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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급증에 시름 커진 바티칸…교황 “재정악화 막아라”

지출 방만…인력 구조조정까지 거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8일 바티칸에서 신도들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8일 바티칸에서 신도들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교황청의 재정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나서 재정적자를 줄이라는 지시를 할 정도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관리들에게 재정적자를 줄이고 교황청 운영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지출과 투자 관리를 강화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적자만 930억원…예산의 40%
교황청 9월 20일 긴급회의 소집

지난 5월 교황은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교황청 재무원장관 대리에게 편지를 보내 “교황청의 경제적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대책을 연구하고 반드시 가능한 한 빨리 대책을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교황청 관리들에게도 각각 알리라”고 덧붙였다. 교황의 지시에 따라 마르크스 추기경은 20일에 교황청 간부들의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교황이 이렇게 다급한 지시를 내린 이유는 급격히 늘어나는 재정적자 때문이다. 지난해 교황청의 적자는 7000만 유로(약 931억원)다. 전년도보다 2배로 늘어난 수치다. 교황청 한 해 예산 3억 유로(약 4000억원)의 23%나 된다. WSJ은 “만일 교황청 재정이 악화하면 교황의 해외 선교 사업이 위축되고, 가톨릭 유적 보존 사업과 교황청 직원의 연금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바티칸 관리들은 재정적자 급증의 이유로 느슨한 수입과 지출 관리를 꼽고 있다. 중복된 업무, 물품조달, 차량 운송비 등으로 쓸데 없는 지출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가톨릭 병원에 대출을 해줬다가 큰 손실까지 입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성베드로 광장에 모래로 성탄 구유 조각상을 제작하는데 55만 유로(약 7억3000만원)를 썼다.
지난달 21일 호주 법원에 나온 조지 펠 추기경의 모습.[AFP=연합뉴스]

지난달 21일 호주 법원에 나온 조지 펠 추기경의 모습.[AFP=연합뉴스]

교황청 재정 책임자의 공백도 부실한 재정 관리에 한몫했다. 교황청 재무원장인 조지 펠 추기경이 아동 성 학대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기 위해 모국인 호주로 떠나면서 재무원장 자리가 2년 넘게 비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교황청은 이탈리아 내에 있는 교황의 영토인 바티칸 시국으로부터 약 3000만 유로의 재정지원을 받아 매년 적자를 메우고 있다. 바티칸 시국의 세수는 연간 4000만 유로(약 432억원)를 벌어들이는 바티칸 박물관에서 나온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에서 2017년 담배 판매를 금지하면서 박물관의 연간 이익은 기존보다 수백만 유로가 줄었다. 바티칸 은행도 연간 5000만 유로(약 665억원) 정도를 교황청에 지원했지만 2015년부터 지원을 줄여 지난해엔 1750만 유로(약 233억원)에 그쳤다. 교황청이 가진 로마 주변의 부동산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임대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기도 했다. 교황청이 가진 부동산 자산은 18억유로(약 2조4000억원)다.
교황청 청동문을 지키고 있는 스위스 용병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교황청 청동문을 지키고 있는 스위스 용병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교황청의 조직구조도 빚이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교황청 예산에서는 고정지출인 총 3000명의 직원에 대한 급여가 전체 예산 3억 유로 중 45%를 차지한다. 그 때문에 문지기와 안내원과 같은 단순 인력을 해고하고, 자동화 장비를 도입해 인력을 감축하자는 목소리까지 교황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WSJ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실업을 사회악으로 비판해온 만큼 감원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황청 경제위원회의 최고 평신도인 몰타 사업가 조셉 자흐라도 WSJ에 “교황이 원하는 것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교황청”이라며 “이를 위해선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급진적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직원 급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자흐라는 20일 회의에선 IT 시스템 도입을 통해 회의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일들을 줄이는 조치와 교황청 금융 자산 수익을 늘리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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