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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브렉시트…괴짜 英 총리의 요지경 집안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5일(현지시간) "브렉시트를 또 연기하느니 차라리 시궁창에 빠져죽는 게 낫다"고 발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5일(현지시간) "브렉시트를 또 연기하느니 차라리 시궁창에 빠져죽는 게 낫다"고 발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정치적 궁지에 몰린 데 이어 가족까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존슨 총리의 동생이자 기업부 부장관인 조 존슨은 5일(현지시간) 현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존슨 부장관은 “최근 몇 주 동안 가족에 대한 충심(loyalty)과 국익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며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이었다. 이젠 다른 분이 나 대신 (기업부) 부장관과 하원의원을 맡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형제애도 중요하지만 형의 브렉시트 강경책엔 동의하기 어렵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영국 데일리미러는 5일(현지시간) 1면에 "보리스의 가족마저 보리스를 못 믿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보리스 존슨은 그러나 물러날 태세가 아니다. 동생이 사퇴 의사를 밝힌 5일에도 그는 브렉시트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경찰 신병학교에서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브렉시트를 추가 연기하느니 차라리 시궁창에서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면서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동생 조 존슨 기업부 부장관이 5일(현지시간) 형의 브렉시트 정책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트윗을 오린 5일(현지시간) 집 밖으로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총리의 동생 조 존슨 기업부 부장관이 5일(현지시간) 형의 브렉시트 정책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트윗을 오린 5일(현지시간) 집 밖으로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존슨 가(家) 구성원들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유명하다. 5남매 중 정계에 진출한 맏이 보리스(55)와 조(47) 외에도 작가 겸 방송인인 레이첼(54)도 튀는 언행으로 유명하다. 피는 못 속이는지 아버지 스탠리(79) 역시 정치인 겸 작가다. 정치적 논란이 되는 사안이 생길 경우 이들은 공공연히 이견을 노출하며 말다툼을 벌여왔다.  
 
지난 7월 보리스가 “이민자들도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레이첼이 “(이민자의 손자들인) 우리도 어렸을 때 집에서 외국어로 말하지 않았느냐”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이들의 외조부는 터키계 언론인이었다. 보리스의 셋째 동생으로 회계사로 일하는 레오(51)는 영국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리스를 형으로서는 사랑하지만, 그가 하는 일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이 총리로 선출됐던 7월23일, 그의 가족이 보수당사에 함께 앉아 있다. 왼쪽부터 아버지 스탠리 존슨, 여동생 레이첼, 남동생 조.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이 총리로 선출됐던 7월23일, 그의 가족이 보수당사에 함께 앉아 있다. 왼쪽부터 아버지 스탠리 존슨, 여동생 레이첼, 남동생 조. [AP=연합뉴스]

 
그러나 이들은 서로 ‘선’을 넘는 일은 피했다. 뉴욕타임스는 “보리스 가의 사람들은 서로 정치적 성향이 선명히 다르면서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신념을 우선시하는 듯하다”며 “이런 경향은 보리스가 정치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이 총리로 유력시된 올해 초부터 그를 지지하기 위해 가족들이 이견 노출을 자제해왔다는 분석이다.  
 
이들의 아킬레스건은 브렉시트다. 아버지 스탠리 존슨과 동생 조 존슨은 공공연한 브렉시트 반대주의자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도 스탠리와 조는 유럽연합(EU) 잔류에 투표했다. 보리스 존슨이 젊은 시절 기자로 일하면서 EU에 반대하는 글을 쓴 것과 달리, 아버지 스탠리 존슨은 EU 의회 의원까지 지냈다. 브렉시트 투표 당시엔 “(EU에) 남자(Remain)”는 구호가 적힌 T셔츠를 입고 브렉시트 반대 시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그러나 변심했다. 아들의 뜻을 따라 브렉시트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투표에서 브렉시트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아들이 런던시장직을 무사히 수행하고 총리라는 꿈에 다가서자 아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신념을 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탠리 존슨은 맏아들 보리스가 총리가 된 직후 영국 언론에 “내 아들이 총리가 됐으니 어찌 아니 기쁘겠냐”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는 영국 여론을 분열시켰다. 보리스 총리 반대 시위 장면. [EPA=연합뉴스]

브렉시트는 영국 여론을 분열시켰다. 보리스 총리 반대 시위 장면. [EPA=연합뉴스]

 
동생은 다르다. 조 존슨이 5일 올린 사퇴 트윗은 그가 고심 끝에 형의 강경 기조에 반기를 들기로 결심했음을 보여준다. 보리스 존슨의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 시절 내각으로 임명됐던 조 존슨은 지난해 11월에도 “브렉시트는 나라를 분열시켰다”며 “이젠 나라뿐 아니라 여러 가족들마저 분열시켰다”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기점으로 형제가 본격적으로 다른 길을 걷는 모양새다. 
 
『보리스 존슨의 모험』이라는 책을 쓴 앤드루 김슨은 NYT에 “조 존슨은 형 보리스에게 엄청나게 충성심이 강하지만 두 형제는 유럽과 관련해선 심각한 견해차를 보인다”고 전했다. 두 형제는 정치적 견해뿐 아니라 성격도 다르다고 한다. 김슨은 "보리스는 항상 세간의 중심에 서 있고 싶어 하지만 조는 다르다"며 "조는 대중의 관심을 그다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가 지난 3일(현지시간) 하원이 노 딜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한 법안을 상정하려 하자 반대 의사를 격하게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존슨 총리가 지난 3일(현지시간) 하원이 노 딜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한 법안을 상정하려 하자 반대 의사를 격하게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취임한 지 채 두 달이 안 되는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로 정치적 궁지에 몰려있다. 존슨 총리가 아무런 합의 없이 신속히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추진하자 하원은 그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당인 보수당 소속 21명 의원까지 존슨 총리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존슨 총리는 이 21명의 의원들을 출당 조치했고 의회를 해산시켜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는 법안을 냈다. 하지만 하원은 곧바로 표결을 벌여 부결시켰다. 존슨 총리의 이중 굴욕이다. 여기에다 동생인 조 존슨 의원까지 사퇴 의사를 밝히며 존슨 총리는 안팎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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