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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방식, 변 굳게하고 독성물질 만들어 대장암 유발

라이프 클리닉 

 필자가 레지던트일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대장암은 그리 흔한 병이 아니었다. 부유할수록 잘 걸리는 병이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대장암은 세계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암 중 하나다. 대표적인 선진국형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2016)에 따르면 가장 많이 발생한 암 2위다. 전체 암 중 차지하는 비율이 1위인 위암과 1%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더구나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대장암 발병률은 조사 대상 184개국 중 가장 높았다.
 

대장암 유전 5%, 대부분 식습관 탓
섬유질 섭취 늘려야 독성 물질 줄어
영양제 프로바이오틱스 과신 금물

건강한 장내 환경, 수술 때도 중요
조기 회복 프로그램으로 효과 높여
금식 시간 줄이고 합병증도 최소화

대장암 환자가 흔해진 것은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부터다. 대장암의 원인 중 유전은 5%에 그친다. 대장암에 걸리는 대부분의 원인은 후천적이라는 뜻이다. 평소 건강한 장을 유지하려면 어릴 적부터 식습관을 잘 길들여야 한다.
  
영양제보다는 건강한 식생활이 우선
 
식생활이 내 몸의 건강을 좌우하는 이유는 장내 미생물 때문이다. 인간 유전자 분석 결과 10%만 인간 고유 유전자고, 90%는 박테리아로부터 온다. 인간과 박테리아가 몸 안에서 공유하고 있다. 인간이 오히려 미생물에 얹혀사는 격이다. 몸속 박테리아는 어릴 때 형성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몸 안에 좋은 박테리아의 비율을 유지해야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프로바이오틱스의 인기가 높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유익균이 장까지 도달해 증식하고 정착한다. 그 과정에서 장에 서식하는 유해균이 줄어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만능 영양제로 여겨지지만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어 무턱대고 복용하는 것은 이롭지 않다. 또 프로바이오틱스를 끊으면 장내 세균의 조성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식습관 개선이 우선이다. 장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선 건강보조식품을 먹기보다는 높은 열량의 기름진 음식, 동물성 지방 등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음식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장암

대장암

고지방 음식을 많이 먹으면 지방을 분해하기 위해 담즙산이 많이 나오고, 대장이 자극받아 대장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 또 대장 내 세균이 2차 담즙산과 콜레스테롤 대사산물, 독성 물질을 만들어 대장 세포를 손상하고 발암 물질을 증가시킨다. 섬유질이 없는 고지방 식사는 딱딱한 변이 잘 움직이지 않고 오랫동안 장에 남게 해 독성 물질이 장을 더 오랫동안 자극하게 한다.
 
반면 채소류·과일 등을 많이 먹으면 섬유질이 음식물을 장에서 빠르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독성 물질과 장 점막이 접촉하는 시간을 줄이고, 장 속 독성 물질의 농도를 떨어뜨린다. 육류 위주 식사를 하면 변을 보기 힘들고, 섬유질이 많은 채소 위주 식사를 하면 배변이 쉬워지는 이유다.
 
대장암 치료에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수술이다. 획기적인 신약과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어도 수술만큼 확실하고 정확한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또 수술로 암을 제거할 순 있지만 환자의 면역력, 영양 상태, 동반 질환 등을 조절하기 어렵다. 게다가 수술로 생길 수 있는 합병증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대장암 환자의 수술 전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수술 후 조기 회복 프로그램’인 ‘이라스(ERAS,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다. 서울성모병원은 2017년부터 수술을 앞둔 모든 대장암 환자에게 회복 증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라스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환자의 적절한 영양섭취 유지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대장의 기능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 프로그램은 환자의 수술 전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해 합병증을 줄임으로써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외과 의사,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간호사, 영양사, 약사, 운동치료사 등이 함께 고안했다.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금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환자는 수술 2시간 전까지 탄수화물 보충 음료와 영양음료를 섭취한다. 단백질·무기질·오메가3 등이 들어 있는 영양음료는 관장 후 균형이 깨진 장내 세균 조성의 정상화를 촉진한다. 탄수화물 보충 음료는 섭취 후 2시간이 지나면 위에 거의 남지 않아 마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안전하다. 게다가 수술 후 인슐린 저항성을 줄여 수술 후 회복을 증진하고 합병증을 줄인다. 대장암 수술 전 금식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여겨졌으나 금식 시간을 최대한 줄여 환자의 불편함을 덜고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돕고 있다.
  
수술 효과 극대화한 이라스 프로그램
 
수술 후 금식도 최소화했다. 수술 후 4시간이 지나면 물을 마실 수 있고, 수술 다음 날부터 죽을 먹는다. 과거에는 수술 후 방귀가 나와 장이 막히지 않고 장운동이 정상화됐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철저하게 금식을 지키고 물조차 마시지 못했다. 하지만 수술 중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수술 후 조기에 음식물을 섭취하도록 해 환자의 장운동을 촉진한다. 그 결과 대장암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이 12일에서 3~5일로 줄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 암 환자가 증가하고, 대장암 노인 환자도 같이 늘고 있다. 고령 환자에게 조기 회복 프로그램은 더욱 필요하다. 환자의 동반 질환이 많고 영양 상태와 신진대사 등 수술 전 건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식사를 한 끼라도 거르면 노인 환자의 몸 상태가 악화하기 쉽다. 금식을 최소화하는 이라스 프로그램이 고령 대장암 환자의 수술 위험도를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이인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대장암센터 교수
1996년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에서 외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밴더빌트-잉그램 암센터에서 연수하면서 ‘대장암 전이 미세환경 및 복막전이’를 주제로 연구했다. 국내외 유수의 학회와 기관에서 학술상과 표창을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입원부장, 대장항문외과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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