당분간 H지수 연계 ELS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 채권펀드 등 더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갈아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파생상품 포비아’가 퍼지고 있다.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는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에 H지수에 연계된 ELS까지 위험 신호를 보내면서 투자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다.
 
 실물 경제와 주가가 파생상품과 같은 투자상품을 매개로 연결되면서 2000km 떨어진 홍콩의 시위가 김씨의 통장 잔고를 위협하게 된 셈이다. 그 영향으로 ELS와 DLS 등의 발행도 급감하고 있다.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와 원유 가격이나 환율 등 주가 지수 이외의 것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는 판매사가 제시하는 조건에 베팅하는 일종의 ‘머니 게임’ 성격이 짙다. 증권사가 약속한 기간 안에 주가지수가 ELS 가입 당시보다 9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연 4~5% 수익률을 약속하는 식이다. 보통 만기는 2~3년이지만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의 기회를 준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연 4~5%의 수익률을 내는 ELS와 DLS 등 파생상품은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시중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꼬박꼬박 챙겨주기 때문에 ELS와 DLS를 마치 정기 예금과 비슷하다고 오해하는 투자자도 많다.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은 고객들의 이런 심리를 파고든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품도 다채로워졌다. 원유 가격과 채권 금리, 금, 은, 환율, 기업의 신용도 등이 DLS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됐다. 기초자산과 조건의 조합에 따라 상품의 종류는 수백가지도 넘는다. 특히 사모 상품(투자자 49인 이하) 상품 구성이 더 자유롭다.
 
 문제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흔들릴 때다. 이미 경험이 있다. 2014~2016년 홍콩 H지수와 국제 유가 급락으로 상당 규모의 ELS와 DLS가 큰 손실을 냈다.  
 
 최근에는 해외 금리 연계형 D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이 바뀌고 세계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며 독일 국채 값이 오르며(금리는 하락)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6일 현재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금리 연게형 DLS의 기초자산인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0.622%다. 지난달 28일에는 원금 전액 손실 구간(-0.7% 미만)을 밑도는 -0.714%까지 하락했다. 
 
 H지수에 연계된 ELS 투자자도 불안에 떨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 등으로 홍콩 항셍 중국기업지수는 지난 3월이후 6개월간 9.35% 하락했다. 이같은 지수 하락에도 아직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예탁결제원에 의뢰해 9월 2일 기준 홍콩 H지수 1개를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발행 ELS 1260개 상품의 상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홍콩 H지수가 현재 수준보다 10% 떨어지면 손실 구간으로 진입하는 ELS 상품은 1개에 불과했다. 
 
 지수가 10~15% 떨어지면 6개, 15~20% 떨어지면 36개, 20~25% 떨어지면 77개, 25~30% 떨어지면 185개가 손실 구간으로 접어든다. 만기일이 2021~2022년까지 설정된 상품들이 대다수인 만큼 약속된 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상당히 열려 있다
 
 지난 1년간 최고점 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국제 유가와 연계된 DLS도 조기 상환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 미상환잔액이 쌓이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 연계 DLS의 미상환잔액은 1조4568억원, 브렌트유 연계 DLS는 1조2301억원에 달한다. 아직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품은 없지만 유가 변동성이 큰 만큼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진단이 나온다. 
ELS·DLS 발행금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LS·DLS 발행금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ELS와 DLS 등 파생상품은 조건에 따라 기초자산 가격의 하락보다 훨씬 큰 폭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익을 얻을 확률은 매우 높지만 수익률은 낮고, 손실이 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손실률이 매우 높다는 특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구조가 복잡하고, 기초자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파생상품 투자는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머니게임의 규칙을 알고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영 한국투자증권 잠실 PB센터장은 “원금 비보장형 ELS와 DLS가 중위험 상품으로 소개되는데 일부 상품은 개인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는 초고위험 상품”이라며 “국내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할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적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선진국 채권 금리 연계 DLS처럼 변수가 많은 기초자산을 활용한 상품은 굉장히 위험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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