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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창조경제의 원조' 리차드 플로리다 "서울시민 50%가 창조계급"

도시 기획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도시와 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 저자인 리차드 플로리다가 3일 일산 엠블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도시 기획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도시와 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 저자인 리차드 플로리다가 3일 일산 엠블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리차드 플로리다(62)는 저명한 도시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다.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설립한 마틴번영연구소를 통해 전 세계 도시를 대상으로 '스마트시티'를 선정한다. 서울은 최근 전 세계 도시 중 8위에 랭크돼 '슈퍼스타 시티'에 올랐다.
 
도시기획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Creative Class)』과 『도시와 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 등을 통해 기술(Technology)·인재(Talent)·관용(Tolerance·톨레랑스) ‘3T’가 창조도시를 이루는 핵심 요소라고 주장했다. 지식·기술이 보편화한 사회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창의성이며, 경영·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산업 종사자도 창조계급에 포함된다. 그는 "서울 같은 도시의 경우 창조계급의 비중이 40~50%에 이른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교수가 주창한 창조계급은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로 바뀌어 인용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New Urban Crisis)』를 통해 주택가격 폭등과 젠트리피케이션(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기존 거주자·임차인이 내몰리는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플로리다는 "땅값 폭등으로 토지주가 과도한 잉여이익이 가져가게 되면 부자도 그 지역을 떠나게 되고, 결국 도시가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앞으로 공유경제·공동주거 등 도시 환경의 변화는 SNS·인공지능·바이오 등 지금 뜨고 있는 분야보다 훨씬 더 큰 산업이 될 것"이라며 "지자체와 시민인 도시 자체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 단위로 분권화가 이뤄진 창의와 혁신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주최로 4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9 월드 스마트시티엑스포’ 기조연설자로 나선 플로리다 교수를 지난 3일 한 호텔에서 만났다. 
 
도시 기획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도시와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 저자인 리차드 플로리다가 3일 일산 엠블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도시 기획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도시와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 저자인 리차드 플로리다가 3일 일산 엠블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창조계급(Creative Class)이란 누구인가
산업 중심의 경제에선 기술·지식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탈산업주의 구조로 전환된 이후 세계를 움직이는 요인은 바로 창의성이다. 기술자, 비즈니스맨, 디자이너, 문화 산업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이 이에 속한다. 선진국의 경우 약 3분의 1, 서울과 같은 스마트시티에선 40~50%까지 창조계급에 해당한다.
 
서울을 '슈퍼스타시티' 8위로 선정했는데, 이유는
순위를 선정하는 첫 번째 기준은 도시의 경제적 산출물, GDP다. 또 여기에 금융기관 등 외부의 평가를 추가해 종합지수를 매겼다. 서울은 GDP 1조3000억 달러로 전 세계서 여섯 번째로 큰 '메가시티'에 해당한다. 3T(기술·인재·톨레랑스)의 기준에서 봐도 세계 톱 수준으로 연구·개발 분야는 전 세계 도시 3위에 올랐다.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투자가 이뤄져 오스틴 텍사스와 같은 세계 스타트업을 주도하는 도시와 같은 수준이다. 또 대졸자 등 '인재 풀'에서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다만 톨레랑스 부문에서는 70위권으로 뒤처져 있다.
 
창조도시의 3요소 중 하나로 톨레랑스를 기준으로 삼은 점이 흥미롭다.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다. '어떤 도시가 가장 역동적이고 혁신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가' 질문에서 자명한 대답은 기술이다. 또 대졸자 비중, 직종의 다양성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창의성은 비상업적인 요인에 의해서 발휘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인정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베이는 전 세계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장 앞서가는 곳이다. 여기 종사자의 3분의 1이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도·중국, 유럽 출신이다. 다양한 국적과 다문화는 물론 성 소수자와 종교단체 등 다양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도시가 창의·혁신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도시 문제를 찾다 보면 교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쟁 위주의 교육이 주거 등 도시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견해다.
양날의 검이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자녀 교육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은 일정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 미국·캐나다에선 '아시아 아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똑똑하다. 수학은 물론 음악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너무 많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창의성은 내재한 것으로 타고나는 천성이다. 주입되는 지식과는 다르다. 그러나 교육열과 창의성은 반목한다기보단 긴장 관계가 있으며, 둘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지금까진 조직화하고 관료주의적 교육제도가 이어졌지만, 한 세대 안에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본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창구는 다양해졌다. 내 주변에 굉장히 똑똑한 사람 중엔 일부러 대학을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관심사, 열정을 쫓기 위해 대학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긴다. 최근 미국에선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뇌물을 준 스캔들로 시끌시끌했다. 이들은 대학을 교육의 장이 아닌 사회적 지위를 취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교육은 꼭 대학을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세계적 현상이라 했는데, 서울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하다. 어떤 대안이 있을까.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본가가 잉여이익을 취득한다고 했는데, 같은 시기 헨리 조지는 토지주가 노동자와 자본으로부터 잉여이익을 취한다고 봤다. 전 세계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본래의 토지주뿐만 아니라 기술을 통해 자본을 취득한 기업도 도심의 알짜배기 땅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기술과 인재 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토지에 재투자된다면 큰 문제다. 내가 멘토로 삼는 도시기획가 제인 제이콥스에게 같은 질문을 했는데, 그는 이렇게 답했다. '도심의 어떤 장소의 땅값이 너무 오르면 그곳은 지루해지고, 결국 파괴된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밀려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부유층도 흥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젠트리피케이션은 지금의 정치·제도적으로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다. 아직도 산업 중심 마인드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더 많은 주택과 고층 빌딩을 짓자고 하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 혁신과 창의성은 빌딩·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보듯 교외나 창고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역할을 할 작은 중소 도시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도시 성장의 요인으로 세금 감면이나 인센티브를 통한 대기업 유치, 복합쇼핑몰 등 초대형 프로젝트보다 창의성을 발휘할 문화·예술 공간이나 공원을 넓히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견도 있을 듯하다. 한국처럼 경쟁이 보편화한 사회에선 '순진한' 처방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내가 1990년대 중반 처음 서울에 왔을 때도 한국은 조선·철강·자동차 분야에서 강국이었다. 하지만 당시 누구도 한국이 오늘날처럼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의 강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대기업 주도로 굉장한 성장을 이룬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를 뒷받침했다. 그렇게 보면 대기업과 베이비부머 세대는 특권을 누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개별적 활동으로 인한 성공이 분명히 존재한다. 단지, 우리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분권화된 사회, 원자 수준으로 개별화한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한국은 지금 경제구조를 재설정하는 시점이라 볼 수 있다. 삼성 휴대폰은 단순히 디바이스가 아니다. 이를 이용해 향유하는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한국은 이런 콘텐츠 생산에 분명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나도 2·3세 딸이 둘 있는데, 어느 날 보니 아이들이 한국말 노래 '아기상어'를 부르고 있더라.
 
창조도시를 위한 정부·지자체의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 2가지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데, 하나는 창의성·혁신을 통한 지식 경제, 그리고 도시와 관련한 혁명이다. 농경사회에선 농장이 혁신의 컨테이너였으며, 산업화 시대엔 기업이 역할을 했다. 이제 도시 자체가 컨테이너가 되는 세상을 될 것이다. 인재 풀을 생성·가동하고 기술과 사람을 클러스터링하는 것, 그래서 기술에 의해서 도시가 재형성되고 스마트시티 화 되는 것이다. 도심 기술, 도심 혁신 분야로 공유경제 공동주거 등이다. 이는 SNS·인공지능·바이오 등 지금 뜨고 있는 분야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산업 영역이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특히 중앙정부는 새로운 도시 환경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오히려 지방정부가 훨씬 더 잘 대처하고 있다. 21세기 특징 중 하나가 제도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서 그러한데, 머지않아 아시아에도 적용될 것이다. 앞으로 도시 계획에 대해 지자체와 시민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로컬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의성과 혁신은 하부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론 정부와 민간 부문의 권고한 파트너십이 필수 요소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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