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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라의 불명예" 미래세대 이익 반하는 기관엔 평가 통해 망신 준다

소피 하우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의 미래세대위원장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미래연구원]

소피 하우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의 미래세대위원장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미래연구원]

 ‘국민연금 기금 이대로 두면 2054년 소진’(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적자성 국가채무 2023년 700조 돌파…이자비용 16조’(기획재정부 국가채무관리계획),‘2067년 한국사회는 절반이 일해 나머지 절반을 먹여 살리는 사회’(통계청 발표 인구 현황과 전망)….  
 

소피 하우 영국 웨일스 미래세대위원장
정부 차원 미래세대위원회는 세계 최초
미래세대행복법령 통해 활동 보장
미래세대 대변해 따져 묻고 조언도

경고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당장의 ‘표’가 두렵다. ‘쥐꼬리 국민연금’이란 비판 목소리를 견뎌낼 재간도 없다. 현 세대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이유다. 급증하는 국가채무도 당장의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지만, 곳곳에 자리잡은 선심성 예산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다음 세대를 위한 뚜렷한 해결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 세대가 표를 주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하면 5년으로 끝이다.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문제를 풀 방법은 없을까.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2050년 세계 예측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책’을 주제로 국회미래연구원이 주최한 국제학술세미나가 열렸다. 기조 강연자로 금발의 영국 여성이 나왔다. 소피 하우 영국 웨일스의 미래세대위원회 위원장(Future Generations Commissioner)이다. 현 세대가 아닌 미래세대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기구다. 영국내 자치정부이긴 하지만 미래세대위원회는 세계 최초다. 그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미래정책 도출: 영국 웨일스 사례’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3일 강연 직후 하우 위원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미래세대위원회가 뭔가.  
“말 그대로 미래세대를 위한 위원회다. 웨일스에서는 2015년 미래세대행복법령(Well-being of Future Generations Act)이란 게 제정됐다. 이 법은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위원장직 신설, 장기적 시간의 미래연구, 미래 대안 제시 등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라 2016년 미래세대위원장직이 신설됐다. 웨일스 자치정부를 이끄는 수석장관이 임명하는 자리이지만, 독립적으로 위원회가 운영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미래세대의 피해 없이 현재의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견제하는 게 주역할이다  
 
위원회가 말하는 미래세대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가.
“통상적으로 미래란 한 세대를 지칭하는 20~30년 뒤를 말한다. 웨일스 미래세대위원회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는 물론 유아ㆍ청소년 등 웨일스 전체 시민을 위해 일한다. 특정세대를 위한 법이 다음 세대에 해를 끼치지 않는지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60세를 위한 법을 만들 때는 30세 사람들의 권익도 고려하는 방식이다.”  
소피 하우

소피 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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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이런 법령과 위원회를 만들었나.
“웨일스의 집권 노동당에서 추진했다. 그간 자치정부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았지만 말뿐이었다. 국민 대다수도 무관심했다. 그래서 다음 세대를 고려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정책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조언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미래세대행복법령이 만들어진 계기다. 이 법령은 웨일스의 사회ㆍ경제ㆍ환경ㆍ문화 차원의 행복(Well-being)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바탕에 깔고 만들어졌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시민ㆍ공동체와 협업하고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법령 제정과 위원회 구성을 낳은 구체적인 사건이 있었나.  
“결정적인 것은 탄소배출과 지구온난화 문제였다. 온난화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져가는데 탄소 배출량은 계속 늘어만 갔다. 당연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ㆍ의료보험공단)는 해마다 늘어나는 환자 치료비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예방 차원의 무엇인가를 해야할 상황이었다.”
 
모든 정책에 다 관여할 수 있나.  
“이론적으로는 모든 정책에 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위원회 직원 수가 한정돼 있다 보니 그렇게는 못한다. 시민과 밀접한 의제인 주택과 교통ㆍ일자리ㆍ보건복지ㆍ아동 등의 문제에 주력하고 있다.”
 
해당 기관에서 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하면 그만 아닌가. 강제할 수단이 있나.
“강제로 하게 하거나 못하게 막을 힘은 없다. 하지만 위원장으로 공적인 제안을 하고 따져 물을 수 있다. 기관은 이에 응답해야할 의무가 있다. 평가 수단도 있다. 관련 지수를 만들어 매년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상대로 평가한다. 위원회가 제안한 것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평가 결과가 저조할 경우 ‘망신주기’(Name and Shame)와 같은 불명예 명단에 올린다.”  
 
위원회가 실제로 영향을 미친 사례를 얘기하자면.
“최근 웨일스 정부가 고속도로 확장을 위한 건설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고질적인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무려 14억 파운드(약 2조537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우리 위원회가 중간에 개입해 이 프로젝트를 무산시켰다. 막대한 비용 조달은 미래세대에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탄소 감축 의무도 반영돼 있지 않았다. 게다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본격화하고 기술이 발전하면 교통체증도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지속적이고 장기적 차원에서 생각했어야 했다.”    

 
미래세대를 위하면 현재 세대의 이익에 반할 때가 많을 것 같다. 정책 결정도 늦어질 수 밖에 없는데. 국가 간 경쟁에서 뒤질 수도 있겠다.
“큰 담론이다. 어려운 얘기지만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발전은 현 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해당한다. 기후온난화와 자동화ㆍ인공지능 등에 대한 고민은 개별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많은 국가들이 공통된 프레임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세대위원회에 대한 영국 여론의 평가가 궁금하다.  
“초기에는 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고속도로 이슈가 해결되면서 대중과 언론의 이해가 높아졌다. 이제는 이 법령과 위원회가 웨일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로서 인정받고 있다. 영국 전체 차원뿐 아니라 유엔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네덜란드ㆍ캐나다 등에서는 미래세대를 위한 법과 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2050년 세계 예측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책'을 주제로 제1회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국회미래연구원]

국회미래연구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2050년 세계 예측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책'을 주제로 제1회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국회미래연구원]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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