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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사령관 "데프콘3(평시)에도 한국군 지휘 가능"

지난해 10월 24일 부산 유엔 기념 공원에서 열린 '유엔의 날' 기념식에서 유엔군 의장대가 유엔기와 유엔군 참전국가의 국기를 들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지난해 10월 24일 부산 유엔 기념 공원에서 열린 '유엔의 날' 기념식에서 유엔군 의장대가 유엔기와 유엔군 참전국가의 국기를 들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지난달 11~20일 열린 후반기 한ㆍ미 연합지휘소훈련 때 일이다. 이 연합훈련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능력을 점검하는 예비고사(기본운용능력(IOC) 검증) 성격이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군 대장(최병혁 한ㆍ미연합군 부사령관)이 사령관을, 미군 대장(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이 부사령관을 각각 맡아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달 연합연습서 평시 작전지휘권 관여 밝혀
"평시에도 정전협정 유지에 유엔군사령관 나서야"
한ㆍ미 양국간 유엔군사령관 권한 놓고 격론 오가

 
그런데 연합훈련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전시를 가정한 연합훈련인 데 전시 상태가 선포되지 않으면서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유엔군사령관을 겸하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북한이 정전협정을 완전히 파기한 게 아니라 위반한 것으로 규정했다”며 “그는 ‘정전협정을 다시 맺기 어렵기 때문에 전시라도 정전협정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침공으로 전면전이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전협정 파기로 규정하면 정전협정이 사라진 만큼 협정 당사자들의 책임과 권한도 사라진다. 그런데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할 경우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관리할 유엔군사령관의 권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설명을 내놓으면서 연합연습 때 사실상 단일지휘권이 이뤄지지 못했다. 또 유엔군사령부와 유엔사령관의 권한을 놓고 한ㆍ미 군 당국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평시라도 정전협정을 준수하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유엔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러면서 유엔사령관이 데프콘(전투준비태세) 3까지는 한국군에 작전에 관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반도는 현재 경계 태세 단계인 데프콘 4이며, 전시엔 데프콘 1이 발령된다. 데프콘 3는 전군의 휴가나 외출이 금지되지만, 평시로 여겨진다. 한국군의 평시작전권은 1994년 전환됐다. 유엔사가 평시작전권에 관여하겠다는 뜻이다.
 
정전협정에서 유엔사와 유엔사령관 권한이 모호하면서 사달이 일어났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센터장은 “정전협정 17항에 ‘정전협정의 조항과 규정을 준수하며 집행하는 책임은 유엔사령관에게 속한다’고만 돼 있다. 책임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78년 한ㆍ미연합군사령부가 생기면서 연합사와 유엔사 간 역할 구분이 더 복잡해진 것이다. 지난해 한ㆍ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 합동참모본부-유엔사-연합사 간 관계 관련 약정(TOR)이 맺어지면서 일부 정리가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우리가 약정에서 ‘정전협정 준수와 관련해 유엔사가 연합사를 지휘할 수 있다’는 조항을 고치려고 했는데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4년부터 유엔사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올해 초 한국군에 20명의 장교를 파견해달라고 요청했고, 유사시 병력과 물자를 보내는 전력 제공국(Sending States)의 숫자를 늘리려고 한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을 놓고 한국 측은 미묘하게 보고 있다. 미국의 유엔사 강화는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연합사를 통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유엔사와 유엔사령관이 권한을 명쾌히 정리하지 않는 한 전작권 전환 이후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연합훈련 상황은 전작권 전환 이후 예고편이라는 얘기가 국방부와 합참 안팎에서 나온다. 이성출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 사령관은 연합사 부사령관이지만 유엔사령관”이라며 “유엔사령관의 지위는 합참의장급으로, 연합사령관의 아래이면서 위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기범 센터장은 “유엔사 문제는 전작권 전환의 마지막 관문”이라며 “국방부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외교부가 나서 미국과 유엔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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