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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며 잔디 깎은 뒤 누워 바라 본 하늘, 이게 바로 행복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37)

닭이 알을 낳았다. 그것도 6개씩이나! 정말 탱글탱글한 닭 알이다. 퀄리티부터가 다르다. 그중에는 큰 것도 있고 쌍알도 있다. 앞으로는 산막에서 적어도 계란 살 일은 없겠다. 닭 키운 보람이 있구나. 닭 알 몇개가 무어 그리 대수롭겠냐만은 무엇이든 수고해서 얻은 것은 다 귀함을 다시 느낀다. 나의 수고가 귀하듯, 남의 수고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하겠다.
 
산막에서 얻은 귀한 닭 알! 자급자족 산막 생활 재밌구나! [사진 권대욱]

산막에서 얻은 귀한 닭 알! 자급자족 산막 생활 재밌구나! [사진 권대욱]

 
가을 바람 소슬하니 숲 속 공부방 하나 만들어야겠다. 책상 놓고, 걸상 놓고, 책 몇 권 놓고, 노트북 놓고, 듀오백 높이 앉아 앞산을 바라보니, 미물들도 가을옴을 알았던가 견공 셋 이름 모를 벌레 하나 내 옆에 좌정한다. 미물들도 가을옴을 알겠거늘… 너는 어쩌자고 아직도 일 생각이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하루를 마무리 짓는 나의 위치는 언제나 같다. 의자를 정리하고, 테이블을 접고, 창고를 닫고, 바베큐 기계를 제자리에 놓고, 커버를 씌우고, 전선 코드를 뽑고, 스피커 커버를 씌우고, 원두막 테이블을 접고 수도꼭지를 잠그고, 그리고 나면 나는 눕는 의자 하나, 앉는 의자 하나 데크에 내고 지는 해를 바라본다. 바람과 공기를 느끼며 풀벌레 소릴 듣는다.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손도 돌아가고, 고추 따는 사람들도 모두 가버린 지금 이 순간의 적막을 즐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고, 나는 또 일상의 물결에 몸을 맡길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듯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돌 틈 국화 꽃 몽우리에서, 뒤뜰 풀벌레 울음 소리에서도, 스치는 바람에서도, 가을의 단초를 보며 삶을 생각한다. 곡우가 밥 먹으라 부르면 나는 휘적휘적 곡우가 준비한 저녁을 먹고, 또 다시 밤바람을 맞을 것이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생각하며 온 몸을, 온 마음을 불사를 무엇을 찾는다.
 
몸을 움직여 새로운 모습의 산막을 준비해 본다. 땀은 나지만 정신은 건강해짐을 느낀다. [사진 권대욱]

몸을 움직여 새로운 모습의 산막을 준비해 본다. 땀은 나지만 정신은 건강해짐을 느낀다. [사진 권대욱]

 
머리 아프고 몸 찌뿌둥할 때는 노동이 최고다. 단풍나무 가지가 자두나무 가지에 치어 자라질 못하니 곡우가 어떻게 해보라 성화인지라, 강풍 부는 날임에도 팔 걷어붙이고, 사다리 놓고, 전기톱으로 가뿐히 정리했다. 사다리 잡는 곡우에게 똑바로 잡으라 호통치는 재미도 있어 그랬나? 아 씻은 듯 사라지는 이 두통과 찌뿌둥함이여! 몸과 마음이 따로 아니고, 몸 움직이는 쾌복을 또 느낀다.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우리는 매일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냥 있어도 가슴 뛰는 그런 삶이면 오죽 좋으련만, 그냥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야하는 삶이기 때문에 땅 위에 한발을 딛되 또 한발은 구름 위에 두어야 하는 것. 꿈과 희망 역시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 과정이 아닐지 모르겠다. 이루어진 꿈은 이미 꿈이 아닌 것. 또 새로운 꿈을 꾼다. 그 꿈의 끝 허망할 줄 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꾼다.
 
내가 직접 작사한 '나의 삶 나의 꿈'의 가사다. 왜 사는가? 이 원초적 물음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라 시인은 말하지만, 소이부답(笑而不答)하기엔 너무나 엄중한 물음이다. 우리는 보다 명쾌한 존재의 이유, 분명한 삶의 목적을 원한다.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 그 해답을 위해 우리 스스로 정의하고 그렇다 믿는 만용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의한다. 소명이 우리가 세상에 와 존재하는 이유라면,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고 싶고 그럴 권리가 있다. 그런데 과연 행복은 무엇인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 인류역사 이래 이 의문만큼 오래도록 많이 물었지만 정답 없는 의문도 없을 것이다. 런던 타임지에서 실시한 ‘가장 행복한 사람’에 대한 설문 결과가 답이 될지 모르겠다. 답변 중 1위에서 4위를 차지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았다.
 
1위, 모래성을 막 완성한 어린 아이
2위, 아기 목욕을 다 시키고 난 어머니
3위, 세밀한 공예품 장을 다 짜고 휘파람 부는 목공
4위, 어려운 수술을 성공하고 막 한 생명을 구한 의사
 
이 답변들 중 백만장자나 황제나 귀족이 되는 것은 들어 있지 않다. 대정치가나 인기있는 직업의 사람들도 모두 빠져있다. 이 말에 크게 공감한다. 내가 직접 느꼈고 지금도 그 느낌을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13년 전 산막에 홀로 있을 때, 등짐 져 나른 돌과 경계석과 고물상의 FRP통으로 만들었던 분수대를 보며 느꼈던 행복감은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선하다. 한 여름 땀 뻘뻘 흘리며 잔디 깎고 누워 바라본 파아란 하늘과 한 겨울 땔나무 그득 쌓아둔 충만감은 바로 행복이었다.
 
그것은 댐 만들고 고속철 만들고 높은 빌딩 짓고 공장 만들고 회사 사장으로 느꼈던 성취와는 차원이 다른 또 하나의 경이로운 세계였다. 남이 아니라 나요, 수고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며, 마음에 저버림 없어 얼굴에 부끄럼 없는 당당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은 현재의 그 자리에서 자신의 수고를 통해 맺어지는 열매를 보고 기뻐하는 사람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아님을 알고 마음을 통해 몸을, 몸을 통해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다. 가는 곳마다 주인 되고, 서 있는 곳 모두 참되어 마음에 저버림, 얼굴에 부끄런 빛 없는 사람이다.
 
가을 하늘이 깨끗하구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오늘도 깨닫는다. [사진 권대욱]

가을 하늘이 깨끗하구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오늘도 깨닫는다. [사진 권대욱]

 
행복한 사회를 원하는가? 행복한 가정 행복한 직장을 꿈꾸는가?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행복해지면 된다. 욕심을 조금 버리고 불행하다 생각하는 작은 나를 잡아내어 생각만 해도 가슴 뛰고 눈 반짝여지는 곳으로 데려갈 참 나를 하나 만들어 두자. 데려갈 곳 없으면 갈 수 없으니, 늘 그런 곳 하나쯤 예비해 두자.
 
‘행복'은 오는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며, 내 주위에 항상 머물고 있다. 멀리 있지 않으며, 유보되거나 저축되어 배가 되는 것도 아니니, 멀리 아닌 지금, 내 몸 움직여 수고하고 땀 흘려 얻는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말자. 생각만 해도 눈 반짝이고 가슴 뛰는 일 하나쯤은 늘 가지고 있자.
 
권대욱 ㈜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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