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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시대를 저격한 매거진B에 없는 세 가지

[폴인을 읽다] 콘텐츠 브랜드의 생명력은 어디서 오는가

한 호에 하나의 브랜드만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매거진 '매거진B'의 첫 매거진. [사진 매거진B]

한 호에 하나의 브랜드만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매거진 '매거진B'의 첫 매거진. [사진 매거진B]

무던한 나와는 달리, 내 주변에는 개성 강한 이들이 많다. 특히 요즘 내 주변 지인들은 더더욱 오색찬란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개성이 강한 친구를 한명 소개하고 싶다. 한 손에는 필름 카메라를 달랑거리고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에, 화려한 패브릭 백팩을 매고 웃으면서 뛰어오는 사람이다. 아직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먼 곳에서도 어떤 웃음소리로, 무슨 말을 하고 달려올지 들리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쓸데없는 물건 사는 것을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하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그런 친구다. 그의 취향 총체를 색으로 표현하자면, 고동색일 거라고 간간이 생각했다. 이것저것 다 섞여서 무슨 색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동색인 만큼 이 친구의 패션이나, 취향 모두를 따라 하고 싶진 않다. 홍대의 힙스터와는 거리가 먼, 캐릭터 티셔츠를 좋아하는 친구니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은 내 주변 인물 중 이 친구만큼 트렌디한 사람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는 남들이 좋아하는 것, 유행이라고 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소비한다. 아마 그의 인생은 자기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규정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폴인 스토리북 <오늘의 브랜드, 내일의 브랜딩 : 비마이비가 만난 요즘 브랜드가 사는 법> 중에서 매거진 B의 ‘콘텐츠 브랜드의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읽으며 그 친구가 떠올랐다. 고동색 친구가 매거진 B를 찬양해왔기 때문이다. 스토리북을 읽다 그에게 매거진 B를 왜 좋아하냐고 묻는 문자를 보냈다.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짤막한 답장 이후, 꽤 무거운 길이감의 메시지가 왔다. 그는 정확하게 왜 매거진 B를 좋아하고 향유하는지 설명했다. 매거진 B의 편집장인 박은성 씨가 말하는 브랜딩이 무엇인지를 단숨에 느꼈다.
 
매거진 B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대형 서점의 매거진 섹션을 찾았다. 꽤 큰 가판대에 매거진 B의 여러 시리즈가 놓여있었는데, ‘B’라고 커다랗게 적힌 알파벳 하나와 규격만이 동일했다. 잡지라고 하기도, 책이라고 하기도 모호했다. 폴인 스토리북에서 박은성 편집장은 매거진 B에 없는 세 가지를 광고, 과월호 개념, 스타 에디터로 꼽았다. 과월호가 없다는 대목은 서점에서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각각의 시리즈는 하나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컨셉을 잡았고 표지에 적힌 연월은 단지 발행일을 기록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광고와 스타 에디터가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평소 향수에 관심이 많기에 르라보(LE LABO)편을 구매했다. 그리고 주변 카페에 가서 책을 다 읽고 덮기까지 정확하게 45분 걸렸다. 흡입력이 매우 강한 책이었다, 잡지라기보다는. 르라보라는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천천히 그리고 깊게 다룬다. 스타 에디터의 재기발랄한 글이 나올 때까지 광고와 관심 없는 인터뷰를 퍽퍽 넘기는 대신에, 한 사람이 어떤 브랜드에 호기심을 품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따라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인터뷰 깊이도 남다르다. 브랜드의 핵심 인물의 철학과 창업 과정을 세심하게 다룬다. 그뿐만 아니라,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해당 브랜드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라고 이름 붙여도 무색할 정도로 인터뷰이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어떤 제품에 대한 찬양이나 트렌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박감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것도 사람의 이야기로 말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왜 광고가 없다고 하는지 깨달았다. 매거진 B의 독자라면 최소한 해당 브랜드 매장을 방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매거진 B를 읽는 행위 자체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뿌리는 30초의 광고보다 강렬하고 새로운 형태의 광고일 것이다.  

폴인(fol:in)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스토리북 <오늘의 브랜드, 내일의 브랜딩>의 표지. [사진 폴인]

박은성 편집장의 브랜드 선정 기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다. 선정 기준이 참신하고 힙해서가 아니다. 콘텐츠가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다. 광고를 원하는 브랜드에 맞춘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의 결에 맞는 브랜드를 선정한다는, 콘텐츠 산업의 모두가 원하는 이상적인 상황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매거진 B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고동색 친구처럼 깊은 취향을 갖지 않고서는 접하기 어려운 브랜드 매거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동색 친구와 매거진 B는 좀, 많이 닮았다.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데 트렌디하기 때문이다. 꿋꿋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을지로까지 현상하러 가는 그와 모바일 시대에 발맞추려는 매거진들과 달리 아날로그 단행본을 공들여 찍어내는 매거진 B는 트렌디하다.
 
어쩌면 넘치는 선택지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제 브랜드는 대중에게 ‘원하는 모든 걸 말해봐, 다 들어줄게’가 아니라 ‘우리 걸 원하는 사람만을 위해 만들거야’라고 외칠 때가 된 것이다. 그러면 그 외침을 알아들은 사람은 열성적인 팬이 되어 주변인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그 주변인도 열성적인 팬이 될지도 모른다. 마치 고동색의 친구가 보낸 메시지에, 서점으로 달려갔던 나처럼.

 
김아현 객원에디터 folin@foli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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